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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글을 읽기 전엔 미리 커피 한잔 타두시라. 그의 글에서 지독한 삶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잠시 눈을 올려 상념에 잠기는 그 순간을 삼킬 커피 한잔이 간절할 것이다. 




우리는 집에 살지만 집이란 놈을 알지 못한다. 집의 골조나 외장재는 당연히 모르고 요즘은 벽지조차 우리 손을 거치지 않는다. 물이 안나오면 아파트 관리인을 부르고 집이 추우면 보일러 기사를 부른다. 우리는 집에 살지만 집을 아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런데 김용택은 집을 안다. 얼마나 아느냐? 그는 집이 자라는 것 전부를 목격했다.




틈 날 때마다 아버지는 산에서 나무를 베었고 골짜기 아래 굴려 말린 나무들을 큰 비가 올 때 마을로 가져왔다. 그렇게 나무가 모아지자 아버지는 목수를 불렀다. 목수가 오는 날은 마을 사람들 공구 만드는 날이었다. 마을사람들은 목수의 연장으로 구유도 만들고 지게도 만들었다. 어느 순간 목수의 입에서 시인의 언어가 튀어나온다.

"어이, 남의 연장 가지고 자기 일만 하지 말고 이리 와봐. 이 나무좀 들어 이쪽으로 옮기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인가? 시인은 김용택이 아니고 목수와 마을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이 이 아름다운 언어를 만들어냈고 김용택은 그들의 시어를 그대로 전한 것이다. 




도면은 있을 수 없다. 어떻게 자연을 재료로한 도면이 있겠나. 자연이 주는 나무를 아버지가 어떻게 알 수 있나. 아버지가 해온 나무를 목수들이 어떻게 알 수 있나. 아버지가 눈대중으로 고른 나무를 목수들이 또 눈대중으로 골라 쓰는 것이다. 만약 도면이 있었다면 아버지는 나무를 할 수 없었고 자연은 아버지에게 나무를 줄 수 없었다.

다자란 집에 이제 집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다.




집은 지은 아버지는 그 집에서 돌아가셨다. 김용택 말대로 전설같은 얘기다. 이젠 가능하지 않은 전설이다.




김용택은 이 전설같은 집에서 책을 읽었다. 코피가 날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어보면 해저문 강물 속에서 고기들이 튀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한밤에 나와서 본 집은 산의 눈이 되어있었다. 이처럼 아버지가 만든 집은 김용택에게 사색의 시원이었다. 




김용택의 형제들이 살았고 그의 아내와 아이들도 이 집에서 살고 있다. 전설은 계속된다. 




커피 한 잔 더 마실래요?


내 사색의 시원…화해와 사랑의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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