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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집회에서도 정운천장관 같은 분이 계셨습니다. 십여일 전 촛불집회에서 소고기를 먹어도 괜찮다는 자유발언을 용감하게 하셨던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함이 날라갔고 결국 진행자가 그의 발언을 중간에 제지했습니다.

정운천장관이 나오시겠다는 그 자리는 '소통'보다 '성토'의 자리입니다. 국민의 재협상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그 자리에 나오신 분들은 소고기재협상의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연대'의 목소리를 들으러 나왔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서 누군가 나와서 '만족스런 협상결과가 아니라 죄송하다. 그러나 재협상은 없다.' 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산의 그 분처럼 고함 정도에서 그칠까요? 연대의 판을 깨는 그런 소리를 백만촛불이 참아줄까요?

이건 상식이 아닙니다.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알았으면 그 자리에 올 생각을 다했을까?' 그런 생각부터 먼저 듭니다. 분노한 백만촛불 앞에 그 촛불을 부른 당사자와 마찬가지인 사람이 서겠다는 것은 백만촛불에 대한 조롱이고 모욕입니다.

소통을 하자면서 소통을 왜 막냐고 하지만 소통에도 시기와 방법과 절차가 있는 겁니다. 개인간에도 눈치를 보고 분위기 봐서 시도해야 소통도 먹힙니다. 정부가 국민 앞에 나설 땐 더 많이 살펴야 합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 때는 숙고하고 또 숙고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동네아저씨처럼 '불쑥' 나타나서 소통을 주장하니 국민으로선 참 황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정장관은 소통하러 온 것도 아닙니다. 정부의 방침을 정해놓고 사과와 변명을 하러 왔습니다. 그런 자리는 정부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국민처럼 백만명이 촛불을 들고 모이지 않아도 언론사불러놓고 얼마든지 사과와 변명할 수 있습니다. 한달 넘게 수백만의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낸 소중한 자리입니다. 그렇게 해야 국민은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련한 소중한 자리를 얼마든지 '사과와 변명'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도 내어달라고요? 정말 장난 똥때리는 소리하십니다.

올자리가 있고 안올 자리가 있습니다. 자신이 갈 자리를 구별하는 게 사람입니다. 그걸 구분하지 않는다면 모욕을 듣고 혼이 나도 당연한 겁니다.

그런 의심도 듭니다. 정장관이 예전 정원식 교육부장관처럼 봉변당하는 모습을 유도하여 이번 사태에 돌파구를 마련할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그렇지않고서야 어떻게 분노한 백만촛불 앞에 서겠다고 했는지.

촛불집회에 와서 안떠들어도 정장관님 말씀은 아주 잘 들립니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광화문 근처 얼씬거리지 말고 기자들 불러놓고 말씀하십시오. 그게 상식적인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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