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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신문 뉴스보이에도 시민기자로 기사를 가끔 내보냅니다. 뉴스보이에 보냈던 기사 중에 기억에 남는 하나가 조선일보의 아동성폭력삽화 관련 기사입니다. "호주원주민 어린이의 눈물"이라는 기사에서 관련 그림으로 그려진 아동성폭력 삽화가 너무혐오스러워서 네티즌들을 반감을 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재창간 초기였던 뉴스보이의 홍보를 위해사 그 기사를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이클럽 게시판에 링크시켰습니다.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몇백명 정도라도 뉴스보이를 알게 하고 싶었습니다.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링크를 올린 게시물에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고 제 기사를 보고 조선일보에 대핸 울분을 토하는 내용의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종알방이 한동안 조선일보 삽화 관련 게시물로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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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인터넷판과 지면에 실렸던 삽화들. 지면엔 혐오스런 부분이 뿌옇게 칠해서 나왔고 인터넷판은 뉴스보이 측에서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용자들의 분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곧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올라왔고 얼마있다 그 번호로 통화했다는 사람들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통화 대상이 점점 좁혀지더니 마침내 작가와 직접 통화했다는 게시물도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그날 작가와 삽화 관련하여 두분 정도가 통화를 했습니다. 마지막에 통화하신 분은 작가가 짜증을 내더라는 소식을 올렸습니다.

조선일보에서 반응이 왔습니다. 기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삽화가 원래크기의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제 기사를 게시판에 링크시키고 두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럽의 이용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수정이 아니라 삭제를 하라는 전화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몇시간 뒤 결국 그 삽화는 기사에서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제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쓴 작은 기사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결국에는 실질적인 움직임까지 만들어냈다는 것에 대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무엇보다도 제가 크게 놀란 것은 여자들이었습니다. 만약 남자들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남자들을 분노케하는 기사가 있었고 제가 그 기사를 남자들이 주로 가는 싸이트에 올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마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게시판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몇분 정도가 전화를 주는 정도에서 그쳤지 싶습니다. '세상 나쁜 놈 많아.' 식의 개탄 정도였을 겁니다.

조중동 불매운동이 있다고 할때 솔직히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안티조선 등에서도 비슷한 운동이 있었지만 조선일보에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럴거라 생각했습니다. 운동의 방향이 그래선 안되는데 하며 걱정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일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조선일보에서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82cook 싸이트에 광고불매 관련하여 공문을 보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아 이번에도 여자들이었구나.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남자들이 아니라 아동성폭력 기사로 열렬히 반응하던 바로 그 여자들이 이번 일에 나섰구나.'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광고주 불매운동에 소울드레서와 마이클럽, 82cook 등의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싸이트 이용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동성폭력 기사 사건을 접하면서 여성이 사회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 남성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교와 직장 등의 여러 조직에서 조직의 쓴 맛을 보고 자란 한국의 남성들에겐 '해도 안되더라'는 어느 정도의 패배의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군대나 회사가 조직의 기강을 통해 남성의 기를 많이 죽여놓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그런 남성지배의 조직에서 벗어나 있어 사회적 약자이지만 남성같은 패배의식은 없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부당한 일을 당하면 이것저것 눈치보지 않고 의외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기죽지 않은 여성,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정치사회적 훈련, 이런 것들이 융합되면서 오늘의 강력한 여성부대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명박정부는 촛불시위대의 전혀 다른 시위 패턴과 그 파괴력에 공황상태입니다. 이명박정부와 보수언론은 촛불문화제의 국민들 속에 바로 이런 강한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놀랬는데 그들이 알리 없었겠죠.

앞으로 이명박정권과 보수언론이 이 강력한 적 여자를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합니다. 과연 방법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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