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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은 자유선진,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한나라, 수도권은 이명박계 한나라. 6.10 항쟁 후 20년이 지났지만 지역주의의 위세는 여전하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진보진영의 지금까지 노력은 사실상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다.

도대체 이 지긋지긋한 지역주의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극복의 방법을 논하려면 먼저 솔직한 고백이 있어야 한다. 그간의 지역주의 극복 시도에 대해 일말의 기대나 위안이 섞이지 않은 정확한 평가가 우선해야 한다.

진보진영이 지난 10년 간 영남민중에게 구애하며 시도한 동진정책은 실패했다. 동진정책은 구애받은 영남민중의 콧대만 세워주거나 계도적 위치에서의 접근으로 영남민심을 자극하기만 했다.

동진정책의 실패를 최종적으로 확인시킨 것은 열린우리당이다. 열린우리당은 호남출신 DJ로는 동진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영남출신 노무현에게 다시 한번 동진정책의 기대를 걸었다. 영남출신 노무현의 동진정책을 위한 여건도 준비했다. 영남민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기존의 민주당 세력을 지역주의 세력으로 낙인찍어 결별하고 전국정당을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을 출범시켰다. 

배제의 기운이 역력한 열린우리당에 민주당 호남계 정치인들이 올라타는 건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다. 여당행을 선택받은 호남지역 정치인은 일부였고 이런 정치적 쇼에 격분한 민주당 당원들이 난닝구를 찢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배제의 정치'가 진보진영으로부터 암묵적 승인을 받은 것은 이 방법이 통할지도 모른다는 지역주의 극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거기다 열린우리당은 50명의 의원으로 시도하는 모험이었다. 열린우리당의 모험적 자세와 지역주의 극복에 대한 기대가 정치적 도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막아주었다.

그러나 영남출신 대통령에다 이렇게 배제의 쇼까지 해가며 시도한 동진정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수도권까지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렸고 지역주의에 기댄 한나라당은 대통령부터 자치단체까지 모두 휩쓰는 압도적 정당이 되었다. 이로서 동진정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열린우리당의 시도에 의해 최종적으로 입증되었다.

열린우리당은 영남유권자의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영남출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내세워도 영남은 열린우리당을 위장 호남세력, 노무현을 앞세운 호남정치세력으로 보았다. 

민주당과의 대립만으로는 영남의 여론을 얻기는 어려웠다. 영남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호남과의 결별을 보여주어야 했다. 이게 딜레마다. 호남과의 결별을 확인한 영남민중이 열린우리당에 맘을 주기위해선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영호남에서 정치적 기반을 갖지 못한 열린우리당이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버티는 것은 어려웠다. 그 어떤 정치천재도 돌파하기 어려운 이 딜레마에 열린우리당이 도전했고 결국 실패했다. 

지난 총선은 정치의 보수화가 아니라 지역주의의 강화였다. 지역주의에 맞선 진보진영은 영남과 충청과 수도권의 지역주의세력에게 고립되고 말았다. 6.10 항쟁 후 진보세력이 지역을 나누어 대구경북의 민정당을 고립시켰다면 지금은 보수가 지역주의를 활용해서 호남과 진보세력을 고립시킨 것이다.

현재의 이런 정치 판은 민주주의를 아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호남과 진보세력에 대항해서 거대한 영남의 지역세력이 계속 결집체를 형성하고 진보가 성공 가능성 낮은 지역주의 극복에만 매달린다면 보수의 고착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위험한 정치판을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진보진영이 지역에 침투해야한다는 결론 외에는 없다. 진보진영의 동진정책은 실패했다. 따라서 동쪽과 분리된 내부에서 진보세력이 나와야 한다. 경쟁의식을 느끼는 민주당과 평민당이 6.10 항쟁 후 영호남을 차지한 것처럼 영남에 민주당과 차별되는 진보세력의 정당이 나와야 한다. 지역주의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부울경 지역의 경우 진보진영의 정당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명박정권에 대한 전국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부울경 지역에선 봉하마을을 중심으로 노전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독자세력화를 선언하고 친박여론만 적절히 차단한다면 친노세력이 영남지역에 민주정당을 건설하는 게 어렵지만은 않다.

영남민중이 보수적인 것은 지역주의 때문에 정치적 선택에 제한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보적 정당이 지역 여론에서 다른 지역의 정치세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만약 친노세력이 영남지역의 민주정당을 선언하고 한나라당과 경쟁을 선언한다면 영남지역 유권자의 정치의식은 보다 신중해질 것이다.

영남이 분리에 두려움을 느낄 것은 없다. 부산과 경남만으로도 700만이다. 전남북 인구를 합친 500만보다 200만이 많다. 호남처럼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활약할 수 있다. 오랜만에 명분있는 정치세력을 응원하면서 부울경 지역민들이 정치적 자부심도 되찾을 수 있다. 

김영삼의 민자당처럼 제2의 3당 합당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양 정치세력에 입혀진 DJ와 노무현의 정치적 정체성은 그런 선택을 차단시킬 것이다. 두 정치세력은 진보적 경쟁으로 서로의 입지를 넓혀가면서 진보적 공간을 확장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민주당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영남에서 잘해야 한두석이다. 수도권도 지역정서와 종교적투표 행태까지 가세하면서 민주당의 구심점 작용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대로 민주당을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로 내버려두었다간 진보진영 전체가 고사하기 알맞다. 민주당이 전국적 정당으로 나설 뽀족한 수가 없다면 이제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하는 게 옳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을 모아낼 수 없다면 지역에 파고들어 민주당과 분리된 진보진영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영남에 민주당이 진출하는 게 아니라 친노라는 독자적 정치세력이 자리잡는 게 맞다. 그게 가능성이 훨씬 높은 정치전략이다. 

진보의 분리전략이 지역주의를 극복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지역주의의 폐해는 막을 수 있다. 지역주의 극복은 장기적 과제로 돌리고 영남의 거대 지역주의를 막는 게 현재로선 가장 급선무이다.

그래서 여전히 민주당에 호의적 신호를 보내는 노무현대통령에게 솔직히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노전대통령께서 친노의 독자정치세력화를 그냥 말없이 지켜봐주시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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