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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을 돌리다 종합병원2가 걸렸다. 잠시 보는데 달인 김병만의 얼굴이 튀어나온다. 순간 채널이 개콘으로 돌아간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종합병원2에 김병만이 출연한 것이었다.
까운을 입고 있는 걸 보니 배역은 의사였다. 제법 비중도 있었다. 얼굴도 자주 클로즈업 되고 대사도 적잖았다.
드라마의 감초역할로 재미를 주기위해 김병만을 기용한 듯 보인다. 그러나 김병만을 보자 김병만이 펼칠 재밌는 연기에 대한 기대보다는 왜 '달인'이 드라마에까지 나와서 저럴까 하는 실망감이 먼저 들었다.
개콘은 한국 최고 코미디프로다. 그리고 달인은 개콘을 관통하는 축이고 핵심인 코너이다. 김병만은 바로 이 최고 개그프로의 최고 코너에서 중심 배역을 맡고 있는 개그맨이다. 그런데 이런 개그맨이 미니시리즈의 조연을 맡다니 이건 격이 좀 맞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그 프로에도 가수나 배우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개그코너의 조연이 아니라 게스트다. 개그맨들은 그들을 모셔놓고 조심스럽게 개그하다 깍듯이 인사하고 보내준다.
드라마는 사정이 좀 다를까? 그렇지않다. 드라마도 유명한 인물의 경우엔 조연이 아닌 초청 게스트로 모신다. 시청자의 눈길을 잠시 끌기 위해 카메오라는 형식으로 불러 순간적인 배역을 맡긴다.
가수나 배우 등 다른 유명인들은 드라마나 코미디 등의 프로그램에서 게스트 형식으로 출연하는데 유독 개그맨은 이런 게스트 대접을 받지 못하고 본격 조연으로 나서 드라마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다. 장르를 넘나든다고 얘기하는데 좀 궁색해보인다. 일방적인 방향의 넘나듬은 다른 쪽의 우위를 인정해주는 것일 뿐이다.
강유미도 그랬다. 개콘에서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감초 조연을 맡았다. 개그맨 강유미가 탤런트 미칠이 앞에서 연기를 뽐낸 것은 좋았지만 거기서 강유미는 개콘에서 만든 자신의 상품성을 미칠이를 띄우는 연기를 하는데 소비시킴으로써 드라마 수많은 여배우 중에 한명일 뿐인 최정원(미칠이) 아래의 상품가치로 자리매김해버렸다.
그건 강유미 본인이나 다른 개그맨들에게 안좋은 선례였다. 정통 코미디에서 뜬 개그맨이 그정도라니. 개그맨이 뜨기 위해 코미디가 아닌 예능으로 가야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할 수 있다. 강유미 전부터 이어진 것이나 강유미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김병만은 강유미와 또 다르다. 김병만은 절대 종합병원에 나가선 안되는 더 큰 이유가 있다. 강유미는 캐릭터이지만 김병만은 아이콘이다. 강유미는 캐릭터를 잘 소화했지만 김병만은 달인이란 아이콘을 창조했다. 강유미는 캐릭터로서 드라마에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의 아이콘인 달인의 김병만은 그렇게 함부로 일개 드라마의 조연으로 소비될 존재가 아니다.
이건 김병만을 달인 아이콘으로 소통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한 시대의 아이콘을 일개 드라마에 종속시키는 배신이다. 그래서 드라마에 출연한 김병만의 장면에서 뭔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마치 찰리채플린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조연으로 나온 걸 목격한 기분이었다.
김병만은 출연해도 된다. 그러나 달인은 안된다. 그런데 김병만은 곧 달인이다. 그러므로 김병만은 안된다. 최고의 개그맨으로서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김병만이 종합병원이란 하위 방송현장에 복무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일개 드라마가 '달인'이란 명작을 훼손하는 꼴을 못보겠다. 김병만 그냥 다른 병원 전출 갔다고 하고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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