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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연예인들의 소문을 모아놓은 연예인엑스파일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내용은 대부분 황당무계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지했다. 뭔가 있으니 이렇게 정리까지 해놓은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너무 말이 안된다고 한마디 던지면 꼭 돌아오는 말이 있었다. "소문들이 나중에 다 사실로 밝혀지잖아."

소문들이 다 사실로 밝혀지진 않는다. 엑스파일에서 거론된 백여개의 소문들 중 실제 사실로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실제 사실로 드러나는 것은 극히 일부인 몇개인데 그 몇개의 소문이 상당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면서 대중의 루머에 대한 태도를 진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100개 중 1개의 사실로 드러난 루머 때문에 대중은 루머에 신빙성을 두고 나머지 99개의 소문 관련자들은 그 한 개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나훈아는 기자회견장에서 바지를 벗으려는 포즈를 취하고서야 소문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영애는 마약테스트를 받는 모욕을 당하고서야 혐의를 벗었다. 최진실은 안타깝게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루머는 인터넷이 나타나면서 그 파괴력이 더 커졌다. 그래도 예전엔 주변에서 수군거리기만하고 직접 알려주지 않아 한참 뒤에야 해당 연예인이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소문을 알았다해도 당사자로선 듣기 곤욕스러운 소문의 반응까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만 치면 관련된 소문을 볼 수 있고 댓글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도 볼 수 있다. 인터넷이 공인들의 삶을 위험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을 없앨 수 없다. 인간의 소통욕구로 인터넷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연예인 가쉽은 인터넷 내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다. 인터넷시대에 인터넷의 파급력은 연예인이 어느 정도 감수해야할 부분이 있다.  

중앙일보 기사 : 사이버 주홍글씨의 비극


최근 연예인 자살 사태에서 이런 루머에 대한 비판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루머와 함께 댓글도 같이 엮여 비판받고 있다. 인터넷댓글이 연예인을 괴롭히는 것은 사실이고 자살에 영향을 준 부분이 일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역할을 한 루머와 동등하게 책임을 물어야할 정도인지는 좀 의문스럽다. 

루머와 댓글은 개인에 대한 파괴력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댓글 앞에서 여론은 동정적이다. 그러나 루머 앞에서 여론은 한발 물러선다. 아무리 황당한 내용이라도 대중은 루머의 사실 여부가 확인되어야 편을 들어줄 수 있다고 고집부린다. 댓글과 싸우는 연예인은 격려받지만 루머와 싸우는 연예인은 의심받는다. 댓글은 사회 전체와 공인이 악플러와 싸우지만 루머는 공인 한명이 사회 전체를 상대하는 꼴이다.

댓글이 문제처럼 보이는 것은 댓글에 공격당한 당사자의 격렬한 반응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루머는 반응조차 어렵다. 댓글은 반응으로 해소할 여지가 있지만 루머는 그럴 수도 없다는 데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아는 척하기도 힘들고 모른 척 연기하기도 어렵다. 댓글은 삶의 일부를 흔들지만 루머는 삶의 리듬 자체를 흔들어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

댓글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연예인을 곤경에 빠트리는 주된 요인은 루머에 있다. 무엇보다 1차적 책임은 인터넷 밖에서 형성된 루머이다. 댓글은 그에 따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댓글과 루머가 그 파장과 위력이 분명히 차이나는데 그 두 현상을 동등한 악의 축으로 다루는 데엔 정치적인 의도도 느껴진다.

이 루머를 없앨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댓글을 공격하면 루머가 없어질까? 현상을 공격해서 원인을 제거했다는 말은 듣도보도 못했다. 우리가 정말 집중하고 노력해야할 것은 루머기사에 달리는 댓글보다 루머가 퍼지는 사회구조의 개선이다. 

한국에서 루머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사회적 잣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과 언론이라는 공정해야할 사회적 잣대가 자신들 집단의 이익에 따라 춤을 추니 잣대를 믿지 못하는 국민들은 소문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루머의 위력을 높인 것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언론과 법 엘리트들이다. 그 루머의 전파력을 키운 것은 인터넷이다. 사회 개선의 효율성을 높이자면 인터넷보단 법과 언론을 손보는 게 우선일 것이다.



* 싸이의 아래 노래 빤빠라 가사를 음미하면 연예계의 소문들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짐작이 되는 부분도 있다.

황송하오나 공인이 된 빤빠라
(중략)
편 갈라 패 싸움하는 이 바닥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빤빠라
(중략)
서로가 고자질하는 이 바닥
에라 모르겠다 만만하게 빤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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