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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서 가방을 들고있는 노인을 촛불집회 현장에서 거의 매번 뵈었습니다. 처음 노인의 얼굴을 보고 누군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얼마전 국제신문에 인터뷰 한 사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장기수로 43년 10개월을 감옥에서 보내고 95년 풀려난 안학섭선생입니다. 2000년 한국에서 결혼을 하셨고 얼마전에 부산에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현재 연세는 78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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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1일 집회에서도 안학섭선생을 뵈었습니다. 비가 오는 굳은 날인데도 촛불집회를 지키셨습니다. 선생을 지켜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사진 하나 찍어도 되죠? 국제신문 인터뷰 하신 거 봤습니다."

"내 사진 찍어도 돼요. 난 언론에 공개된 사람인데 뭐."

사진을 찍고난 후 사진은 인터넷에 올릴거라 말씀드리면서 선생의 오른쪽 옆에 실쩍이 앉아버렸습니다. 몇마디 오가고 나서 선생의 말문이 터졌습니다.

"95년 감옥에서 나오니까 언론사 30개 정도가 기다리고 있더라고. 난 인터뷰 안한다고 했어. 그냥 와버렸거든. 그런데도 끝까지 따라오는 사람들 있더라구. 그래서 민가협을 통해 세명인가 인터뷰 했어."

선생은 언론에 대해 불신감이 상당했습니다. 예전에 한 언론사와 인터뷰 했는데 글 말미에 자신의 인터뷰와 맞지 않는 내용을 끼워넣어 분노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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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하세요?"

"하지요."

"혹시 아고라엔 가보셨어요."

"가봤지. 글도 읽었어요."

"그럼 글도 좀 올리셨겠네요."

"글 못올려요. 보안감찰 중이라 집회에 참석해도 안되고 글도 못 올려. 난 작은 감옥에서 더 큰 감옥으로 나온 사람이예요."

"그럼 이 집회는?"

선생은 70 노인네를 어떻게 하겠냐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당연히 누리는 권리를 누군가는 제한받고 있다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같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김대중정권에서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선생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일제시대 때 일본놈들이 우리말을 못쓰게 했어. 카드 10개 주는데 조선말 쓰면 그 카드를 조선말 쓴 거 본 사람이 뺐었어. 그렇게해서 카드 10개 다 뺐기면 외출금지시켰어."
 
"어떻게 외출금지를 시키죠."

"그냥 집 밖에 못나오게 하는거지. 글을 못 쓰게 하는 건 민족침탈이야."

선생과 20여분간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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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도라이바님 블로그(http://blog.daum.net/d-life/16349853)


선생이 우산을 잡으신 손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왼손으로 선생의 우산을 잡아드렸는데도 선생은 자신이 잡으신 손을 한번도 놓지 않았습니다. 대화 도중 잡아드리겠다는 의사표시로 강하게 우산을 땡겼는데 그때마다 우산을 잡은 선생의 빳빳한 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는 선생과의 대화를 떠올려 재구성한 것입니다.  
* 마지막사진은 부산의 블로거 도라이바님께서 우연히 저와 선생의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사진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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