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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을 보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세 연기자가 서로 시공간의 배분을 요구하지 않고 잘 배어들어 어울리는 모습이 음식이 맛을 내는 것과 닮았다.  

달인은 어떤 음식의 맛을 낼까? 햄버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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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한 모습의 류담은 빵을 닮았다. 빵이 고기와 여러 재료를 감싸 맛을 모으듯 류담은 편안하고 노련한 톤으로 코너의 안정적인 배경이 되어준다. 류담의 자연스런 도입과 부드러운 연결은 달인과 수제자의 연기 부담을 덜어주고 돋보이게 한다. 햄버거에서 빵이 바로 이 역할이다.

달인에서 유일하게 심정적 변화를 겪는 입체적 인물이 류담이다. 달인이 슬슬 본색을 드러낼 때 쯤 류담은 '갸우뚱' 거리고, 급기야 대본책으로 달인과 수제자를 후려친다. 이럴 땐 류담에게서 짭짜름한 치즈맛이 난다. 빵을 지나 치즈를 씹을 때까지 류담이 맛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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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치즈의 류담을 지나면 이제 메인인 달인이 씹힌다. 류담의 외양이 빵을 닮은 것처럼 달인도 햄버거의 스테이크를 닮아 두툼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달인이 어떻게 맛을 내느냐에 따라 햄버거의 맛이 좌우된다. 달인이 연기할 때 이 코너 최대의 무게감이 실리고 사람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그의 연기를 지켜보기 시작한다.

연기가 탁월한 김병만은 바로 이 메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김병만이 눈동자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누군가에게는 혐오스러울 자학개그도 김병만의 연기에 실리면 그저 웃음만 터진다. 이제 관객은 뭔가 질겅 씹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 노우진은 뭘까? 노우진은 '존재감 없는' 캐릭터다. 존재감이 없다는 게 아니라 최대한 이야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숨김으로서 웃음을 유도하는 게 노우진이다. 그래서 노우진은 빵과 고기 사이에서 전혀 경계선을 가지지 못하고 묻혀있는 햄버거의 양상치다.

양상치는 햄버거에서 크게 맛을 느끼는 재료는 아니다. 그러나 빵사이로 튀어나온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먹고 싶은 게 양상치다. 투명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양상치를 먹지 않으면 고기를 마저 먹기 힘들다. 양상치가 없다면 고기는 아마 1/3쯤은 남길지도 모른다. 만약 달인이 급작스런 김병만의 결말로 끝이 났다면 관객은 체증에 걸렸을지 모른다. 노우진이 달인의 덮덮한 결말을 마무리 해주는 양상치 역할을 함으로써 달인의 개그가 완성된다.

빵은 잘 감싸야 하고 고기는 묵직한 씹힘이 있어야 하고 양상치는 생생해야 한다. 코너를 안정되게 하는 류담은 쉽게 튀어선 안되고 고기맛을 내야하는 김병만은 연기의 묵직함으로 승부해야 한다. 노우진은 양상치같은 시원함을 위해 '존재감'을 조절해야 한다. 햄버거같은 달인의 맛을 계속 지켜나갈려면 이 세가지는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햄버거만 먹었더니 목이 좀 메인다. 그런데 미안하다. 햄버거에서 콜라는 별도이듯 달인 안엔 콜라가 없다. 달인만 먹어 목이 좀 메인다면 콜라같은 개콘 '아이좋아' 하나 시켜드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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