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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민망함이 느껴졌다. 전혀 새로운 장르에서 연기자들이 코드를 맞추느라 애쓰는 것이 느껴져서다. 관람하는 관객들도 뜬금없는 장면들에 감상포인트를 어디다 둘지 몰라 해맸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가 녹아들기 시작한 것은 엉터리 일본어부터였다. 통역이 필요없는 엉터리 일본어에 웃음이 터져나왔고 그때부터 관객은 긴장을 풀고 류승완감독의 황당시추에이션을 즐기기 시작했다.

캐릭터와 이야기는 웃음을 위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영화의 태도가 에어플레인을 떠올리게 했다. 아무 이야기 하나 걸쳐놓고 '웃기면 그만이지' 하는 식이었다.

미국 비밀기지 부분에서 히죽거리는 웃음을 이어가던 영화는 드디어 콧물침물 씬에서 큰 웃음을 터뜨린다. 부상 당한 동지 앞에서 무수한 콧물과 침물을 떨어뜨리는 다찌마와리의 모습은 정말이지 웃지않으면 알바였다.

한번 시작한 웃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다찌마와리가 홀로 마적단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웃음은 상승곡선을 이어갔다. 마지막에 마적대장을 '참참참'겜으로 이기고 불상을 차지하는 장면에서 오늘 작품 하나 보는구나 하는 확신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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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아쉽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뒤부터다. 같이 마적단을 빠져나오면서 사고가 난 후부터 영화는 웃음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몰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후부터 영화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졌고 다찌마와리가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도 생겼다.

문제는 에어플레인을 기대했던 영화가 궤도를 이탈하여 주성치식 이야기를 넘어갔다는 것이다. 감독이 에어플에인과 주성치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이다.  

에어플레인은 감정의 전이를 허락하지 않는 영화다. 배역들은 관객에게 어떠한 정서적 공감도 불러일으키지 않고 웃기기만 해야 한다. 에어플레인 웃음의 힘은 배역들의 관객에 대한 생까기에 있었다. 관객은 기가 막혀 웃는 것이다.

반면 주성치는 아무리 난장을 쳐도 이야기의 뼈대는 살아있는 영화다. 관객은 주성치의 웃음과 함께 주성치가 현실을 극복하는 결말을 보고 싶어 한다. 관객 자신이 주성치가 된 느낌도 받는다.

다찌마와리는 에어플레인이 되어야 하는 영화였다. 관객은 다찌마와리의 결말에 전혀 관심이 없다. 관객 자신이 다찌마와리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 통쾌한 마지막이 필요없는 다찌마와리가 스토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특별한 웃음만을 고민했어야 했다.

중후반부까지 에어플레인 한국판의 성공을 확신했는데 이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영화가 더욱 아쉬웠다. 큰 웃음 두어개만 더 주었다면 정말 기립박수칠만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정도 웃음도 오랜만인 것 같다.

평가는 이거다. 다찌마와리 볼만하다는 거다.


* 기지에서 가져온 것들을 웃음의 소재로 정말 잘 써먹었는데 그것들이 떨어지자 웃음이 끊어졌다. 막판에 껌 덕분 웃음이 한번 더 쏟아졌는데 그것도 기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기지에서 한두개 더 가져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후까시 잡는 1인 연기가 너무 많았던 것도 좋지 않았다. 류승범과 임원희의 1인 연기는 좋았지만 박시연과 공효진이 거슬렸다. 이건 공효진과 박시연을 탓할 게 아니라 맡기고 돌린 감독이 문제다. 조연들을 배경으로 잘 깔면 박시연 등의 부담도 덜면서 재밌는 장면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
 
* 에어플레인 :  1980년에 나온 미국의 골 때리는 코메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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