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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월27일



오늘자 경향신문이다. 람사르총회의 개막을 앞두고 습지 관련 기사를 다루고있다. 그런데 기사가 틀렸다. 사진 속의 배는 쪽배가 아니라 거룻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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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수는 경향신문만이 아니다. 최근 쏟아지는 습지습지 관련 기사들 대부분이 거룻배를 쪽배로 쓰고 있다.


다음사전



사전을 찾아보면 쪽배는 "통나무를 쪼개어 속을 파서 만든 작은 배"라고 나와있다.

화천쪽배축제라고 있는데 거기 설명에서도 이렇게 나와있다.


쪽배는 통나무를 쪼개어 속을 파서 만든 작은 배로 참여자가 직접 구상하고 고민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사물들을 이용, 크기나 소재, 모양의 제한없이 순수한 인간 동력만으로 움직일수 있도록 제작한 배를 말합니다.


경향신문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소벌의 배들은 통나무를 파서 만든 배가 아니다. 거룻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있다. 


다음사전

 

기자들도 잘 구별 못하는 거룻배와 쪽배를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김훤주기자의 <습지와 인간>이란 책 덕분이다.


책 '습지와인간' 39페이지



이 책에서 김훤주기자는 쪽배와 거룻배도 구분하지 못하고 습지의 아름다움에 대해 시를 써대는 시인들을 질타한다.


습지와 관련한 잘못된 언어 사용에 대한 김훤주기자의 불만은 거룻배만이 아니다. 가장 큰 불만은 소벌을 우포라 부르는 것이다.


책 '습지와인간' 37페이지



김훤주기자는 우포란 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칠 정도다.


책 '습지와인간' 40페이지



김훤주기자의 이런 반응은 이해할만하다. 원래 우포란 말은 누구도 쓰지않던 말이다. 소벌을 한자어로 번역해 행정용어에나 올라 있던 건데 그걸 환경단체가 그대로 쓰면서 지역사람들이 늘 쓰는 우리말 소벌대신 우포가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것이다. 이런 걸 두고 귀신이 사람 잡았다고 해야하나.


한겨레신문 10월27일



'쪽배'는 사전을 들이대면 기자들이 물러서겠지만 우포는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김훤주기자가 더 통탄하는지 모른다.

람사를총회를 앞두고 한국이 람사르총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들이 많다. 토건족들이 돈벌이를 위해 국토를 파괴할 잔대가리를 항상 굴리는 나라에서 이런 행사가 치러진다는 게 코미디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걸 탓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습지공간의 문화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걸 보면 또 우습다. 문화가 없는 공간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쪽배가 거룻배가 되고 소벌이 우포가 되면서 습지는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습지의 파괴의 주범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토건족은 그런 문화가 사라진 공간을 메꾸는 역할을 할뿐이다. 누굴 탓한단 말인가. 반성해야 할 쪽은 쪽배라는 신문기사를 만들고 그걸 아무 생각 없이 읽는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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