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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이름이 ‘쌍용리’일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최병성목사님이 부산에서 출발한 저에게 ‘쌍용’으로 가있으라고 했을 때엔 공장표지판이 크게 붙어있구나 생각 했습니다. 도로표지판에 '쌍용'이란 이름을 봤을 때도 회사가 크다보니 동네이름도 회사에 맞게 고쳤구나 싶었습니다. 쌍용리 조이장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쌍용시멘트보다 쌍용리가 먼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쌍용’은 영월에 살다 승천한 두 마리 용을 말한다는 것도 집에와서 검색해서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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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리 가는 길에 붙어 있는 도로 표지판

‘쌍용’이란 이름이 62년 설립된 쌍용양회에 붙여졌고 이후 쌍용그룹의 사명으로 쓰여지게 된 것입니다. 유명 대기업이 이름을 본딴 예사롭지 않은 곳입니다. 그러나 마을은 쌍용이란 이름이 무색했습니다. 이 정도로 큰 공장이라면 주변에 왠만한 상권이 형성될 법합니다. 그러나 먼저 도착해 최목사님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둘러본 마을엔 상권이랄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둘러보신 환경단체의 한 분이 “새집이 하나도 안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마을의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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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잃어가는 마을의 모습.


이런 곳에서 가장 곤란을 겪는 건 방문자들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일행들은 오후 9시쯤에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기다리는 3시간을 보낼려고 둘러보니 있을만한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피시방은 꿈꿀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시골에 하나씩 있다는 다방을 찾았는데 간판만 붙어있고 장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3시간을 꼼짝없이 차안에 갖혀 기다려야 할 판이었습니다. 다행히 최목사님께서 쌍용리 조이장님께 연락해주셔서 쌀쌀한 날씨를 피하여 따뜻한 커피 한잔 하며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초면이었지만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서로 시멘트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이야기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보통 대기업 주변엔 상권이 형성되는데 여기엔 두어개 식당을 제외하곤 상권이 없어 보이는데 왜 그렇냐고 물었습니다.

“90년대말부터 직원들이 다 빠져나갔어요. 그때 이사가는 직원들 회사에서 퇴직금을 땡겨주는 등의 지원도 좀 있었다는 얘길 얼핏 들은 거 같아요. 그땐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점이 얼추 쓰레기시멘트 시작할 시점과 비슷한 거 같아요.”

이장님은 직원들이 쓰레기시멘트의 유해성을 미리 알고 이주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셨습니다.

“지금 직원들은 대부분 여기 안살아요. 사택에 일부 직원이 있는데 전부 남자들 뿐이예요. 가족들은 제천이나 서울에 있어요.”

공장근처에 왜 상권이 없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쌍용리에 공장은 있지만 직원들은 쌍용리에 살지 않고 있었습니다. 쌍용리에 쌍용시멘트가 주는 거라곤 먼지와 쓰레기분진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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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먼지날리는 재료들을 실은 차들이 계속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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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진을 막기위해 집에 비닐을 둘러쳤다





바로 앞에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학생이 몇 명이고 체육수업은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옆에 있던 조이장님의 중학생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30명정도요. 체육은 운동장에서 못해요. 실내에서 운동하죠.”

회사내부를 견학해봤는지 물으니 올해 초 일본공장에 갔다왔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회사에서 주민들 일본시멘트 공장에 데려갔어요. 일본에도 공장주변에 주민들이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회사측의 기대와 반대로 역효과만 났어요. 일본시멘트 공장엔 먼지가 하나도 없어요. 공장주변도 아니고 공장내부인데도 그렇게 깨끗해요. 하도 신기해서 우리 온다고 청소했냐고 물어보니까 아니래요. 풀밭을 뒤져도 시멘트가루가 없어요. 같이 간 회사관계자들이 할말을 잃었죠.”

문제는 분명했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회사측에서 온갖 방법으로 시멘트 이슈화를 막고 있었습니다.

“회사측에서 갖은 방법을 다 써요. 9월13일 최목사님과 환경단체에서 회관에서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는데 그날 회사직원과 가족까지 몽땅 나와서 차와 사람으로 회관 주변을 둘러쌓어요. 직원의 사모님으로 보이는 분인데 임신을 했더라구요. 임산부는 보내드려야 안돼겠냐고 했는데 끝까지 남아계셨어요. 그렇게 해서 그날 모임은 무산됐지요.”

회사가 동원하는 것은 직원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중에 친척이나 자식 중에 쌍용 다니거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 있어요. 그분들 통해서 이 마을 사람들 관리해요. 얘기하면 고개를 끄덕거리시던 분들도 모이라고 하면 잘 안나와요. 친척들이나 자식들 보기 미안하니 그런거죠. 마을유지들도 관리해요. 시멘트대책 때문에 회관을 쓸려고 하면 유지들이 못쓰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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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행 블로거 일행을 막고선 일부 지역주민들

마침 11월 8일 환경학회에서 건강검진이 있었습니다. 회사와 마을 모두가 검진을 하기로 동의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날 검진에 회사쪽에선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장 쓰레기시멘트를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 정작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회사측의 압력이 있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이장님 사모님이 검진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피를 6통 정도 뺐어요. 피가모자라 혈관 여기저기 쑤셨죠. 그런데 고혈압이 많더라구요. ***엄마도 50키로가 안나가는데 고혈압이라고 판정났어요. 얼마전에 본 한국타이어공장사건이 생각나더라구요. 거기도 고혈압환자가 많았다는 걸 봤어요. 혹시 한국타이어와 연관된 증상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거기는 타이어 만들고 여기는 타이어 태우잖아요."

이장님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진폐증도 30년 뒤 밝혀졌어요. 쓰레기시멘트도 그 정확한 원인이 30년 뒤에 밝혀질지 모르죠. 그때 되면 다 병걸릴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무슨 소용 있어요. 나중에 다 쓰러지고 나서 대책 세울건가요."


회사측은 분명한 증거도 없이 최목사님이 회사를 음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점점 빛을 잃어가는 마을만큼 분명한 증거가 어디있을까요. 정비소에서도 쌍용리차는 알아본다고 합니다. 세차로도 지워지지 않는 검은 분진을 지우기 위해 화학약품을 쓰는바람에 쌍용리차는 광택이 없다고 합니다.

쓰레기를 태워 시멘트를 만들면서 그 유해성을 주민과 환경단체에 증명해보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이건 쓰레기를 사용하는 시멘트 회사가 그 무해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멘트의 무해성을 증명하기 위한 좋은 방법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쌍용리에 쌍용시멘트 직원들을 거주시키십시오. 떠난 직원들 다 부르고 사택도 새로 지어 주민들에게 보여주십시오 . 시멘트 공장 주변에 사람도 살수 있다며 일본 데려가지 말고 공장 바로 옆에다 보여주십시오. 어떻습니까 해보실 생각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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