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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블로그에 놀러갔습니다. 링크를 타고 간 적은 있지만 박노자 블로그가 궁금해서 찾아간 건 처음입니다.

박노자교수가 가장 최근에 글을 올린 날은 10월23일이었습니다. '서구인들에게 정이없다.' 생각하는 우리의 통념에 대해 문제삼는 글이었습니다. 


 

박노자교수는 이 글에서 주변부 유럽인이나 한국인이 서구인보다 정이 많다는 것은 "엄청난 오해일뿐"이라며 한국의 정이라는 것이 사실은 불안한 공적관계망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적관계망의 확장일뿐이라고 얘기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2-3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해/관심을 같이 나누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두는 것이고 이는 결국 한국자본주의제도의 미숙을 보여주는 것일뿐이라는 겁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상당부분 그대로 중첩되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가족 + 2-3명의 가까운 친구", 그리고 다수의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를 전제로 하는 약한 관계"만 가지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하죠. 그러기에 대개 "이해/관심"을 같이 나누는 모든 이들을 가까운 사적 관계망 속으로 흡인시키려는 것은 한국에서의 관계망 관리 時의 통상적 지향입니다. 같이 "계급장 떼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공적인 일마저도 잘 안될 것 같아 불안하다 이것입니다.. 그런데 공적 관계망을 꼭 '정이 통하는' 사적 관계망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이 등식은, 결국 자본주의적 제도화의 미숙을 보여 줄 뿐이죠.(박노자의 블로그 10월23일자 <서구인들에게 정이 없다고?> 중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아주 예리한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 명문에 한 네티즌이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박노자교수의 이 글이 과거 인터뷰와 다르다며 입장이 바뀐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단점은 근대프로젝트의 강화로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의 개념이 거의 파괴됐다. 17살이면 집을 나와 (가족이) 남남이 된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가족이 더 이상 아니다.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파괴되고 철저한 타인간의 이익집단이 있을 뿐이다."(2003년 1월 박노자교수 프레시안 인터뷰)



박노자교수는 2003년 1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가족에 대해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파괴되었다며 비판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정확히 9시간 8분 뒤 박노자교수가 이 네티즌의 댓글에 답을 달았습니다. 그는 네티즌의 지적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후 견해를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북유럽 사회를 겪으면서 기존의 서구 가족에 대한 견해를 바꾸게 된 것입니다.

5년전 기사를 찾아 입장의 변화를 밝혀낸 네티즌과 그 네티즌의 지적을 순순히 인정하는 박노자교수, 두 분 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론의 법칙'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명망가 중 박노자교수 말고 이런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들 또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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