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블로거들 취재팀으로 1인 미디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언제부턴가 블로거 몽구의 기사에 박형준의 이름이 같이 올라있다. 박형준도 마찬가지다 "이 기사는 몽구와 공동취재입니다."란 꼬리가 기사가 붙어있다. 블로거의 공동취재 신선한 시도다. 사안에 따라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두번이 아니다. 박형준 또는 몽구의 공동취재라는 꼬리표가 연이어진다. 박형준의 블로그를 보니 8월 한달 동안 9개의 기사 중 6개가 몽구와의 공동취재이다. 이 정도면 필요에 따른 공동취재가 아니라 하나의 취재팀이다. 블로거 취재팀이 생긴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동취재를 알리는 꼬리표




이렇게 팀플레이를 하는 1인 미디어는 박형준과 몽구만이 아니다. 독설닷컴의 고재열기자는 인턴 블로거 최재혁과 함께 취재현장을 돌아다닌다. 최재혁은 고재열기자와 함께한 취재를 독설닷컴에 기사로 올린다. 촛불 실시간 취재로 유명한 vj라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조총각이라는 그의 파트너와 팀을 이루어 취재를 한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렇게 실시간 영상을 취재하는 팀이 6개나 된다고 한다.

1인 미디어도 이제 팀을 이루어 취재하고 있다. 팀블로그가 아니다. 하나의 컨텐츠를 위해 팀플레이를 하는 조직적인 취재팀이다. 개인미디어를 내세우던 블로그 등이 필요에 의해 2인 이상의 조직적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 새로운 현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들 팀들은 어떤 식으로 취재를 할까? 이런 개인미디어들로 이루어진 취재팀이 1인 미디어의 미래에 어떤 시사점을 줄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각 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먼저 박형준과 몽구팀의 몽구의 인터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커서 : 박형준과의 공동취재는 언제부터 했습니까?

몽구 : 7월29일 이길준 의경 인터뷰 때부텁니다.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의기투합하여 공동취재를 하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팀으로 하는 취재가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에 뉴스블로그란 팀으로 4명이서 공동취재를 한 적있었습니다. 결구 흐지부지 되었지만...

커서 : 그 팀의 블로그를 본 적있습니다. 그때 팀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몽구 : 개인블로그가 아닌 팀블로그였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블로그가 아니다보니 참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역할분담이 잘 안되었습니다.

커서 : 지금은 박형준과 어떻게 역할분담을 하십니까?

몽구 : 제가 카메라를 들고 박형준이 주로 인터뷰를 합니다. 저는 박형준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깊이있고 다양한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습니다. 박형준도 기사를 쓸 때 제 영상의 편집을 참고합니다. 제 영상의 편집에 따라 박형준의 기사도 수정됩니다. 메신저 등을 통해 서로 기사의 편집과정을 주고받으면서 완성해갑니다. 각자의 기사에 서로의 시각이 보태질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커서 : 기사 발행에서 충돌은 없습니까? 같은 현장을 취재한 후 기사를 내보내면 중복이 될텐데 그럴 경우 서로 우선 순위를 정하지 않습니까?

몽구 : 박형준은 전체적인 기사를 주로 쓰고 나는 상황을 캐치하는 편이라 그런 건 없는 편입니다. 공동취재니까 상대가 발행한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 몽구의 블로그에 박형준이 발행한 몇개의 기사엔 조회수가 적지않았고 댓글도 꽤 달려있었다. 공동취재는 블로거의 컨텐츠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몽구와 박형준처럼 이미 많은 고정독자를 확보하는 블로거의 경우 그 효과는 더 큰 것같다.

커서 : 둘이 같이 다녀서 생긴 에피소드는 없습니까?

몽구 : 전경이 우릴 알아봅니다. 뒤에서 전경이 "쟤들 또 왔어." 그러길래 뒤돌아서 "나말이예요." 하니까 "아뇨 저 앞에요." 하며 딴전을 피우는 것도 봤습니다.

커서 : 앞으로 계획은? 최근엔 공동취재가 안보이던데.

몽구 : 조만간 박형준과 또 공동취재를 할 것입니다. 공동의 싸이트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실제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가봐야 알죠.

* 몽구와의 직접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박형준은 서사에 능한 블로거다. 독자들은 사건의 맥락을 요목조목 짚어주는 박형준의 글에 경탄을 보내기도 한다. 스스로도 인내성 있게 사건에 접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글을 읽는 건 반갑지 않다며 그래서 의도적으로 길게 쓰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런 박형준과 몽구의 조합은 의외였다. 그러나 그들의 취재결과는 그들 조합이 찰떡임을 말해준다. 몽구의 거침없는 돌파력과  캐치력은 박형준의 서사와 충돌하지 않고 서로의 블로그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고재열기자와 인턴블로거 최재혁이 이룬 팀은 몽구와 박형준의 조합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인턴블로거는 고재열기자가 기획한 것이다. 고재열기자가 취재의 방향이나 소스 접근에 도움을 주고 인턴블로거 최재혁은 취재를 하는 식으로 기사를 만들고 있다. 기획적이고 서로 동등한 역할은 아니지만 이것도 팀에 의한 취재임은 분명하다. 고재열기자의 얘기를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재열기자의 블로그 독설닷컴



커서 : 인턴블로거를 뽑으려는 생각은 어떻게 하신겁니까?

