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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주기 과외가 있다. 시험직전에 적중율 높은 예상문제를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인데 돈 많은 학부모들은 이 과외에 수천만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찍어주기가 가능할까? 시험문제의 조합이 무한하고 비슷한 유형의 예상문제는 입시를 여러번 치러본 선생님이나 강사들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찍어주기과외에 유별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울의 유명학원은 시험을 본다고 한다. 시험을 봐가면서 들어가려는 것은 그 학원이 공부를 잘가르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 좋은 학생이 들어와서 그런건지 정말 공부를 잘가르치는 건지는 분별하기 힘들다. 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인데 마치 학원간판이 수능점수를 판가름낼것처럼 덤비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행태는 좀 기이하다.  

조금 더 잘 찍어주고 유명 학원에 학생을 보내면 확률적으로 시험 점수가 몇점이라도 더 높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백 수천만원을 들이고 그렇게 기를 쓰면서 받아야할만큼 높을까? "다리를 떨면 복 달아난다"라는 미신이 있다. 이런 미신은 개인에게 단정한 태도를 만들어 사회에서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유명학원과 찍어주기과외의 확률이 장기적으로 딱 이 정도 아닐까.

효과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바로 이런 걸 미신이라고 할 수 있다. 확률로 보나 근거로 보나 사교육시장에서 벌어지는 한국학부모의 행태는 미신에 가깝다.

한국에서 미신이 맹위를 떨치는 건 교육뿐 아니다. 부동산에 퍼진 '집을 사면 손해 안본다'는 미신은 회사원들이 억대의 빚을 지고도 집을 사도록 만든다. 수입에 절반가까운 돈을 이자로 내는 사람도 있다고하니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환율이 낮으면 좋다는 것도 미신이다. 수출의 경제기여가 갈수록 줄어드는 지금 낮은 환율은 국민을 수입물가에 고통받게 한다. 정확히 말하면 수출기업과 그 종사자만 유리하다고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아직 미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은 자연을 밝혔을뿐 인간 세상까지 밝히지는 못한다. 자연에 관해서 미신은 사라졌지만 인간과 사회에 관한 미신은 여전하다.  

미신과 이성의 차이는 뭘까? '의존'과 '독립'의 차이다. 미신을 믿는 사람은 누군가의 카더라에 의존하고 앞사람의 자취를 따라간다. 그러나 이성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독립'된 판단을 한다. 잘돼겠지 하며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은 미신이고 끝까지 생각하는 것은 이성이다.

미신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도 판을 친다. 누구는 경제를 잘할 것이라고 한다. 누구는 법에 엄격하다고 한다. 누구는 서민을 위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제대로 보고 귀기울여 듣고 하는 말은 아닌 것같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잘하겠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건 미신이다.

후보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건 그들이 내보이는 정책과 의지와 평소 행동이다. "그라면 잘할거다"가 아니라 그의 정책과 의지와 행동의 어떤 점이 맘에 드는지를 얘기해야 하는 것이다.

선거나 14일 남았다. 12월 19일 이성의 대통령을 뽑자. 대통령마저 미신으로 뽑는다면 미신의 시대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명심하자. 미신의 시대 대한민국은 이성의 대통령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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