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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작품 중에서 점(点)을 봐주는 작품이 있습니다. 관람객이 산통에서 무작위로 막대를 뽑아 막대 끝부분이 검은색이 나올 때마다 순서대로 동그라미에 표시해서 괘의 모양이 일치하는 사진에서 점을 보는 것입니다.  






많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신기해했고 대부분 설명서대로 점을 쳐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점(点)을 통해 그 어느 작품보다 관람객의 참여를 높인 작가의 아이디어가 신선했습니다. 관람객은 적어도 자신의 점괘가 그려진 사진 한장을 유심히 관찰했고 그 점괘의 내용도 찬찬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부산비엔날레에서 점(点)볼 수 있습니다.

이 재밌는 작품을 제 블로그에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음날 작품의 작가인 이상우님이 직접 댓글을 달았습니다. 몇가지 잘못된 내용의 수정과 정확한 작품의 제목을 알려주었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담긴 시디를 주겠다며 연락바란다는 글까지 남겼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작가의 사진작품 64장이 담긴 시디 두장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작가와 연결된 마당에 좀 더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고 또 예술가가 보는 예술은 어떤 건지도 궁금했습니다. 작가에게 이메일로 몇가지 질문을 보냈습니다. 이틀뒤 <회상2008부산> 이상우작가의 답장을 받았습니다.


거다란(커서)님. 안녕하세요... 반갑네요. 보내드린 CD 잘 받아 보셨다죠. 즐겁게 감상하셨다니 고맙습니다. 질문에 대한 내용은 잘 이해하구요, 혹시나 성의 없어 보이는 답변이 될까 걱정스럽네요. 사모님께서도 사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사실 저는 사진을 전공한 것도 아니라 이론이나 실기에 있어서 남에게 가르쳐 드릴 실력은 아니랍니다. 다만 예술의 장르와 영역구분이 없어지는 요즘 시대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매체의 작업이라 생각합니다.(이상우작가의 답장에 있는 인사말) 



커서 : 72장의 작품을 만드실려면 그 몇배의 사진을 찍으셨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으셨고 부산엔 며칠 체류하셨습니까? 찍은 장소들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사진에 관심 많은 분들을 위해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서도 설명이 가능하시다면...

이상우 : 이번에 출품한 64개의 사진은 부산을 주제로 한 작업입니다. 굳이 제목을 부여하라 하니‘회상 2008 부산’이라하였습니다. 회상이라는 단어가 말하듯이 현재를 기점으로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을 포착하여 과거의 시점에 이르게 되고 또 훗날 그들을 생각나게 하다는 거죠. 시점은 2008년 이고 부산입니다.

이번에 출품을 위하여 부산에서 머물기를 4일,3일,3일 하여 10일, 오가는 시간까지는 16일간 작업을 하였습니다. 또 부수적인 작업으로 꼬박 약 3개월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파리로 유학하기 전(1982년)에 혼자 여행으로 2박3일을 하곤 다시 찾아와볼 기회가 없었고, 그 당시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해안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로만 - 태종대와 영도 광복동 정도와 버스를 타고 스치듯 지나가던 도시의 풍경들이 기억이 됩니다. 광복동 시장 길에 있는 좌판에서 할머니가 비벼준 매운 국수를 먹고 탈이 났었던 것도 기억나는군요. 지금 보니 비빔 밀면 이더군요...) 사진 작업은 동뜨기 전 새벽부터 시작해서 저녁8시 또는 야간작업도 합니다. 새벽과 저녁은 제게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시간도 짧으려니와 순간순간 무수한 변화가 있어서 많은 것을 포착 할 수가 있습니다. 컨디션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사진 작업양은 날마다 다릅니다. 소재가 잘 보여 포착이 잘되는 날은 평균 900~1000장, 보통은 500~600장정도입니다.

사진 작업의 장소는 도시의 지도를 참고하여 될 수 있는 한 빠짐없이 하려합니다. 명소에서의 작업이 아니라도 이외로 좋은 소재를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우선적으로는 무작위로 걸어 다니곤 하여 그날 작업을 끝내고 오면 빠트리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아직도 못 가본 장소나 또 가봤으면 하는 장소도 많이 있고 ,이렇게 다니다보니 도시의 매력이 느껴지고 정이 드나봅니다. 전시에 출품한 작업 이외에 확장할 작업이 있어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부산에서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요즘 카메라의 종류도 많고 모두가 다 아는 부분이니 특히나 설명드릴 것이 없습니다. 작품 사진으로 할 경우 심도나 확장의 경우도 염두해서 DSLR이 좋겠죠. 예술 작품에 공식이 어디 있으며 정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흥미와 관심이 있고 실제로 투자할 시간적 여유만 조금 있다면 누구나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있습니다.




