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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타짜의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말이 많다. 특히 한예슬의 사투리가 많이 지적받고있다. 부산사람인 내가 보기에도  한예슬의 사투리는 경상도 사람이 서울말 흉내내는 것처럼 듣기 민망한 편이다. 사투리는 김민준이 가장 좋고 장혁도 몇번 삑사리가 나긴 했지만 나쁘진 않다.

사람들이 서울말과 경상도말의 차이를 느끼는 것은 주로 액센트 위치다. 경상도 말은 앞 부분이 강조되고 서울말은 뒤가 올리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서울사람이 경상도 말을 흉내낼 땐 앞을 올리고 경상도 사람은 서울말이라며 뒤에 힘을 준다.


정반대의 위치의 액센트에 부담을 느끼는 서울사람들은 앞 부분을 급하게 높이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경상도사람은 서울말 흉내낼 때 뒤만 올린다. 한예슬의 사투리가 어색한 것은 이렇게 앞부분을 급하게 올려놓고 부산사투리라고 우기기 때문이다.

앞부분에 '액센트'보다는 '무게'를 준다는 말이 경상도 말에 대한 보다 정확한 설명이다. '뭐라노?'에서 '뭐'는 쑤욱 밀고 올라가는 느낌으로 발음해야 한다. 그래서 경상도 말은 첫 음절이 두 음절 정도의 길이로 발음된다. 액센트로 설명하자면 첫음절이 아니라 길게 발음된 첫음절의 뒷부분을 올리는 게 경상도 말에 더 가깝다.

예전 골든벨의 액센트 게임을 해보면 알 수 있다. '고무신'이란 단어를 순서대로 올려보면 '고'를 올리는 것보다 '무'를 올리는 것이 더 경상도사투리로 느껴진다. 첫음절의 뒷부분을 올리는 경상도 말이 두번째에 액센트를 주는 것과 유사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마지막 '신'을 올리는 건 서울말 느낌이 난다.

말을 밀어 올리면 아주 강하게 들린다. 영화 <친구> 등에서 부산 사투리가 위협적이었던 것도 앞쪽에서 길게 밀어올린 어투 때문이다. 유오성이 '주글래'를 발음할 때 '주'자를 길게 밀어올리고 뒤의 '글래'는 '주'자에 묻히는 느낌 정도로 내준다. 이런 경상도 말의 맛 때문에 영화계가 조폭 영화에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쓰는 것 같다.(전라도 사투리의 은근한 무게감은 경상도와는 또 다른 서늘한 공포를... ^^;;) 

*  첫 음절에 강조가 들어가고 뒷 말을 흐리는 영향 때문인지 경상도 말엔 축약어가 많다. 반면 뒤를 올려주어야 하는 서울말은 끝까지 발음해야하기 때문에 축약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경상도라고 다 같은 말은 아니다. 아무래도 위쪽으로 올라갈 수록 말씨가 지역적 영항 때문인지 서울쪽과 가까워진다.  대구는 부산처럼 앞 음절이 길게 강조되지 않는다. 서울사람이 경상도 말씨를 흉내내면 대구 말씨와는 비슷한 느낌이 나는데 부산말은 영 아니다. 대구아가씨들의 경상도 사투리가 귀엽다고  하는 것도 앞 음절의 강조가 덜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한예슬이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앞부분 액센트가 있다는 정도의 일반적 이해 수준에서 그친 사투리다. 한예슬 나름대로 연기자로서 경상도사투리를 연구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일반인도 아닌 연기자로서 불성실하다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말이 어색하면 감정이 실릴 수가 없다. 귀에 거슬리는 어색한 사투리는 드라마의 사실감을 떨어뜨리고 당연히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투리만 잘 구사하는 것으로 재미를 살린 드라마가 많다는 것을 한예슬 측이 알아야 할 것이다. 

잘 모르겠으면 돌아온 뚝배기에서 카페 칸나의 뜨락 여종업원으로 일하는 김미순을 만나보라. 그녀의 사투리가 드라마를 어떻게 장악하는지 함 봐라.


* 블로거 몽구님이 이 글에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몽구님은 드라마 타짜 관련 다른 기사를 기획 중이십니다. 기대하세요. ^^

* 그리고 사투리 분석을 위해 한시간 동안 같이 연구한 제 동반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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