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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서 '지역'이 사라진 까닭은?(김주완님 글)


뻔한 질문 아닌가 생각하고 봤다가 의외의 신선한 답들을 봤습니다. 그리고 김주완님이 이 질문에 대해 세개의 포스팅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의문에 비수도권 지역인으로서 너무 태만했다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왜 이번 촛불에서는 지역이 보이지 않는걸까요? 지역에서 더 활발하기까지 했던 6.10항쟁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저도 김주완님이 제기한 의문을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세가지 정도가 떠올랐습니다.

첫째, 촛불이 목표로 하는 것이 작기 때문입니다. 촛불이 외치는 것은 '고시철회'입니다. 이명박정부도 아니고 이명박정부의 정책에 대한 저항입니다. 6.10항쟁이 '호헌철폐'라는 구호로 군부독재체에 대한 항거였던 것에 비하면 이번 촛불은 그 저항의 목표가 너무 작습니다.

이 정도의 목표로는 지역이 합세하긴 힘듭니다. 만약 당장에 이명박정부가 재협상을 한다고하면 촛불은 순식간에 그 동력을 상실할 확률이 큽니다. 전 지역이 함께 들어가기엔 촛불이 끌고온 이슈의 크기가 너무 협소합니다. 지역인들은 서울 시청에서의 시위를 이명박에 대한 경고의 표시로 봅니다. 상징적으로 받아들일뿐 경쟁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입니다. 

둘째, 지역주의에 의한 이슈의 단절이 한 몫 했습니다. 87년 이후 지역주의가 강화되어 정치적 이슈에 대한 국민적 공감의 영역이 작아졌습니다. 한쪽에선 전폭적인 이슈를 다른 쪽에선 시덥지않아합니다. 이때문에 정치적 이슈는 전국적 이슈가 되기가 어렵습니다.
 
서울에서 발생한 이슈는 대도시인 부산과 대구 등으로 전파되고 다시 주변지역으로 흘러갑니다. 서울에서 발생한 이슈는 각 지역 대도시에서 지역주의 스크린을 한번 거치게 됩니다. 지역의 정치이해에 맞지 않는 이슈는 해당 도시에서 주춤거리게 되고 이렇게 되면 나머지 지역도 나서기가 뻘쭘해지게 됩니다. 지역주의가 이슈의 확대와 전파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셋째, 촛불의 중심이 여성과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6.10항쟁은 대학생에 넥타이부대가 결합하면서 전두환정권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때 부산 등의 지역 시위가 더 활발했던 것은 지역의 직장인 근무환경이 대기업과 관공서가 주로 위치한 서울에 비해서 비교적 느슨했기 때문입니다.

야근이 일상화 되어있고 중앙조직들이 몰려있어 이목도 신경써야 하는 서울의 넥타이부대는 시위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 서울의 경쟁적 환경도 직장인들의 시위 참여를 막았을 겁니다. 그러나 수도권보다 여유있고 느슨한 직장생활을 했던 지역의 샐러리맨은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을 겁니다.

만약 이번 촛불에 넥타이 부대가 또 주력적인 활약을 했다면 지역의 느슨함이 시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시위에서 넥타이는 멀리 빠져있습니다. 주력은 학생과 여성들입니다. 서울여성과 부산여성은 그 생활패턴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서울학생과 부산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이 우위에 있었던 느슨함의 효과가 이번 시위에선 사라졌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제가 추가하는 촛불집회에서 지역이 사라진 이유 세가지는 이렇습니다. 첫째, 지역이 호응하기엔 이슈의 크기가 작았다. 둘째, 지역주의로 인해 전국적인 정치적 이슈가 어렵다. 셋째, 지역적 차이를 보이지 않는 학생과 여성이 주도하는 시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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