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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옹알 거릴 때 찍어주던 6년 전에 산 디카입니다. 안 쓴지는 3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본가의 장농에 처박혀 있더군요. 얼마 전 본가에서 이 구닥다리 디카를 챙겨 왔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아들이 있는데 이 녀석들에게 줄 생각입니다.

둘째는 지금 인터넷 오락에 빠져있습니다. 엄마가 하루에 몇시간 이상은 오락을 못하게 했는데 그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하겠다고 컴퓨터 앞에서 "엄마 조금만" 하며 사정을 하고 못하게 하면 짜증을 부리기도 합니다.

아빠인 저는 아들에게 별로 할말이 없습니다. 아내는 아빠나 아들이나 똑같다고 합니다. 둘 다 그냥 컴퓨터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라고 그럽니다. 제가 오락 그만하라고 그러면 아이는 아빠도 많이 하잖아 하면서 하며 받아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서 제 입장에서 생각해 낸 방법이 아이에게 블로그를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좀 더 생산적이고 교육적으로 인터넷을 쓰도록 유도해보려고 한 것입니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고 책을 읽다보면 아이의 경험은 다양해지고 컴퓨터 앞에도 덜 앉게 될 것입니다. 또 요즘 각광 받는 블로그 조기교육도 됩니다. 이거 딱이다 싶었습니다. 

블로그를 만들어주고 직접 사진을 찍어 올리게 했습니다. 자신이 카메라에 담은 사물이 인터넷 모니터에 올라가는 과정을 아빠랑 같이 해본 둘째가 아주 재밌어 했습니다.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에게 자기가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갔다며 신이나서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날 뿐이었습니다. 신기해 한 것일 뿐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습니다. 이후로 가끔 장난을 치는 정도로 블로그를 갖고 놀 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이에게 블로그는 있는데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7살 아이에게 쓴다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에겐 사진기로 찍고 올리는 게 블로그에 재미붙이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진기가 없으니 뭘 할게 없었고 아이가 블로그에 지속적인 흥미를 가질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만의 카메라가 있어야 블로그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아보니 새 디카는 10만원 이상이었습니다. 뭘 살까 고민하다가 옛날 그 디카가 떠올랐고 본가에 전화 드려서 이 다키를 찾게 된 것입니다.

자기만의 디카를 가지자 확실히 아이는 달라졌습니다. 집 여기저기에 사진기를 들이대며 재밌어합니다. 누나와 함께 아파트 주변을 사진 찍기위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자기가 찍은 사진과 누나가 찍은 사진을 구별해가며 자기가 찍은 사진만 블로그에 올립니다. 카메라를 쥐어준지 5일이 지났는데 카메라와 놀기에 아직 싫증이 나지 않은 모습입니다.




어제는 일어나자마자 사진기를 찾았습니다. 전날 저녁에 이모가 사준 초등학교 입학기념 가방을 사진기로 찍어 올리겠다고 겁니다. 




앞에만 찍어선 가방을 잘 볼 수 없다고 하니까 옆에도 찍고 뒤도 찍습니다.




다 찍고 나서 카메라에 잭을 연결하고




자신의 다음 블로그에 접속합니다.

아빠 비밀번호 보지 말라며 비밀번호 입력할 땐 손으로 가립니다.




사진 올리기 버튼을 눌러 이날 찍은 사진 속에서 올릴 사진을 고릅니다.




가방 사진을 올렸습니다. 저 뿌듯해하는 표정 보십시오. 




블로그를 보니 지금까지 총 12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사진을 올린 글이 반이고 나머지는 애들다운 엉뚱한 글들입니다. 댓글이 꽤 달렸길래 보니 자플입니다. 자기 혼자 말도 안되는 말들을 댓글로 올려놓고 낄낄 댑니다. 댓글이 블로그에 달리는 게 신기한 모양입니다.




점심을 먹고 아파트 주변에 같이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 아빠랑 아이가 사진기 하나 씩 들고 집 앞을 나섰습니다.




그냥 찍고 싶은 것을 찍어보라고 했습니다. 뭘 찍었냐고 물어보니까 형들 찍었다고 합니다.




귤도 찍습니다.




갑자기 카메라를 하늘에 갖다 댑니다. 태양을 찍는다고 합니다. 태양을 찍으면 카메라에 좋지 않다고 얘기해줬습니다.




"나 이거 안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접사모드로 설정합니다. 그런데 설정만 접사고 카메라는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접사는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야 한다고 알려줬습니다. "아 그렇나" 하면서 시킨대로 합니다.




학교 운동장에 트럭이 들어오자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갑자기 농구대 위로 올라갑니다. 키가 작다보니 좀 더 잘 볼려고 올라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보니 학교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밑에서 찍나 아래서 찍나 별 차이는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접사사진 찍길 좋아합니다. 접사 사진을 찍을 화단의 꽃을 찾았는데 겨울이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화단의 잎들만 찍습니다.




이 표지판이 이쁘다며 다가가 찍습니다.




"아빠 뭐 찍어?" 하며 눈을 살짝 돌립니다.

이 디카로 이 녀석이 인터넷 오락에서 조금은 탈출하길 기대합니다. 이 디카가 아이에게 재밌고 많은 새로운 경험들을 인도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블로그도 제대로 익혀 후일 파워블로거가 되는 것도 기대합니다.

아래는 둘째가 찍은 사진 세장입니다. 아빠가 게을러서 아직 시간조정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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