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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달 전 새로 산 이 노트북 진짜 희안하다. 뭔 버튼인지 모르겠는데 살짝 건드리면 글이 다 날라가는 게 있다. 이 기사 거의 적다가 날라가서 반은 다시 적었다. 우와 생짜증이야. 이거 원인 아는 사람?

 



부산의 한 지역신문에 난 이 전면광고를 보고 정형돈씨가 생각났다. 동문체전을 공고한 이 학교는 바로 개그맨 정형돈씨가 졸업한 고등학교다.

정형돈씨는 방송에서 자주 자신의 출신교에 대한 애정을 표해왔다. 혹시 정형돈씨가 온다는 소리가 없을까 훓어봤는데 그런 소식은 없었다. 체전을 알리는 공고엔 없지만 뜻 깊은 개교 70주년이라니 기념일 당일엔 깜짝 방문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학벌컴플렉스가 심한 연예계다. 학벌이 자랑할만하지 않다면 잘 내세우지 않고 어떤 경우엔 속이기도 하는 곳이다. 특히나 출신교가 공업계인 경우 학벌에서 이중의 손해를 볼 수 있다. 공업계 출신들에게 반사적으로 붙여지는 '공돌이'라는 비하어가 값비싸게 굴어야하는 연예인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형돈씨는 자신의 학력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형돈씨가 공업계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걸 그가 인기를 얻었을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정형돈씨의 이런 모습은 오히려 인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정형돈씨를 보면 뒤에서 그를 뿌듯하게 바라볼 동문들과 후배들의 모습이 떠올라 시청자도 같이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연예인의 학벌공개가 정형돈씨처럼 이런 흐믓한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사실 정형돈씨의 경우는 극히 일부의 운좋게 빗겨난 얘기다. 당당히 공개해서 좋기만 하다면 연예인들이 왜 거짓말쟁이라는 위험을 무릎쓰고 학벌을 속이려 하겠는가.




당당히 공개해서 손해 본 경우가 바로 진재영씨다. 진재영씨가 자신의 출신교를 공개한 것은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10여년 전 데뷔초 한 방송사의 오락프로에서 스타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에서였다.

처음에 mc는 진재영씨의 대략적인 인적사항을 불러주고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질문이 적힌 패널을 보던 진재영씨가 잠시 깊은 표정을 짓더니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진재영씨의 다음 답변은 좀 의외였다. "고등학교 이름이 틀렸어요. 한독여고가 아니라 한독여실이예요."

진재영씨가 졸업한 한독여실은 실업계 고등학교다. 보통 인문계는 고등학교라고 부르고 특성화 학교의 경우 고교 앞에 그 특성을 붙여 불러준다. 그냥 한독여고라고 하면 시청자가 진재영씨의 출신교를 인문계로 오해할 수 있었다. 진재영씨는 이걸 바로 잡아 자신이 졸업한 학교가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임을 시청자에게 밝힌 것이다.

* 실업계냐 아니냐를 따지는 한국사회의 풍토가 아니라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하지만 고등학생들까지 서로 따지며 차별적 시선을 배우는 한국에서 학교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지 않는 것은 비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참 희안하고 웃기는 동네가 아닐 수 없다.

아마 기획사에선 그녀의 출신학교가 정확히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을 것이다. 고급스런 이미지를 유지해야하는 여성연예인으로서 실업계라는 출신은 정형돈과 비교가 안되는 치명타이다. 그래서 방송사에도 한독여고란 이름으로 알려줬을 것이다. mc의 "맞습니까?"란 질문에 깊어진 진재영씨의 표정은 기획사와 자신의 답변 사이에서의 고민을 나타냈던 것이다.

그 얼마 뒤 진재영씨가 모교를 찾아가는 방송이 있었다. 그때의 당당함 때문이었던지 진재영씨는 모교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후배들도 자신의 학교를 그렇게 당당하게 소개하는 선배가 자랑스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모교의 반응과 달리 진재영씨의 출신학교 공개는 당시 정형돈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우려했던 대로 출신학교의 공개는 진재영씨의 이미지를 훼손했고 그녀는 이후로 추락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진재영씨 기사마다 학교의 이름과 함께 학력에 대한 비하성 댓글들이 따라다녔다. 학벌사회 한국에서 진재영은 유명하지 않은 자신의 출신학교를 공개한 잘못(?)을 톡톡히 치렀다. 




