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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 쯤이면 항상 나오는 기사가 있습니다. 피서지에 최대인파가 몰렸다는 기사입니다. 올해도 여지없습니다. 지난 주말 부산의 해수욕장에 올해 최대인 300만 인파가 몰렸다는 기사가 어제(8월3일) 오늘 각 언론사의 메인을 차지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파라솔 기네스이벤트 덕분에 기사가 좀 색다르긴 했습니다.

해운대 비치파라솔 세계최고 기네스 기록…성공(8월2일)

7월 15일 있었던 매그넘코리아 부산강연에서 송정근작가가 해수욕장 관련한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습니다. 송정근작가가 한 매그넘 작가에게 한국에 100만 인파가 모이는 해수욕장이 있다고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가 그런데가 어디 있냐며 꼭 찍고 싶어했답니다. 그래서 해운데에 데려갔는데 그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와서 100만 인파는 구경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매그넘 작가가 꼭 가고 싶어했다니 100만 인파가 몰리는 피서지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인가 봅니다. 2일 있었던 해운대해수욕장의 파라솔 기네스북기록도 한국이니 쉽게 기록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한국의 피서지는 이렇게 해마다 100만이 아주 쉽게 넘어서는 걸까요?

해마다 나오는 피서지 최대인파 뉴스를 보면 최대인파가 몰린 날은 거의 대부분 8월1일에서 7일 사이입니다. 7일 넘어서 최대인파가 기록되는 때도 있는데 그건 8월 초의 주말 경에 비가 왔을 때입니다. 8월 초에 기록적인 인파를 해마다 경신하는 것은 직장인 대부분의 휴가가 이때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직장인들의 여름휴가는 보통 7월 말에 시작해서 8월 10일 전에 끝납니다.


'피서열기 최절정' 비구름 비켜간 부산에 3백만명 몰려(2007. 8. 4)

찜통 피서 절정(2006. 8. 6)

전국 해수욕장 피서 인파로 넘실(2005. 8 .7)

해운대 100만명…2005년여름 최대인파(2005. 8. 14)
* 전 주말인 8월7일 폭우가 와서 기록이 늦춰짐

전국 찜통더위 피서인파 북적(2004. 8. 1)

전국 500만 피서인파...물놀이 사고 속출(2003. 8. 4)


휴가가 이렇게 집중되다보니 한국의 휴가는 즐거움보다 걱정이 많이 앞서기도 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휴가지로 몰리면서 교통정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갑자기 몰린 피서객으로 인해 휴가지의 주차비와 숙박비 등이 서너배 이상 급등하면서 직장인의 휴가비용도 높입니다. 피서 가봐야 고생이라는 말이 한국에선 빈말이 아닙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김대중정권 때부터 휴가분산을 계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휴가는 여전히 8월 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휴가가 집중되는 것은 기업들이 휴가의 분산으로 인한 업무효율성 저하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찔끔찔끔 휴가 가면 업무를 유기적으로 하기 여러운 점이 있긴 합니다. 기업들은 그 점이 불편해 휴가를 한번에 몰아가는 것입니다.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의 업무패턴과 보조를 맞추다보니 같이 가야 합니다. 이래 저래 묶이다보니 대한민국 전체가 8월 초에 휴가를 가버리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기업의 업무효율성을 위해 집중한 휴가가 노동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것입니다. 휴가집중으로 인해 나타나는 스트레스와 비용 증가를 덮어쓰는 건 바로 노동자들입니다.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재충전을 위해 마련된 휴가에 슬그머니 자신들의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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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미지



얼마전 발표된 오이시디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오이시디 32개 국가중 최장시간 노동 국가입니다. 프랑스보다 900시간이 많고 우리 다음으로 일 많이하는 일본보다 400시간이 많습니다. 오이시디 내에서 다른 나라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면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오이시디 내에서 최하 수준입니다.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하면서도 아주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휴가마저 스트레스와 바가지를 덮어쓴 최악의 질로 보내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재밌다는 듯이 내보내는 피서인파 최대라는 뉴스가 재밌을 수가 없는 것은 바로 이때문입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다 휴가마저 고생바가지라 생각하니 서글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노는 것도 자신이 아닌 직장이 우선인 게 한국인들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는 휴가철에 휴가 간게 잘못이라는 최고경지의 '내탓이요'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일부 어르신들은 피서지에 수백만 인파 몰린 기사를 보고 요즘 사람들은 놀 생각만 한다며 욕까지 먹이십니다. 또 서글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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