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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앞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오후 4시30분이었다. 원래 간담회 시간은 5시. 2시부터 국회 앞 언론노조집회 현장에 있었는데 너무 추웠다. 변명이지만 혼자라 더 추웠다. 약속시간이 아닌 추위에 쫓겨 집회 종료 10분을 남겨두고 mbc로 튀었던 것이다.




"사수! 공영방송 저지!  방송장악"

프래카드 앞에서 크게 구호를 외치고 mbc 사옥으로 들어갔다.(맘 속으로)




이날 mbc연기대상 시상식이 있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고 알았는데 관광버스를 타고 온 팬들 수백명이 강추위도 아랑곳하지않고 mbc밖에서 스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출입통제는 더 심했다. 그러나 '노조간담회 왔어요.' 한마디는 간단히 패스였다. 




1층에 있던 유인물들이다. 언론노보 옆은 단막극을 부활을 요구하는 한국드라마 피디협회의 주장이다. 가장 왼쪽은 이번 파업을 지지하는 mbc구성작가들의 성명서이다. 이 유인물들은 가장 출입이 많은 1층 현관 손이 잘 가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피디수첩의 굴하지 않는 당당한 보도와 무한도전의 상상력이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노조사무실은 찾을 것도 없었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노조사무실을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가까운 곳을 가리킨다. 안내데스크 뒤쪽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노조 사무실이 보였다. 본관 1층 엘리베이터 바로 옆, 노조사무실로는 최고의 자리다. 




노조사무실 안에선 몇분이 열심히 작업중이었다. 내가 들어갔는데 아무도 어디서 오셨냐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한 공간 안의 사람들이 서로가 누군지 물어볼 필요를 못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그 공간에 사람들의 출입이 많다는 뜻이다. 그건 mbc노조가 열린 노조라는 증거였다.

몇 분 있으니 한 여자분이 털레털레 들어오신다. 얼굴이 낯익다. 가만 보니 '우리결혼했어요'의 임정아 PD였다. 어딜가나 보는데 바로 내 옆에 앉아버린다. 두근두근 덜덜덜. 다른 한분과 가벼운 잡담을 나누길래 무슨 얘긴지 귀기울여 봤는데 맥락을 알 수 없어 잘 들리지 않았다. 좀 더 집중을 해보려는데 누군가 들어와서 아는 척을 한다. 블로거 이스트라님이다. 나도 반가운 척 하는 바람에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대략 5시15분쯤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5시를 넘어서자 왕창 몰려들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왔다. 사진 속에 15명이 잡히는데 다른 쪽에 또 있다. 25명 정도라 생각된다. 대부분이 블로거이고 기자들도 몇분 계셨다.




박성제 MBC노조 부장과 <일밤>, <황금어장>의 임정아 PD다. 내 위치에서 가장 많이 잡을 수 있는 샷이었다. 나중에 보니 둘다 잘 나온 사진이 없었다. 결국 짠밥 순으로 임정아피디를 포기하고 박성제노조부장을 살리는 사진을 택했다. 이외에 <북극의 눈물>을 연출한 조준묵 PD, PD수첩의 이춘근 PD도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블로거들의 질문은 시의적절했고 MBC노조원의 답변은 풍부했다. 블로거들은 사각거리는 빠른 필기소리로 노조원들의 인상깊은 답변에 반응했다. 노조원들도 주저함 없이 시원한 답변을 이어갔다.  




이날 나온 발언들을 어떻게 전할까? 경상도 말로 번역해서 전해줄까 한다. 이렇게 한 데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발언을 받아적지 못했다. 내가 좀 게으르다. 둘째, 내 생각을 90% 실어서 전하고 싶다. 이건 노조원 간담회 내용을 근거로 새롭게 만든 창작물이다. 셋째, 유일하게 부산에서 간담회 올라온 블로거다. 내 지역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들려주고 싶어서다. 


블로거들 : 회사 간부들이 파업 몬하게 안합니까?

노조원들 : 어데예. 어떤 간부는 내한테 "니 와 저 안가고 여서 얼쩡거리노?"라고 머라 카던데예. 

블로거들 : 이 추운데 파업하면 안힘들어예? 궁뎅이도 시리울낀데.

노조원들 : 파업하이 좋은 게 팀원들 하고 그 당새 못 한 얘기들을 하더라고예. 여는 짐 싸서 밤 새는 게 일입니더. 토요일 오후에 잠 들면 일요일 오후까정 안 깨고 그라거든예. 추운 데도 많이 다녀서 이골이 났심니다. 이정도야 뭐. 오히려 파업 때매 여유가 더 생겼다니깐예. 

아이고 이거 근데 우짜노. 조선일보에서 이거 듣고 "mbc노조원들 놀라고 파업했다"라고 1면에 내는 거 아이가? 

블로거들 : 연예인들은 뭐라 캅니까?

노조원들 : 그분들의 처지에 머라 말은 못하지예. 하지만 은그이 표현은 하거든예. 방송하다 살짝 격려 멘트도 날리고 그랍니더. 

블로거들 : 조선일보서 mbc 간부들이 많다고 난리치더라고예. 어찌 생각하십니까?

노조원들 : 80년대와 90년대 올림픽이다 해서 마이 들어왔거던예. 이제 그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간부가 된겁니더. 어짜라고예. 간부는 머 놉니까? 거기 간부는 다 놀고 자빠졌는 갑지예. 지 일 다 하면서 월급 받아갑니다. 방송은 좀 특수한 업종이라예. 간부와 직원 차이가 별로 없심더. 

블로거들 : 지역방송 분위기는 어떤가예?

노조원들 : 거가 지금 더 쎄다아입니까. 돈 있는 놈들이 3시간 지역방송 할라고 19개 지역방송을 그대로 놔둘까예? 민영화 되면 없어지는 곳도 생길껍니다. 그라면 이제 지역의 소리는 더 몬 듣는 거지예.

블로거들 : 민영화 되면 돈도 많이 들어오고 그라면 품질도 좋아질끼라는라는 말도 있던데예.

노조원들 : 아이고 절대 아입니더. 자본은 즈그가 넣은 거 이상으로 돈 더 빼가야 합니다. 돈 더 빼갈라는데 방송 품질을 우째 신경 쓴단 말입니까? 방송 품질은 돈이 보장하는 게 아이라예. 방송의 질은 표현의 자유에서 나오는 거 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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