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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분배다


인도에서 일부러 인력으로 땅을 파는 것은 포크레인으로 생산한 것을 분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포크레인으로 생산하면 몇십배 생산할 수 있지만 그 생산물은 가난한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분배가 수반되지 않는 생산은 무용하다는 것을 인도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인도가 답답하지만 인도는 분배하지도 못할 생산을 부추기는 우리가 이상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동사무소에서 매분기 형편이 어려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공공근로를 모집한다. 하는 일은 휴지 줍고 돌 좀 나르는 거다. 그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이다. 그냥 돈 나눠줄 순 없으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도 시키는 거다.

세상을 잘보면 실제 생산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부분은 생산을 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생산 된 것들이 자신에게 잘 들어오도록 그물을 드리우고 있다.

성형의가 무슨 생산을 하는가? 학원은 생산이 아니라 학생들 혹사가 주 업무다. 다이어트산업은 생산된 살을 배출하는 일을 한다.

공공근로처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들이 오늘날 산업으로 대접 받고 있다. 이런 것들은 생산된 걸 분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산업은 이처럼 생산보다 분배적 성격이 강하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이 폭증했다. 산업국가의 국민 모두가 생산에 참여하면 엄청난 양의 상품이 쏟아지게 된다. 바다와 강에 물건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

보다 필요한 건 상품의 생산자가 아니라 분배자이다. 생산이 얼마든지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제 중요한 것은 분배다. 생산은 일부만 하고 나머지는 생산물을 해소하기 위한 일을 한다. 경제는 생산이 아니라 분배다.

물론 그들은 이런 걸 분배라부르지 않는다. 유통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유통'이라고 쓰는 이유는 물론 정치적인 이유다. 분배는 사회의 개입을 부를 수 있지만 유통은 그들이 주도할 수 있다.  

'무조건 생산을 많이해서 나눠먹자' 는 1세기전 방식이다. 누울 자리 보고 뻗어야 한다. 분배할 산업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생산은 무용하다. 분배가 지체되면 생산도 지체된다. 분배가 원활해야 생산이 늘어난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2만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2만명은 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직자가 된 것이 아니다. 경제를 구성하는 분배구조 하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분배할 통로가 없어진 것이다.

다시 2만명에게 분배할 정교한 구조를 다시 쌓아야 한다. 리먼처럼 자연스럽게 생산물의 저수지에서 호스를 대고 뽑아 먹는 조직을 세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왜 동사무소는 그냥 돈을 나눠주면 되는데 피곤하게 밑빠진 독에 물이라도 붓게 하고 돈을 주는 걸까? 그냥 돈을 주면 그 꼴을 다른 사람들이 못봐주기 때문이다.


김씨 : 어제 동사무소가니까 3만원 그냥 주데.
이씨 : 뭐야 이런 씨부럴 나는 왜 안줘?
김씨 : 몰라 내가 줄 섯나봐.
이씨 : 당장 동사무소 가서 결딴을 낼껴.



예전에 100명이 돌리던 공장을 이제 10명으로도 충분하다. 그럼 10명만 일하고 90명은 놀면 된다. 그러나 일하는 10명이 나머지 90명이 노는 꼴을 못본다.

그래서 90명은 생산하는 척한다. 일부는 사교육 시장에서 과외하고, 일부는 깡패 되서 삥 뜯고, 일부는 식당을 차리고, 일부는 단란주점에서 술을 판다.

생산이 충분한데 왜 이들이 일을 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노는 꼴을 못보기 때문이다. 90명이 놀고먹으면 그 순간 10명도 일손을 놔 버린다. 경제는 바로 무너지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은 신뢰다. 분배를 할 땐 반드시 수긍할만한 기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뭐라도 시켜놓고 줘야 한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자본주의의 철칙이다.

그런데 분배는 일에 대한 평가에 별로 근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캐나다는 왜 육체노동자에게 돈을 많이 주고 한국은 그러지 않는가? 분배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명분이다.

한국은 학벌이 좋으면 더 준다. 사법고시 패스하면 더 준다. 야근해서 놀았던 말든 도장 찍으면 더 준다. 회사에서 상사 잘 모시면 그것도 일 잘하는 것이라며 더 준다.

변호사, 대기업간부, 고급공무원이 생산을 많이 하거나 가치있는 일을 해서 돈을 많이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분배의 길목을 잘 차지한 것이다. 그들은 생산경쟁에서 이긴 게 아니라 길목경쟁에서 이긴 것이다.

