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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가 피크였다. 그때는 9시 스포츠뉴스를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롯데가 졌다는 소식을 듣고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겼다면 롯데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월드컵이 열릴 땐 이런 말도 했던 기억이 난다. '월드컵 1승 못해도 좋으니 롯데만 이겨라.'라고.

그러나 지극한 팬심에도 한계가 있었다. 계속 꼴찌에 머무는 롯데를 보면서 스트레스가 쌓였고 그 스트레스로부터 날 보호하기 위해 롯데를 잊기 시작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혹시나 하며 보다가 또 추락하는 롯데를 보며 역시나 하며 돌아선 게 몇번이었다. 그러다 정말로 롯데를 끊었다. 언제부턴가 롯데가 이겨도 져도 별 감흥을 받지않기 시작했다.

이렇게 '금데'를 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구단주 롯데였다. 90년대 말부터 아는 선수들이 하나둘 씩 사라지더니 나중엔 대타로 나오는 공필성 말고는 롯데에 얼굴 아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응원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다른 팀으로 보내졌다. 김민재, 전준호, 마해영, 박현승 등 롯데의 주축이었던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뛰고 있었다. 롯데가 다 팔아먹은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다른 팀으로 간 선수들은 거기서 맹활약을 펼쳤다. 전준호는 현대를 우승시켰고 마해영은 삼성에 대한 모든 불운을 불식시킨 그해의 우승에서 대활약을 했다. 김민재 박현승도 이적팀에서 롯데시절 이상의 기여를 했다. 좋은 선수들을 내보내 팀전력을 약화시킨데다 타팀의 전력까지 강화시켜준 이중의 악수를 롯데가 둔 것이었다.

이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롯데의 행태에 대해 선수협회 사태로 인해 분위기가 안좋아 어쩔 수 없이 내보냈다는 해명인지 추측인지 모를 얘기를 어디선가 얼핏 들었던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불편한 선수부터 먼저 처리하고 보는 식의 행태는 무엇보다 전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할 구단주로선 부적격한 모습이다. 게다가 롯데는 내보낸 전력을 충당하기 위한 투자도 전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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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롯데는 완전히 막장팀이 되었다. 꼴찌를 몇년간 도맡아 했다.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엔 얼씬거리기도하던 4강이 이제는 꿈처럼 느껴졌다. 이와함께 구단주 롯데에 대한 여론도 점점 안좋아졌다. 롯데가 떠나야 부산야구가 살아난다는 말들을 했다. 누가 맡아도 롯데보다는 나을 거라고 사람들이 얘기했다.

이런 여론을 들었는지 몇년 전부터 롯데가 팀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롯데가 FA 대어들을 최고 몸값에 쓸어 담았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올해는 미국 메이저리그 감독까지 영입했다. 그러나 투자가 바로 결과로 나타나는 건 아니다. 롯데의 투자는 반타작 정도였다. 이상목은 먹튀였고 정수근은 건졌다. 투자가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이런 성공과 실패가 몇년간 쌓여야했다. 롯데의 투자는 아직 결실을 볼만큼 쌓이지 않았다.

올해초 롯데는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역시나 최근 연패가 이어지고 있다. 6연패에 탈출해 달리는가 싶더니 또 5연패에 빠졌다. 연패와 연패 사이에 끼어있는 6연승이 그다지 반갑지도 않다. 이렇게 연승과 연패로 종잡을 수 없는 불안정한 전력을 보이는 게 전형적인 약체의 모습이다. 강팀의 최우선 조건은 연패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우승은 텃다 봐야 한다. 아니 이런 불안정한 전력으로는 4강도 힘들다. 시즌 중 5연패 이상을 두번이나 하고도 좋은 성적 거뒀다는 팀의 이야기를 못들어본 것 같다.

패턴으로 보건데 롯데는 이제 올라갈 확률보다 내려올 확률이 높은 팀이다. 중간에 있었던 6연승은 하락주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반짝시세의 모습이다. 한자로 표현하면 죽기 전에 잠시 돌아온다는 뜻의 '회광반조'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또 여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하위권에서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롯데를 볼 것같다.

이제 롯데팬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일만 남았을지 모른다. 경기결과에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리는 밤이 더 많은 것같다. 경험해봐서 아는데 그 스트레스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가슴 졸이는 월드컵 본선을 치룬다 생각해보라. 그런데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훨씬 많다면 어떨까?

롯데의 전력이 뽀록난 지금 이 상황, 실낱같은 기대를 걸며 롯데를 지켜볼 롯데팬들에게 건강을 위해서 '금데'를 권하고 싶다. 미련이 남아 애태우는 밤을 보낼 롯데팬의 모습이 정말이지 안타깝다. 물론 잘 안다. 롯데팬이 롯데를 금한다는 것이 금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차라리 산에 들어가 도를 닦으라지. 롯데는 지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팬들 약올려서 더 처다보게 하는 희안한 흡입력(?)이 있다.

그런데 나도 지금 롯데의 패배를 분에 못이겨 적고 있는 건 아닌가. 나도 금데한 게 아니네. 자기도 못 끊었으면서 누굴보고 충고를... 나도 참 한심타 롯데에 그렇게 당하고도 올해 또 약올라하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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