"너무 잔인하다. 나 뿐 아니라 내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도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에 상처의 무게는 정말 힘겹다."

진재영은 4년의 공백기 동안 세상과 단절하고 절친한 친구들과의 만남도 뒤로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털어 놓았다.

"그 시간 동안 우울증도 심했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에 대해 자책하고 괴로워했다. 동시에 세상 모든 욕심을 버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람관계, 일, 모든 것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으니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게 오히려 더 쉬워졌었다.

(
진재영 난 다시 태어났다 매일 매일이 행복.) 스타뉴스와 인터뷰 중에서



대중의 인기와 반대로 그녀에 대한 나의 관심은 높아졌다. 김완선 이후로 최고로 좋아하는 연예인은 진재영이 되었다. 그녀가 나올 때마 채널을 고정시켰다. 자신의 학교를 당당히 밝힐 때 앙 다물어 보이던 그녀의 입술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 그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있으면서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난 그녀가 똑똑한 연예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그녀가 수년전 방송사 무대에서 보여준 그 판단력은 한 인간으로서 올바르고 똑똑한 것이었다. 연예인으로서 잠시 실패할 수 있어도 인간으로서 실패하면 안된다. 그러면 회복할 수 없다.

최근 진재영씨는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4년의 공백을 이겨내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사실 데뷔초 반짝하다 이제서야 주목받는 걸로 본다면 그녀의 공백기는 10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인간으로서 성공적이기 때문에 이런 공백의 극복도 가능했던 걸로 보인다.

진재영씨 잘 참아냈다. 정형돈씨보다 수년을 앞선 당신의 솔직함은 이제 보상받아야한다. 학력을 위조한 연예인들은 잠시 지탄받고 다시 별일 없다는 듯 활동하는 이 현실에서 당신은 더 빛나야 한다. 제발 크게 성공해야 한다 진재영씨 당신 친구의 응원처럼.





 



댓글들에 대한 답변이 될까요 : 말씀하시는 진재영씨의 스캔들들은 한창 때의 인기를 잃은 후 일어난 일들입니다. 인기 하락과 겹친 거지 그런 것들이 원인이라고 하긴 그렇습니다. 실제 진재영씨는 데뷔초 반짝 인기 후 사그라들었는데 그런 시기적인 걸 감안한다면 진재영씨 에게 따라다니는 루머나 기사마다 따라다니는 학력비하성 댓글이 한 몫했다는 게 글쓴이의 생각입니다.  


* 댓글들을 읽고 오후 5시30분에 다시 추가합니다.

자자 정리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잘못 안 부분이 있는 거 인정합니다. 매니저와의 스캔들이 2000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98년이군요. 객관적으로 본다면 그 부분이 좀 더 치명타였다라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인정.

제가 진재영씨의 학력이 인기 하락의 주 요인이었다고 본 것은 진재영씨 기사마다 유독 많이 따라붙던 학력비하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스스로 출신교를 밝혔고 그 학교가 인기가 없는 학교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에 관한 스캔들에 이런 출신교에 대한 시비가 붙으면서 그녀가 급하락을 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진재영씨를 또 높게 평가하는 것은 그녀가 대학 등에 진학하여 최종학력을 지우려 하지 않고 그대로 안고 갔다는 겁니다. 그녀가 10년전 자신의 학교를 밝히던 모습과 이 사실이 합쳐지면서 되면서 참 강단있는 여자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진재영이 자신의 학교를 처음 그냥 '여고'라고만 했다는 소문은 저도 들었지만 한번도 그걸 직접 봤다는 사람은 못본 거 같습니다. 댓글에서도 한 분이 있다고 해서 재차 확인 부탁드렸는데 답이 없습니다.

마침 다른 분이 그와 반대되는 증언을 해주셨습니다. 진재영은 자신의 학교에 대해 인문계를 사칭한 적 없다고. 정확히 자신의 학교 이름을 불러주었다고 합니다.

예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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