예전에 환경은 비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녹색저탄소산업을 육성하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직까지 석유는 가장 효율적인 연료인데 그런 연료를 마다하고 어떻게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일까? 석유를 바로 경제라 생각한 우리로선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분배산업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생산은 석유가 아니라도 필요하고 남을만큼 가능하다. 석유로  쓸데없는 생산을 만드니 석유를 없애는 일자리로 분배를 하는 게 낫다는 거다.

생산을 분배하는 게 중요한 시대에서 굳이 석유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생산을 잘하는 산업보다 분배를 잘하는 산업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에서 경제는 곧 생산이다. 기업은 생산과 분배 두가지 기능이 있는데 정부는 기업의 생산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 생산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그림은 없다.

분배의 명분은 조잡하다. 실제 정말로 힘든 일을 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명분을 더 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학벌을 잘 따고, 길목을 잘 차지하면 평생 상당한 양을 분배 받는다.

분배의 구조도 후진적이다. 젊은이를 끌어들이는 주된 산업은 유흥업과 사교육이다. 실직한 사람들이 갈 곳은 자영업뿐이다. 떳떳하지 못한 산업들이 판친다. 산업구조의 재편에서 개인에게 너무 강한 책임을 떠 넘긴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 '경제는 분배'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부재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생산된 것을 나누기 위해 짜는 게 경제라는 것을 알고 경제를 운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다.

<넘 돈 먹을려면 고생해봐라.>나 <땅 파봐라 십원짜리 나오나.> 등의 말들이 쉽게 내뱉어지는 것도 우리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천박하고 조잡하기 때문이다.  

경제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다. 우리가 합의하고 그 합의한 걸 모두 수긍하면 그만이다. 구성원의 신뢰를 깨트리지 않으면서 보다 정교한 분배망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게 좀 쉽지 않다는 거지 불가능 한 건 아니다.

후진국은 이 합의가 어렵지만 선진국은 쉽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선진국인 것은 우리보다 더 합의된 경제 시스템을 잘 운영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번 금융사태에서 봤듯이 시장주의자들의 나라가 아니다. 빨갱이들이나 하는 구제금융을 투입한다. 그들이 선진국인 이유도 우리보다 더 합의된 시스템을 잘 운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만큼 합의도 형성되지 않은 나라다. 이런 나라가 시장을 주장하는 것은 좀 의심해볼만하다. 합의를 이끌어낼 능력이 없으니까 미리 발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사회를 스스로 기획하고 합의해가면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구성원의 분배명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분배구조도 건강하게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왜 애들과 학원 강사를 새벽까지 혹사시키면서 분배하나? 그 돈으로 애들 체험학습을 시키는 게 훨씬 정서에도 좋고 교육에도 효과적이다. 체험학습장이 성업하면 농촌경제가 살아나고 거기서 더 건강한 고용이 생길 수 있다.

왜 한국엔 술집에서 도우미로 돈을 버는 여자들이 많은가? 술 퍼마실 돈으로 관광을 하면 관광산업에서 더 건강한 고용을 또 만들 수 있다.

실직 중장년층에게 돌을 날라서 돈을 주게 하지 말고 인터넷에 글을 쓰게 하고 돈을 주면 어떨까? 블로그를 산업으로 키워서 젊은이들에게 컨텐츠 산업으로 분배하면 어떨까?

스페인은 축구와 관광산업으로 서로 즐기고 놀면서 생산물을 분배한다. 우린 왜 서로를 닥달하고 봉변에 처하게 하면서 분배하나? 한국인이 원래 그런 종자라서 그런가?

석유가 없어서 그렇다고? 석유가 없는 우리는 그런 여유가 없다고? 앞에서 석유와 경제는 상관관계가 많이 약화되었다는 얘긴 쌈싸 처먹었나?

석유와 관계없다. 우리의 분배구조 문제다. 우리가 분배구조를 제대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사회의 구조에 대한 합의에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딸이 노래방 도우미가 될 수 있고 아들이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우리는 돈 받을려면 똥개훈련도 당연하다는 듯이 살고 있는 것이다.  

계속 그러고 처 살아라. 석유 탓. 내탓 하면서 등신 대한민국아.
 
* 이 이야기는 택도 아닌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경제에 대해서 내 맘대로 쓴 것이니 과도한 시비는 걸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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