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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친구들로부터 갑자기 바람을 쐬러 가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녀석들은 항상 이런 식입니다. 가면 가고 아니면 말고. 얼굴 본지가 꽤 된 거 같아 일단 가겠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보니 약속한 11시가 30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았습니다.

나올 때 지갑에 현금이 하나도 없어 일단 동반자에게 만원짜리 한장을 받아 나왔습니다.  집이 위치한 금곡동에서 약속장소인 동래역까지는 대략 8000원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앉아있는데 중간 넘어선 만덕 부근에 갔을 때 택시 미터기가 6000원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미터기의 요금 올라가는 속도가 완전히 총알이었습니다. 정말 눈을 감았다 살짝 뜨면 100원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뒤통수가 쭈삣 섰습니다. 아뿔싸! 얼마전 부산지역 택시요금이 올랐던 걸 생각 못한 겁니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만약 택시요금이 만원을 넘어가면 이게 무슨 창피인가. 좀 모자란다고하면 기사분이 그냥 놔두라고 할까? 역 내의 ATM기에서 돈을 뽑아 올테니 기다리라고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방과 지갑 속의 동전들을 뒤졌습니다.

다행히 1000원 정도의 동전이 호주머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좀 더 가까워져 대략 짐작이 가능한 택시 미터기는 만원을 넘어설 것 같진 않아보였습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습니다. 초조하게 앞으로 숙여졌던 몸은 다시 뒤로 젖혀졌습니다.

이제 요금에 여유가 생기니 좀 전까지 나를 공황상태로 몰았던 미터기에게 호기를 부리고 싶어졌습니다. 방금 전까지 엄두도 못내던 택시요금에 대해 기사아저씨에게 아주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물어봤습니다.


커서 : 아저씨 택시요금 정말 많이 올랐네요.

아저씨 : 아이구 기름이 얼매나 올랐십니꺼.

커서 : 내가 이 코스를 자주 달리는데 5년 전엔 5천원 약간 넘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만원 넘어갈라카네.

아저씨 : 5년전이면 그 정도 했을 낍니다. 이 요금도 3년만에 올린 겁니다. 작년에 2년째일 때 원래 올리야하는데 택시기사들이 못올리게 해서 부산시가 사유서까지 적어가면서 안올맀다 아입니까. 근데 올해 안올리면 문제가 있다 하데요. 지금은 1년에 한번씩 인상할지 안할지 결정하는데 올해까지 안올리면 이제 3년에 한번씩 올리게 한다하데요. 그래서 올해 안올릴 수 없었다 아입니꺼.

커서 : 기사들이 와 그리 반대합니까?

아저씨 : 매상 떨어집니다. 택시요금 올라가면 장사 안됩니다. 기사들이 이번 인상할 때 기본요금 2000원으로 올리자는 말도 했었는데 결국 22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아마 사주 측에서 반대했을 껍니다. 

커서 : 사납금은 어째 됩니까?

아저씨 : 아직은 안올랐습니다. 

커서 : 사납금이 얼마지요?

아저씨 : 6만원 하는데도 있고 7만원도 있고요. 아마 연말 쯤 오를낍니다. 지금 2만원 정도 오를끼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때되면 기사들 힘들지예. 요금 올라서 장사 안되는데 사납금은 오르고. 사납금 3만원 올라가면 택시기사 다 때려치운다고 합니다.


동래역에 내릴 때 미터기가 9700원이었습니다. 300원을 준다는 아저씨에게 괜찮다고 했습니다.

방금까지 돈 없어 쩔쩔 매던 인간이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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