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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립부산국악원 개원식이 있었습니다. 신문을 보니 개원기념으로 국악공연이 몇가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동반자와 함께 개원식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한참 풍물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한 무리의 양복들이 나타났습니다. 유인촌장관 일행이었습니다.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 온다는 소식은 봤는데 이렇게 바로 뒤에서 나타날줄은 몰랐습니다. 

유인촌장관 일행이 마침 제가 선 곳에서 4- 5미터 쯤 떨어진 뒤쪽에 멈춰섰습니다. 풍물공연을 바라보며 몇마디 대화를 나누는데 유인촌장관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습니다.

"바닥은 나무로 하지."

풍물패가 공연하던 야외 공연장 바닥의 돌을 보고 하는 소리였습니다. 바닥을 좀 더 좋은 걸로 하도록 지원해주지 못했다는 인사치례 정도의 얘기였습니다.

유장관의 모습을 한장 정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에 손은 얹었는데 그게 영 들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손이 망설이는데 유장관 일행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아무래도 국감장에서 유인촌장관이 눈을 부라리던 모습이 영향을 준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고나면 접근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그의 그날 폭언 대상은 바로 사진기였습니다.

무서운 사람도 그렇지만 안스런 상황에 있는 사람도 꺼려집니다. 지금 유인촌장관은 국감장에서 내뱉은 욕설로 사퇴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바로 뒤에 온 유인촌장관이 만약 내게 인사를 나누려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걱정도 들었습니다. 정치적입장을 떠나 안스런 만남이 꺼려졌습니다.

다들 나와 생각이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유인촌장관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도 없었고 사진을 터뜨리는 시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인촌장관과 그 일행들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리고 사라진 후 사람들 사이에서 "유인촌이네" 하며 작은 웅성거림 정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유장관의 열렬한 팬이라도 쉽게 다가가기 힘든 때로 보였습니다.




얼마뒤 한 할머니가 동반자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유인촌이 언제오냐고 물었습니다. 방금 지나갔다고하자 유인촌 얼굴 한번 볼라 했는데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유인촌이 테레비에서 욕한 거 봤냐고 묻고는 자신은 그걸 보고 깜짝 놀랬다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문화부장관은 우리하고 틀린 사람인데 그렇게 욕하면 안돼는데."




커팅식 사회자가 유인촌장관이 나온다고 안내하자 또 다른 할머니의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유인촌이 요새 욕을 많이 들어먹어서 얼굴 별로 안좋을낀데"




유인촌장관이 이슈가 되서 그런지 기자들이 많이 왔습니다. 커팅식에선 그래도 유인촌장관을 보겠다며 사람들도 제법 몰렸습니다. 핸드폰으로 유인촌장관을 찍으면서 서로 귓속말을 나누는 시민들의 모습이 그나마 유인촌장관에게 위안이 되었을까요? 혹시 귓속말 나누는 게 신경에 거술리진 않았을런지.

유인촌장관이 시민들로부터 예전의 그 환호를 받을 날이 다시 올까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 욕설과 부라린 눈의 장면이 먼저 떠올라 전원일기의 유인촌이 이제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무섭고 안스러운 유인촌장관 그저 피히고 싶을뿐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동반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요즘은 할매들도 알 거 다 아네."

아무리 할머니라도 문화부장관이 욕을 했는데도 모른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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