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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터미널 지하철역에 내릴 때부터 길을 앞서가는 여자 두명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어긋났는데 나중에 매그넘코리아 전시장 앞에 그 둘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걸 보고 매그넘코리아가 흥행은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평일(수요일)에 비가 제법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백명 가까운 관람객들이 있었습니다. 주말에 날씨 좋을 때 왔더라면 제대로 감상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강공원 길에 차량 출입을 막기 위해 큰 바위를 둔 장면을 찍은 사진에 사람들이 많이 웃었습니다. 작가는 그 바위가 신기해서 찍었는데 정작 사람들이 웃은 것은 바위 위에 적힌 족발집 전화번호였습니다. 오징어회 한접시에 쏟아진 할머니들의 시선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웃었습니다. 지하철 신길역 앞에서 옷을  가득 넣은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지하철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사진 앞에선 아마 동대문에 옷사러 온 사람일 거라며 추측을 하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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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사진들이 참 많았는데 그 중에 하나만 얘기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졌던 사진은 한국의 젊은 여자들 모습을 찍은 시르파시의 작품이었습니다. 사진 속 여성들의 모습은 아주 화사하고 아름다웠는데 배경과 표정이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잘차려 입은 옷과 대조적으로 도시의 정돈되지 않은 광고지가 덕지 붙은 구석이 배경이었고, 표정은 저렇게 무표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표정의 극치였습니다.

사진 밑엔 "외로움과 고독감을 주제로 표현"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는데 그건 외로움이나 고독이란 말로 표현하기엔 좀 더 복잡해 보였습니다. 사진마다 배경에 하수구로 처리되지 않은 물이 홈이 패인 바닥을 흘렀는데 그건 섹스코드이면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처한 환경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화려해보이지만 언젠가는 덕지붙은 광고판과 하수물이 아무렇게나 흘러다니는 그런 질팍한 배경에 파묻힐 여성들의 삶을 암시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페미니즘적인 느낌이 강한 사진이었습니다.

전시회를 보면서 사진이야 말로 가장 고도의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이 포착한 순간과 그 의미들을 읽으면서 사진찍기가 정말 엄청난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그넘코리아의 한 작가가 일년에 한장 정도는 건질 수 있다는 어느 작가의 말에 자신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하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사진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천부적 재능의 제약이 가장 덜한 평등한 예술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사진 찍는 걸 즐기고 있습니다.

전시회를 다 보고나니 10만원짜리 사진집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회 사진 몇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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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도 사람들이 재밌어 했었습니다. 잠수함 창문 아기 사진과 임산부의 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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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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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비디오물도 한쪽에서 상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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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의 역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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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인데 깍아 9만원. 사고싶어서 계속 주변을 어른 거렸습니다. 이번달 지출이 커서 다음달로 미루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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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집 안의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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