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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서울 갔다 왔따. 이번엔 아다리가 잘 됐다. 스케줄이 하나 끝나면 다른 게 이어져서 두개의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재밌었고. 그리고 둘 다 밀도있는 얘기들을 나눴따. 쓸 게 많다 했는데 내일부터 또 부산국제영화제다. 여기 프레스배지를 받아서 개막파티까지 취재 가능하다. 취재에도 때론 관리가 필요하구나. 내게 취재 기회가 한꺼번에 이렇게 올줄이야



 



정보문화포럼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 다녀왔다.

한국정보문화포럼이 뭐하는 곳이냐고? 이 토론회를 정보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걸 보니 정보문화포럼은 정보문화진흥원과 관계있는 듯 하다. 뭐라는 설명을 잠시 들었는데 머리에 새기지 못했다.

그간 블로거로서 몇번의 토론회를 참석했는데 이번 토론회가 가장 무거웠던 것 같다.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께서 사회를 보시고 교수 두분이 아주 무거운 주제의 발제를 했다. 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참석했는데, 각 분야의 관계자들의 참석으로 발언의 맞물림이 이루어지면서 무게감은 더 했다. 그래서 출연료(?)도 조금 더 무거웠다. ^^;;

원래는 아고라 등에서 벌어지는 인터넷 토론에 대한 옹호논리를 준비하려 했다. 그런데 아고라 등을 분석한 발제자의 토론문을 받아보고 방향을 바꾸었다. 이미 내가 생각하는 부분들을 다른 참석자들도 다 인지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복되는 얘기보다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얘기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번 토론을 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가장 재밌어 하는 것은 얘기가 있는 경험담이라는 것이다. '그때 그래가지고요...' 하면 사람들의 눈이 초롱해지고 귀가 솔깃해졌다. 거기에 내 의견을 덧붙이면 깔끔한 토론문이 되었다. 말하기도 편하고 듣는 사람도 즐겁고.

생각해보니 촛불집회 참여자들들의 토론을 다룬 블로그 포스트가 있었다. 다리 뻤으니까 알아서 눕혀준 셈이다. 누웠더니 보기 더 좋았다. 블로그의 포스트는 그외의 참석자들에겐 블로거의 현장까지 보게되는 재밌는 볼거리다. 거기다 오피니온리더에게 내 블로그 홍보까지 하게 된다. 이거 망구 내 생각은 아니겠지...

내가 인용한 포스트는 지난 7월13일 "촛불집회 최고의 명장면은 5월24일에 있었다."는 글이었다. 여기에서 나는 시민들이 어떻게 여론을 형성하고 해소하는지를 설명했다. 집회의 방향에 대한 인터넷토론에서 일치된 의견이 나오고 그 의견이 참여로 현실화되면서 정국을 급변시킨 과정을 얘기했다.

이 과정이 토론에서 교수들이 인용했던 하버마스의 그 공론장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부분 그 공론장과 겹친다. 중요한 것은 자율과 책임에 의한 참여의 동력을 인터넷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편향성의 극복(개인적으로 촛불이 편향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촛불을 우려하는 사람 시선을 반영해서 하는 소리) 등은 설계와 의지로 가능하다.

문제는 공론장이 아니다. 현실을 앞선 이 공론장을 현실의 주도 세력들이 활용할 의지나 역량이 있냐는 것이다. 공론장의 문제가 아니라 공론장 외부에 있는 자들의 문제이다. 지금 그들은 그들의 문제를 공론장이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그들만큼 천박해지는 수밖에...




처음 발제한 조화순교수님의 글에 태클이 좀 있었다. 조교수의 발제문이 촛불시위를 비판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촛불에 동의하는 글이라 할 수있다. 문제는 조교수의 인터넷 토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반론을 한 사람들은 조교수의 높은 기대치 설정이 인터넷토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장 거슬렸던 주장은 인터넷미디어협회 변희재 대표였다. 그는 촛불반대 카페(노노데모)에서 아고라인을 대상으로 한 '파블로프의 개'로 불리는 악의적 실험을 소개했다. 이 카페의 한 네티즌이 아고라의 입맛에 맞는 광우병 관련 거짓 정보를 올렸는데 이 게시물에 아고라인 무차별적인 추천이 쏟아졌다는 부분을 얘기하면서 아고라의 네티즌이 "기초적인 정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무지한 자들이라는 점"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네티즌이 "정치권보다 더 한 수준의 당파적 목적을 띄고 선동하는 데에만 몰입"하는 것은 운영자가 핫이슈를 선정하며 개입하는 포털의 토론방 관리방식과 관련있다며 인터넷 토론에서 포털이 손을 떼고 과거의 사설 게시판 방식으로 토론자에게 맡겨두는 토론방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희재대표에게 간단히 세가지만 얘기해주고 싶다.

첫째, 인터넷의 속도와 네티즌의 합리성은 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누구도 인터넷처럼 빠른 속도로 정보가 유통되는 곳에서는 그 속도에 맞게 판단력을 유지하긴 힘들다. 촛불집회와 같은 급박한 시국에서 정보의 유통 속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그때문에 판단의 정확성은 떨어진 부분이 있다. 그러나 부정확성은 또 인터넷의 속도만큼 금방 교정된다. 황우석사태를 악화시킨 것도 인터넷이지만 또 그걸 바로 잡은 것도 인터넷이었다. 집단지성의 합리성은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평가되어야하는 것이지 정보의 유통속도에 뒤쳐지는 하나의 판단만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우리는 계층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신문사와 인터넷에 각 분야에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신문사는 보수가 주류고 인터넷은 진보가 주류다. 신문과 인터넷이 서로 대결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이 균형을 잡아버리면 이념의 축은 한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언론시장의 불균형에 대응해 인터넷의 성향이 만들어졌다. 인터넷의 균형을 원한다면 그에 맞게 신문의 균형도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 분야가 먼저 균형을 잡고 다음에 네티즌에게 요구하는 게 순서다.

셋째, 포털이 토론게시판에서 빠지면 어떻게 될까? 보수언론이 아마 신이 날 것이다. 포털이 게시판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메인에 네티즌의 게시물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얘기고 그건 포털 첫페이지에서 시민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토론방을 민주화 시켜놓으니 결국 사회 전체의 민주화가 후퇴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더 필요로 하는 것은 시민의 목소리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올라갈려면 현재로선 편집자가 선택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한다해도 다른 방식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어떤 방식을 권하려면 사업성에 대한 고려도 해주어야 한다. bbs방식의 토론은 사실 사업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토론게시판을 공익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유지할 사업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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