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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시즌 정동영과 이회창의 단일화를 제안하는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고자 정동영후보가 이회창후보에게 단일후보를 양보하는 구체적 안을 제안했다. 이후보가 정후보 밑에 들어가기보다 정후보가 이후보에게 양보하는 것이 현실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후보로의 단일화가 정후보로의 단일화보다 더 큰 충격과 시너지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된통 욕을 먹었다. '영혼까지 팔아 권력을 잡으려한다'는 비판이 주된 반응이었다. '절박한 심정 알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정도의 나무람을 위안 삼을 정도로 반응은 열악(?)했다. 내 블로그 외에도 단일화 주장들이 나왔지만 마찬가지로 논란만 일으켰을뿐 호응은 없었다. 이회창과 정동영의 단일화는 완전 궤변 취급받았다.
 
하지만 나는 당시의 궤변에 대해 아직 반성(?)하지 않고있다. 내 궤변의 근거를 정치인의 대국민 알리기 역할에서 찾았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현실 상황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그 현실 위기의 크기만큼 표현해서 국민이 체감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당시 정후보가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될 인물이라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만큼 알리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국민이 정말 사실을 몰라준다고 분통을 터뜨리고만 있어서는 안되고 국민이 체감할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겼어야 했다. 이회창후보로의 단일화는 당시 정후보가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국민 알리기였다. 정후보는 최선의 알리기를 선택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명박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알리기에 참 능하다. 그들은 야당이던 지난 10년간 시도때도 없이 국민에게 알렸다. 알릴 것이 없어도 알렸다. 꼬투리란 꼬투리는 놓치지않고 국민에게 크게 떠들어 알렸다. 중복된 알리기에 국민이 세뇌당할 정도였다. 오이시디 상위권 성장율을 유지한 경제는 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국정은 파탄난 것으로 소문났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런 과도한 알리기는 크게 비판받지 않았다. 그게 바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국정의 알람기능을 하고 집권 경쟁을 해야하는 야당으로서 그 정도의 오바는 허락되었고 또 필요하다고 국민들은 보았다.

문제는 한나라가 아니라 민주당이다.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경제가 삐걱거리는데 이를 알리는 민주당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고있다. 상황은 몇배로 엄중해졌지만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야당시절 한나라당이 택도 아닌 걸로 드러눕고 뗑깡부리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큰 일이 난줄 알았다. 그런 한나라당이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코드인사를 하고 독재적 행태를 보이지만 야당이 된 민주당은 기자회견장에서 인상 한번 쓰고 만다. 이래서 국민이 상황의 엄중함을 어떻게 알겠는가? 나라가 망하고 IMF가 다시와도 야당이 여당과 오손도손 앉아있으면 아무 일도 아닌 줄 아는 게 국민이다.

지금 권력의 앞에 선 여당의 정치인들은 모두 야당 시절 저항(?)에 앞장선 인물들이다. 야당시절 대정부투쟁으로 정치이력을 쌓았고 그때의 이력이 지금의 자리에 올린 힘이 되었다. 87년 이후 정치인이 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투쟁에서 앞장선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금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서 당의 리더가 되어있다. 독재시절의 투쟁이 그들에게 정치적 힘을 주어 여기까지 끌어준 것이다. 권력의 칼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있다. 잘못 맞서다간 권력의 칼을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두려워한다면 그게 무슨 정치인인가? 오히려 그런 시대일 수록 5년 10년을 내다보는 정치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정치인이다.

얼마전에 홍준표와 원혜영 간의 원내대표 합의가 무산된 적이있다. 청와대가 여야의 합의를 묵살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원내대표 합의가 이렇게 청와대에 의해 무시당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한승수국무총리는 요즘 국회의 참석요청을 우습게 안다고 한다. 관료들은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발언을 예사로 한다. 차관이나 방통위원장이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인 발언을 자주한다. 한나라당의원보다 이명박정부의 내각과 관료들의 발언이 언론에 더 자주 나온다. 권력3부 중 하나인 입법부 의원에게 지시가 내려가고 당에는 눈치 굴러가는 소리만 들린다. 관료적 정치인들은 현실정치에 그저 눈만 껌뻑대고 관료와 내각 시다바리를 하고있다.

여권에서 정치가 실종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를 고발해야할 야권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권력의 칼을 피해 저만치 물러나 있다. 여권엔 정치가 없고 야권엔 정치인이 사라졌다. 이건 정말이지 끔찍한 조합이다. 죽어나는 것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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