커서 : 64장의 사진에 주역의 괘를 붙이셨는데 그 괘와 사진은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몇 장 예를 들어 설명해주신다면...

이상우 : 64장의 사진에 주역의 괘를 붙였는데 그 괘와 사진과의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괘의 설명에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데, 특정 사진에 특정 설명이 있다면 좋지 않다 생각합니다. 괘의 이치 또한 차면 기울게 되고 기울다 보면 차게 되는 끊임없는 변화(역)라 특정한 모습의 사진과 설명은 무관하다 봅니다. 다만 괘를 색(백,흑색)으로 표현하여서 사진과의 조형적인 문제가 없도록 하였습니다. 예를들어 야간이나 저녁무렵의 사진에 검은색의 점이 있다면 보이질 않으므로...




커서 : 선생님 작품은 부산비엔날레에서 독특하고 재밌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일반인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일반인의 접근을 고려하고 작품을 만드십니까?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얘기해주십시오. 선생님 작품에서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평소 주역에 관심이 많으셨습니까?

이상우 : 우선 작품을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전반적인 저의 작업에 커다란 주제는 동양(동방) 사상(철학)입니다. 이전의 작업들은 일반 대부분의 작가들과 같이 개인적인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조형적인 의미로서의 작업은 이미 사진과 괘의 형상으로만 작업이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와 같이 대중과 소통을 나눌 수 있는 틀로 기획한 것은 다분히 작가의 의도로 가능하다 봅니다. 다만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부가적인 기획은 얼마든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사실 작품을 보며 사진이 주는 조형적인 의미나 감성적인 내용 말고도 주역이 주는 철학적인 사상을 쉽게 알아보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관객의 수준에 따라 인본철학으로서의 도(道)를 볼 수도 있고, 점괘의 기(氣)를 느낄 수도 있는, 다시 말하자면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와 같은 틀로의 전시는 네 번째이고 일반 회화(페인팅)로 한번, 사진 매체로 세 번째입니다. 전시때 마다 나눔으로서의 호응이 있어 이렇게 부산비엔날레에도 참가하게 되었나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도시나 지역에서도 계속해보고 싶습니다.  




커서 : 관객들이 선생님 작품을 사진 찍어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를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전시회에서 디카에 대한 제한을 없내는 게 예술에 더 이롭진 않을까요? 요즘 관객들의 디카찍기 행위에 대해 한 말씀.

이상우 :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저의 작품을 촬영한다 해도 원본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나 원본이 유출되어 복사를 한다면 몰라도 말입니다. 유사 창조행위는 가능하겠지만 어느 누구가 똑같이 하겠습니까...다른 관객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 한 전시장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기념사진 몇 장 찍는 것은 무방하다봅니다.

커서 : 선생님의 작품이 비엔날레 소개에서 많이 노출되더군요. 작품에 대한 반응도 많았을텐데 어떤 반응들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상우 : 저의 작업에 대한 소개나 반응은 인터넷으로 보는 것 이외에는 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술잡지에도 소개되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그중 거다란(커서)님의 소개가 제일 큰 것 같습니다. 혹시나 다른 곳에 노출된 기사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스크랩으로 만들렵니다.

커서 : 일반인에게 현대예술은 참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하는 겁니까? 현대예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예술이란 무엇입니까? 자극? 아름다움? 일탈? 해체? 낭비? 예술은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입니까?

이상우 : 한마디로 무엇이라 규정 짖기 어려운 것, 또는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이 예술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것을 보려하고 이해하기란 어렵기만 합니다. 표현하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만 이해한다면 99%는 잘 봤다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 역시 자꾸자꾸 어렵기만 합니다.

커서 : 부산비엔날레 느낌이 어떻습니까? 저는 솔직히 이번에 처음 보는데 상당히 좋아보입니다. 자유로워 보이고 제한도 별로 없고. 부산비엔날레에서 소개할만한 작품이 있다면...

이상우 : 전시회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 많은 변수가 생겨납니다. 각자가 받는 느낌도 다르다봅니다. 주최측과 관계자, 작가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한다면 좋은 전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이 있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역시 비엔날레 전체 전시를 관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내어 보려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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