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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 이명박당선자가 50%에 육박하는 득표로 승리했다. 이례적인 압승이다. 선거 내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도덕적 흠집들이 터져나왔음에도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했고 막판 bbk 동영상조차도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만들면서 예상을 넘는 승리를 안겼다. 이전 선거에서 후보들이 작은 결함으로도 곤경에 빠지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몇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드는 것 중 하나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반감이다. 혹시나 노무현정권이 연장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명박당선자의 당선을 도왔다는 얘기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이명박 당선은 노무현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국가지도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지 않은 데에 노무현대통령이 원인제공을 했다는 언론들의 이러한 분석을 사회에 적용시키면 참 우스운 꼴이 많이 발생한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섹시한 여성을 성희롱하는 성범죄자에겐 잘못이 없다. 미니스커트 입고 다니는 여자가 성범죄자에게 욕정을 참지못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 큰 잘못이다. 아파트를 도둑질한 도둑도 잘못이 없다. 도둑 당하도록 집을 방치한 주인의 잘못이다. 보수언론의 논리를 따라가다보면 잘못된 행동은 본인보다 그 원인제공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가치판단에 이르게 된다.

사실과 정보에 근접해 있지 않은 국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엘리트가 전해준 정보와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선거에 대한 도덕적 감각이무녀졌다면 노무현정권이 아니라 사실과 정보를 제공하는 엘리트들을 먼저 문제삼아야 한다. 국민들이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 그건 엘리트들이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았거나 외면했기 때문이다.

국민적 반감으로 봐도 노무현정권이 이런 대접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87년 박종철치사사건과 6.10항쟁으로 전두환독재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극에 달했다. 직선제만 하면 독재정권은 곧 무너질거라 했다. 그러나 전두환정권의 후임자였던 노태우전대통령은 민주투사였던 두 야당 지도자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97년 IMF사태가 터지면서 김영삼대통령에게 나라망친 지도자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그 후임자인 이회창씨는 당선에 실패하긴 했지만 단군이래 최대의 국치일을 만든 정권의 후임자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졌다. 갈려나간 여당 세력 이인제씨와 합치면 두 후임자가 얻은 표는 과반을 훨씬 넘는다.

노무현정권은 독재정권도 아니고 김영삼정권만큼 실패한 정권도 아니다. 그러나 그 후임자가 받은 지지율은 IMF로 나라망친 정권의 후임자가 받은 60% 가까운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전두환독재정권의 후임자 노태우전대통령이 받은 38%보다 10%나 적은 지지다.

이명박당선자의 압승은 현 정권에 대한 반감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노무현탓이라는 보수언론의 말은 보수세력의 선거운동원으로 활약한 그들이 선거결과를 포장하기 위한 수사일뿐이다.

이명박당선자 지지율은 '노무현탓'이 아닌 지지율 구조를 봐야 풀린다. 이명박 당선자의 지지율을 받치는 3각은 서울과 기독교와 영남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정권을 찾아오겠다는 영남유권자들의 갈망과 기독교인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독실한 기독교인들의 열망, 그리고 청계천으로 이후보에게 호감을 느끼는 서울시민의 3개의 축이 이후보 지지율의 비밀이다. 환상적인 구조다. 여기에 50,60대가 함께하면서 이후보 지지율은 철옹성을 이루었다. 이게 무엇보다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노무현정권과 민주신당의 잘못이라면 여기에 적절히 대처할 지지율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었다는 거다. 이명박당선자가 교회간증을 다니면서 기독교신자들에게 어필하고 청계천으로 서울시민에게 점수를 땄다. 그걸 몇달만에 찾아오겠다는 것 자체가 몽상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분열까지 일삼았으니 승리는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마지막까지 ‘노무현탓’이 그칠줄 모른다. 과연 이 ‘노무현탓’이 노대통령 퇴임 이후에는 그칠까? 혹시나 전임대통령 탓이나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한국정치의 한계를 노무현탓으로 돌리는 비열한 짓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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