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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이 기록물을 반납하겠다며 청와대에 쓴 편지를 인터넷에 올렸다. 이 편지에 네티즌들은 대체적으로 청와대의 정치보복이 너무 야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논란을 일으킨 쪽은 그 논란의 진위여부보다 지속성에 더 관심이 많다. 논란을 통해 상대를 최대한 덧칠하는 것이 논란의 실제 목적에 가깝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리와 법리 상 정당함을 주장하면서도 기록물을 반납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상대의 덧칠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거기다 노무현의 포기선언은 편지를 통해 이루어지면서 더 큰 효과를 거두었다. 전임 대통령 공격을 통해 정치위기를 모면하려는 청와대와 자신의 비서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노무현의 극적인 장면을 편지는 감성언어로 잘 전달했다. 편지를 읽은 네티즌들은 격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무현의 발빼기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에 청와대는 논란의 진공속에서 볼쌍 사납게 되어버렸다. 그런데 청와대는 모르는 건지 모른 척 하는 건지 조사를 더 해봐야겠다며 한술 더 뜨고 있다.

지난 몇달간 지켜본 느낌인데 이건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작전이 주효했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와대의 대처가 어찌나 한심했던지 관제언론과 다를 바 없는 중앙일보조차 짜증을 낸다.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에 숨어 계속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며 펌프질을 해댔으니 전임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비열한 정치 공작 아니냐는 의심을 산 것이다.
국정은 위기 상황인데 전임자 때리기에 열중하는 청와대를 보면서 간계(奸計)만 있지 지혜가 없는 탓이다. 무능함보다 무서운 것이 비겁함이다.(7월17일 중앙일보)


하지만 '논란의 조기차단'이나 '정치박해의 장면 드러내기'는 사실 노무현 편지 충격파의 빙산의 일각이다. 진짜 충격파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노무현의 편지가 진짜 무서운 것은 노무현세력을 깨웠다는 데에 있다. 친노세력은 그간 같은 편의 정치패배 책임론과 상대의 실정론 공격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이런 와중에 노무현의 편지는 정치박해에 대한 저항과 참여정부 재평가의 명분으로 친노세력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편지가 공개되던 날 인터넷 게시판에서 노사모는 뭐하냐는 말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 야당과 진보진영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구심점이다. 상대가 아무리 실정을 해도 야권에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상대에서 떨어져나간 지지자들이 모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진보진영에 구심력이 없는 걸까? 구심력 중에 구심력이라 할 수 있는 친노정치인과 세력들이 진보진영을 떠났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진보 성향의 정치시민들이 2002년 노무현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빠는 곧 핵심적인 야권의 지지세력들이었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이 핵심지지세력을 보수언론과 함께 노빠라고 조롱했고 그들은 참담한 기분으로 정치를 떠났다. 그러니 핵심적 지지자들이 모두 떠난 진보진영이 무슨 힘을 발휘하겠는가?  

진보진영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이 핵심적 지지세력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노무현의 편지는 바로 친노세력과 정치인에 대한 평가의 전환점을 만들면서 보수언론들이 덮어 씌운 실정의 책임론에서 벗어나 친노세력이 이명박 정부에 대항하는 저항의 한 축으로 떠오를 수 있게 했다. 물론 이걸 자초한 것은 기록물논란을 일으킨 청와대이다.

이 핵심적 진보정치시민과 이번 촛불로 태어난 아고라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화학적으로 결합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정치적 파워는 실로 대단할 것이다. 충격파 뒤의 쓰나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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