고재열 : 다양한 1인 미디어 실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현실적인 필요성도 컸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해보고 싶은 일 중에, 품을 팔아야 하는 일들이 좀 있었습니다. 기초조사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유통망을 확충하려고 하는데, 여기저기 글을 퍼날라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턴블로거 최재혁의 카테고리



커서 : 대략 몇분이 지원하셨고 어떤 방식으로 초빙(?)하셨는지요? 

고재열 : 지원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문의만 하는 (간만 보는) 사람도 많았고...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니 세 분이 의지도 명확했고 실력도 있었습니다. 셋 다 특장이 달랐고, 셋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분들의 소개서를 블로그에 오픈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결정은 최다 추천을 받은 사람으로 했습니다. 초반에는 다른 분이 추천을 많이 받았는데, 이분이 자기소개를 다시 써서 올린 후에 역전했습니다.

커서 : 고기자님의 이런 시도가 언론사의 한페이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은 안드셨는지요? 블로그가 언론사의 '도제방식'까지 갖춘다면 미디어로서의 틀을 제대로 갖춰가는 건데.

고재열 : 도제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뭐 제가 특별히 전수할만한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깐요. <독설닷컴>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합니다. 빨리 자립해서 독립된 블로거로 성장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나중에 큰 길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겠지요.

커서 : 고기자님의 이 시도에 대해 의견을 주거나 반응을 보인 기자들은 혹시 있었습니까? 주변의 반응은?

고재열 : 아직은... 결과물로 보여주어야지요.

커서 : 팀원을 받으면서 기대했던 효과는 무엇입니까? 혹시 기대 이상의 것은 있었습니까?

고재열 : 해보고 싶었는데, 품을 들일 수 없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턴이 첫주에 '블로그 특종상(다음캐쉬 10만원)'을 받았습니다. 출발이 좋은 것 같습니다.

커서 : 인턴비를 주지않는다는 조건하에 독설닷컴의 팀원을 몇 명 더 두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기자와 취재블로거를 꿈꾸는 블로거 간에 어떤 모델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고재열 : 일단 제가 시사IN에 몸담고 있어서 그 정도로 판을 키우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괜히 뽑아놓고 방치하면 실례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수고한 것에 대해서는 댓가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날로 부려먹기는 좀... 그리고 저는 <독설닷컴>의 확장 보다 성숙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커서 : 몽구와 박형준, 라쿤과 그의 파트너 등의 1인 미디어 취재팀에 대한 고기자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고재열 : 몽구와 박형준 모형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모형인 것 같습니다. 몽구의 영상은 감성소구적입니다. 박형준의 글은 이성소구적입니다. 환상의 만남입니다.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봅니다.


고재열기자의 시도는 언론사와 블로거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사에게는 블로거를 끌어안아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재열기자가 시사인이 아닌 독설닷컴이라는 개인 블로그로 한 활동이긴 하지만 그 활동은 언론사에게 블로거와 독자를 상대하는 어떤 실마리를 보여준 것이다. 기자를 통해 블로거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언론사는 그 다음 단계에 대한 기회를 얻게 된다. 블로거에게는 블로거 간에 경험과 취재자원을 공유하는 고재열방식이라는 모델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몽구나 박형준 등의 취재블로거들도 이런 방식으로 다른 취재블로거를 인큐베이팅(고재열기자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vj 라쿤은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했다. 이 기사의 기획이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의 파트너 보조총각은 시청자로서 도우미 역을 자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쿤은 자신 이외에 실제로 팀을 이루어 활동하는 협객,수하, 몽미 등의 6팀이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의견이 잘 조율되어 성장하는 팀도 있고 의견충돌로 점점 잊혀져가는 팀도 있다고 한다.


맺는 말


사실 혼자 취재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는 일이다. 상대가 '기자냐?'는 물음에머리를 한번 글적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 블로거다. 이럴 때 함께 취재에 나선다면 심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취재에 임할 수 있다. 실제 취재의 상황에서 서로 물리적 도움을 줄 수 있다. 몽구와 박형준의 조합처럼 서로 역할분담이 잘 된다면 더 깊이있고 다양한 장면을 담을 수 있다. 라쿤과 보조총각처럼 실시간 영상 취재에서는 무거운 장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서로의 노하우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재열기자만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몽구나 박형준과 그 외의 많은 블로거들이 취재현장에서 겪고 본 것들이 있다. 팀을 이루게되면 이런 노하우들을 현장에서 직접 공유하게 된다. 고재열방식처럼 본격적으로 전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블로거취재팀은 블로거저널리즘에서 큰 도약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의미는 개인미디어도 조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조직'을 블로거들 스스로 필요에 의해 만들었고 그들의 활동이 대단히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블로거의 한계라하는 것도 사실은 조직의 한계다. 블로거가 조직까지 하게 된다면 언론사가 개인미디어에 대해 가지는 차별성은 크게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 몽구와 박형준, 고재열기자와 인턴블로거 최재혁, 영상취재팀들의 조합은 앞으로의 1인 미디어의 진화에 있어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