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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노무현에게 짜증을 부렸다. 곳곳에서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쳐 쇳소리를 내는 노무현의 개혁에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꼈고 그래서 좀 안시끄럽게 일을 처리할 수 없냐며 짜증을 부렸다.

짜증은 피로한 감각기관이 순간적으로 내뱉는 격한 반응이다. 짜증을 내는 사람은 짜증을 유발했다 생각하는 상대에게 극도의 공격적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그 순간 논리적인 해명이나 설득은 불가능하다. 

짜증은 타인보다는 자신의 감정상태에 더 많이 영향받는 행동이다. 피로하거나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상대의 말과 행동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짜증이다.  

짜증은 참 다루기 힘든 감정이다. 받아주면 상대는 짜증을 습관화 한다. 안받아주면 상대의 격렬한 반응과 싸워야 한다. 노무현정권은 이런 국민적 짜증 여론을 관리하느라 체력을 많이 소모했다.




짜증이 반사적이라면 분노는 본질적이다. 짜증은 상대의 사정을 잘 모르고 쏟아낼 수 있다. 그러나 분노는 모든 의문이 풀릴 때 끓어오른다. 조금이라도 의문이 남으면 분노는 일단 관망을 하게 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분노하는것에서 알 수 있 듯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알아야 분노가 일어난다. 상대가 왜 그랬을까 곰곰히 따져보다 상황을 파악하고 나면 분노가 끓어오르게 된다. 잘 알지도 못하고 격한 에너지를 쏟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짜증은 관리하지만 분노는 해소되어야한다. 짜증을 해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쏟아낸 짜증은 없어지지 않고 또 전이되어 다른 짜증을 만들어낸다. 분노는 관리할 수 없다. 분노를 지체하면 쌓여서 결국은 폭발하게 된다.

짜증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분노는 분노의 이유를 바로 잡을 때 그치게 된다. 짜증은 풀어야하고 분노는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은 이명박정권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왜 그들이 종부세를 없애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왜 그들이 수도권규제를 푸는지 잘 알고 있다. 왜 그들이 교과서를 바꾸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명박정권을 줄여 이문세라고 하는데 그 원래 말은 "이명박정권의 문제는 세살 먹은 애도 알고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명박정권은 이런 점에서 '투명한' 정권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참 골 때리는 투명함이지만 말이다.

이명박정권은 이렇게 누구라도 그 속내를 알 수 있는 투명한 정권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내는 화는 짜증이 아니라 분노라 봐야 한다. 모든 걸 간파하고 화를 내는 것이지 피로하거나 불안정한 국민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정권은 국민의 분노를 짜증으로 본다. 국민이 제대로 사정도 잘 알아보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바로 지금 여론이라고 보고있다. 사랑으로 믿어주면 될 일인데 그러지 않는 국민이 답답하다고 떠들기까지 한다.

이런 인식의 차이로 국민과 이명박정권 사이의 곳곳에서 충돌을 벌어지고 있다. 분노를 해소할 길이 막힌 국은 더 격한 분노와 절망감을 쏟아내고 있다.

더군다나 이명박정권은 짜증을 관리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에게 짜증부리지 말라며 다그친다. 국민이 분노하고 오히려 그 분노에 정권이 짜증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정권 때 짜증을 부렸던 국민이 이제 이명박정권의 짜증을 받아줄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국민의 해소할 길 막힌 분노는 그냥 사그러들까? 국민은 과연 이명박정권의 짜증을 받아줄까? 정권과 국민 사이에서 분노와 짜증이 어떤 역학을 만들어낼지는 지금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지금 확실히 잘못된 거 하나는 말할 수 있다. 이제 노무현에겐 그만 짜증 부리자. 왜 이명박정권이 짜증나면 꼭 노무현 정권을 들먹거리냔 말이다. 진보는 이명박정권을 만든 게 노무현이라고 짜증내고 보수는 이명박정권이 못하는 게 노무현 때문이라고 짜증낸다.

참여정부가 짜증을 잘 받아줘서 이런 습관이 들은 것 같은데, 어쨌든 이건 못된 습관이다. 국민과 이명박정권 사이의 분노와 짜증을 왜 노무현에게 돌리냔 말이다. 그런 못된 습관 안버리면 답 안나온다. 제발 노무현에게 짜증 좀 그만 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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