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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9일) 시위대가 쥬디스태화 앞 대로를 통해 전포로 올라가는 중간에 분열이 있었습니다. 아고라 주축의 시위대는 전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kbs로 이동하려고 했고 다른 대학생과 단체 소속 시위대는 서면로타리 점거를 주장했습니다.

둘 중 누가 나은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kbs에서 언론사수를 외치고 그 옆의 한나라당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것은 거리시위를 통한 직접대면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가지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당장 시민들이 많이 볼 순 없지만 언론 등을 통한 이슈력은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경계를 뚫은 우회적 시위로 시위대에게 자신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전략이었습니다.

서면로타리 점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날 1000명 가까운 인원이었으니 서면대로에 나설 수도 있었습니다. 중심가에서 시위함으로써 보다 많은 시민을 만나 시위대의 저항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가 더 좋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은 아고라 등의 커뮤니티에서 나온 네티즌들 판단을 따르는 게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효과가 어떤 게 더 있냐는 따질 필요 없습니다. 그동안 부산의 촛불문화제가 어떻게 진행되었냐를 봐야 합니다. 서면로타리로 가자는 사람들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던 말은 딱 하나였습니다.

"그동안 서면 함 돌고 10시 전에 집에 가는 것밖에 더 있었냐? 오늘 또 그렇게 할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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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고라 등의 네티즌들이 서면로타리로 안가고 kbs로 갔던 것은 그간의 시위 방식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습니다. 17일에도 경찰이 위협적인 진압의 모습을 보이자 그날 시위대는 가두행진을 포기하고 30분간 규탄집회를 가진 후 그냥 헤어졌습니다. 제 뒤에 있던 두 여성이 이걸 보고는 한마디 하더군요. "이게뭐야 그냥 가는거야." 두 여성은 잔뜩 불만 어린 모습으로 지하철로 내려가버렸습니다. 그간의 시위방식에 아고라 등의 네티즌 쪽에서 불만이 쌓인 것입니다.

서울분들이 어제 시위를 망쳤다며 내려오지 말라고 얘기하는 분의 게시물도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 하기 전에 그간 부산집회가 보여준 활력 없었던 모습을 먼저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여태껏 그런 집회에 일조했던 시위 방식이 19일엔 조금 더 활력을 줄 수 있을거라 네티즌들이 믿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전 그날은 대학생이나 아고라 이외에서 나온 시민들이 한번쯤 아고라의 방식을 따라줄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건 서울과 경남북에서 온 손님에 대한 예의이기도 합니다. 또 그간 활력 없었던 시위에 책임을 지고 다른 쪽에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아고라와 일부시민을 제외한 부산대 등의 대학생들은 아고라의 깃발이 지하철 전포역으로 올라가자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대열을 빠져나왔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말 보기 안좋았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손님 보기에도 조금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산 시위대는 1/3로 뚝 줄어 300명 정도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과연 이 시위대로 부산도심을 제대로 누빌 수 있을까? 그러나 그건 기우였습니다. 지난 2달간 본 집회 중 가장 활력이 넘치는 집회가 펼쳐졌습니다. 정당한 항의방식을 방해하는 경찰에 맞서 경찰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솔직히 말씀드려 '용기'라는 게 생기는 걸 느꼈습니다.

서면로타리냐 kbs냐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제의 집회가 부산시민에게 준 배움과 자극입니다. 서면로라티로 가자고 한 사람들이 주도한 방식의 집회가 이루어졌다면 과연 이런 배움과 자극이 가능했을까요?  그런 점에서 어제의 집회는 분열이 있었음에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산의 촛불은 이 자극을 어떻게 전달하고 알릴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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