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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5일자 한겨레 사설입니다. 27일 창녕·순천만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부끄럽다"는 탄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환경올림픽이라는 람사르총회 개최국 이름에 걸맞지않게 부끄러울만큼 환경파괴가 빈번한 한국의 현실에서 총회가 "위상을 높이는 게" 아니라 "망신만 사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람사르총회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이유


김훤주기자의 책 <습지와 인간>을 보면 한겨레사설의 걱정은 이해됩니다. 김훤주기자는 경남지역 많은 습지들을 답사하고 인간의 무차별 개발에도 복원력을 잃지않는 습지의 놀라운 생명력과 함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습지에 가하는 파괴행위들을 알려줍니다. 역사이래 이미 낙동강 습지의 90%는 사라졌는데 지금도 한국의 습지파괴는 진행형이라고 합니다. 

해안의 침식을 막기위해 침식방지시설을 두고 그 위에 해안도로를 올리는데 이렇게 되면 해안도로에 막혀 흙을 공급받지 못하는 갯벌이 서서히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마갯벌의 아주머니들은 점점 줄어드는 조개와 쏙 때문에 울상입니다. 기막힌 것은 국가가 해안침식을 방지한다며 연안관리법을 들어 이런 습지파괴 행위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립의 역사가 곧 도시의 역사랄 수 있는 마산은 습지 파괴로 일제시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아름다운 월포해수욕장을 잃었습니다. 1키로의 백사장에 여름철 서울에서 마산까지 특별열차까지 운행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유명했던 해수욕장인데 매립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옆 도시 부산의 해운대를 생각하면 두고두고 아쉬운 역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율스님이 단식으로 지키고자 했던 것도 바로 천성산의 산지습지였습니다. 터널이 뚫리면 천성산 습지의 물이 샐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2005년 12월 본터널과 1500미터 떨어진 웅상읍에서 지하수가 40%가까이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지금도 터널공사현장에선 1분에 1톤 씩 하루 1400톤의 물이 새고 있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한 파괴도 있습니다. 굴양식으로 유명한 거제통영에선 굴껍데기에 의한 매립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매년 굴업자들이 까버리는 굴껍데기가 엄청난데 업자들은 이 껍데기가 어느 정도 쌓이면 근처 습지에 버려 다진다고 합니다. 97년에는 이렇게해서 생긴 땅 2만평을 양성화해주었습니다. 김훤주기자는 바다가 준 굴로 바다의 습지를 파괴한다며 개탄합니다.

한국의 습지 관광방식에도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외국의 경우엔 보존가치가 있는 습지의 경우 일부만 관광시키고 나머지는 비공개하는데 한국엔 그런 개념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인간의 조망을 위해 갈대를 잘라내기도 하는데 이때문에 엄폐물을 찾아 새들은 더 멀리 가버려 관광객들이 새를 볼 기회를 더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김훤주기자의 질타는 습지에 친화적이라는 시인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에게도 향합니다. 시인들은 무식하게도 습지의 거룻배를 쪽배라 잘못 알고 시를 써낸다고 합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소벌이란 우리 이름을 무시하고 공문서상의 한자이름인 우포로 써버려 결국 소벌이란 우리이름을 밀쳐내고 지역사람들도 들어보지 못한 우포란 한자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한심한 짓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습지의 공간뿐 아니라 그와 함께 이어온 소중한 습지문화마저도 파괴하고 있었던 겁니다. 습지공간의 문화적 토대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우리가 습지를 지키지 못하고 파괴해왔던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소벌



김훤주기자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말은 '교섭'입니다. 자연을 향한 그의 책이 왜 '보호'가 아니고 '교섭'일까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고 교섭의 대상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교섭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논도 습지라고 합니다. 지금도 습지에서 논농사를 짓는데 3년에 한번 정도면 할만하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벼는 습지식물입니다. 우리의 주식은 바로 습지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벼를 찾아 우리의 오랜 조상들은 습지를 헤맸을지 모르겠습니다.

경남지역의 고대인들은 낙동강 유역에 형성된 습지를 중심으로 단일문화권을 형성하여 습지가 내어주는 풍부한 생산물들과 편리한 교통에 의존해 살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습지와 함께 하던 인간이 어느 순간부터 물길의 경계를 만들어 물과 뭍의 교섭을 막고 물을 빼낸 땅에 물 대신 건물과 농사를 지으면서 습지는 사라졌습니다.

습지의 자연과 교섭을 멈춘 습지의 인간들은 이제 자연과 대립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습지를 찾지 못한 물은 해마다 인간이 사는 곳을 덥쳤고 그걸 막기 위해 인간은 더 물길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퇴적물로 바닥을 높여 다시 그 물길을 넘습니다. 자연과의 교섭을 멈춘 인간이 자연과의 불필요한 대립을 자초했던 겁니다.

<습지와 인간>은 인간과 자연의 교섭에 관한 책입니다. 물과 뭍을 교섭시키고 인간과 습지를 교섭시키기 위해 김훤주기자는 고대 경남인부터 조선시대 학자들까지 우리의 옛역사를 꺼내어 보여줍니다. 습지가 있었고 거기에 우리가 살지 않았느냐 말합니다.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한 제10차 람사르총회가 10월27일 오늘 경남에서 시작됩니다. 한겨레의 지적처럼 과연 우리가 이 총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런 게 현재 한국의 환경보호 현실입니다. 이 행사의 의미보다 그 규모와 브랜드에 눈독 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솔직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습지와 인간>은 지금 필요한 책입니다. 이 책은 람사르총회에 대한 직접적 설명입니다. 이 책이 강조하는 '교섭'은 총회 개최국 한국의 저급한 환경인식을 보다 높여줄 수 있습니다. 람사르총회와 이 책이 맞물려 우리의 환경인식에 큰 전환점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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