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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아르바이트 이렇게 한다.


KTX의 여승무원 이야기? 이랜드 비정규직 사람들의 이야기? 고등학생 때, 우리들의 미래라는 말 듣기는 했지만, 별 관심 없었습니다. 모른 척 했습니다. 내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바 한 번 하고 나니 알겠더군요. 저 사람들은 나야. 내가 곧 저 사람들이야.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본문 중에서)


현재 거대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신다는 대학생 한 분을 이메일로 인터뷰 했습니다. 일의 내용, 노동강도, 시급 등 알바에 관해 궁금한 여러가지를 물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알바에 대해 느낀 점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커 : 일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그리고 시작한 동기는?

한달 가량 되었습니다. 집이 딱히 여유롭지 않아서 부모님한테 교통비 식비 쓴다고 손 벌리는 것도 엄청 부담스럽고, 제 용돈도 거의 없고 해서... 그래서 겸사겸사 알바를 시작했어요. 수도권 피자프랜차이즈예요.

커 : 구직은 쉬우셨습니까? 면점이 까다롭지는 않았는지요? 사측에서 주의사항이나 요구사항 같은 건 없던가요?

마침 알바생이 부족하던 참이라 구직은 굉장히 쉬웠습니다... ㅎㅎ  나이랑 학교 이정도만 물어봤구요. 계약서, 성격점수, 간단한 계산 문제 같은 걸 여러 장 받았습니다. 계약서에는 시급 내용과 노동법 약간이 적혀 있던 것 같구요.

커 : 성격문제나 계산문제는 어떤 거죠?

성격 문제는 몇개의 항목을 나열해놓고 이중에 자신의 성격과 가장 가까운 것과 먼것을 체크하는 식이었어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문제는 이런 식이었어요.

1. a.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편이다. b.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걸 좋아한다. c. 다양한 일을 배우고자 한다. 

대략 25문제 정도 였는데, 각각 2,1,0 점 정도로 점수를 매깁니다.  제 생각엔 집단적응력이나 일에 대한 성실도 그런걸 보려는 것 같네요.

계산 문제는 '포테이토 피자 라지 사이즈와 치즈 피자 미디움 사이즈에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양은?' 이런 식입니다. 6문제인데 너무 많이 틀리지만 않으면 되는 것 같네요. ㅎ;

면접 관련 문제도 있습니다. 점장이 면접 문제지를 들고 이 사람의 인상이 좋은가. 이런 항목을 몇 가지 체크합니다. 성격상 크게 결함이 없어보이면 통과입니다 ㅎ;

그외 보건증 반드시 필요하구요. 일하는 시간, 쉬는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커 : 취업후 교육은 받으셨습니까. 어떤 교육인지?

샐러드 제조법, 샐러드바 관리, 행주 빨기, 일 마감하는 방법 등입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현재는 이런 잡일을 하고, 손님을 대하지는 않습니다.

커 : 첫날 어땠습니까? 처음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보신 건데, 혹시 힘들고 낯설어 그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던가요?

사람도 없다고 해서 힘들 거라는 예상은 했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샐러드 냉장고에 채우고, 샐러드바에 내놓고, 유통기한 날짜 적은 스티커 붙이고, 설거지하고, 바닥에 물기 제거하고. 

이렇게 나열해놓으면 단순해 보입니다만... 잠시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눈돌아가게 바쁩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어요. -.-;;

집에 갈 때쯤 되니까 발바닥이 아파옵니다. 그간 얌전히 학교나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처음 느껴보는 고통.... 집에 오니 발바닥이 쑤셔서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는것도 기피할 정도였습니다. 자고일어나니 통조림 캔 딴 후유증으로 팔뚝 급 근육통도 작렬.... 그때 좀 생각이 들더군요. 이거 해야함?? 하지만 제가 주말 외엔 거의 시간이 없고 시급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

그냥 했습니다.

커 : 시급이 얼마입니까?

4,500원 정도입니다. 주변에 4000원도 못받거나 그정도 받는 친구들이 포진해있기 때문에 처음엔 아 많이받는구나 이거 괜찮겠네 하고 시작했는데요. 제가 일하는 시간이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그런데 알바생은 모자라요. 그래서 더 힘든걸수도 있지만.

9시간 일하고 1시간 쉬는데 쉬는 시간이 아니면 단 1초도 앉아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쉴새없이 걷고 움직이고 물건 옮기고....

집에 올 때쯤 되면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더군요... 방금도 냉찜질 했습니다.

이정도 강도에 시급 적어도 5000원은 줘야되지 않겠냐고 말하지 못하는 저랑 한국이 밉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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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구인광고 시급


출처 : 복면사과님 블로그


관련기사 : 세계각국의 알바시급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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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 : 가끔 햄버거 먹으러 가보면 일하시는 분들 정말 손이 쉴틈없이 돌아가는 모습 많이 봅니다. 일하시는 그곳도 비슷한 업무강도인 것 같군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끼리 업무강도에 대한 불평도 서로 하고 그럴 거 같은데.

햄버거 쪽은 일해본 적은 없지만 '손이 쉴틈없이 돌아간다' 란 표현은 이곳과 정말 잘 들어맞네요. 좀더 덧붙이자면 '손과 '발'이 쉴새없이 돌아간다.'

주변 사람들이 제가 신입이다보니 많이 물어봅니다. "힘들지 않냐?", "적응해지면 괜찮겠죠.", 이런식으로 이야기하고  친구랑은 불평합니다. 친구는 여기저기서 알바를 많이 해봤는데 여기가 제일 힘들다더군요. 전 처음이라 그러려니 합니다만.  

커 : 업무흐름도랄까 어떤 식으로 하루 일이 진행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지점에 나가서 컴퓨터로 체크인, 바닥 정리및 샐러드바 관리 및 제조, 설거지, 행주 세탁 등등 제 일 하고 창고나 음료수기 닦기로 마감. 체크 아웃... 제가 하는건 요런 순서입니다.

커 : 혹시 블랙컨슈머에게 당해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괴롭히는 손님의 경우 어떻게 해결합니까. 직원의 책임으로 돌리고 페널티를 주는 그런 일은 없는가요?

전 직접 손님을 대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사례는 없습니다. ^^: 아직까진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일은 없는 것 같네요.

커 : 한 과에 알바를 하는 친구가 몇명쯤 됩니까. 퍼센티지로 어느 정도 되는지요.

보통 3~40%정도는 일하는 것 같습니다.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니지는 않으니까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커 : 알바해서 버는 돈이 어느 정도 됩니까. 번 돈은 어떻게 쓰십니까.

40만원 안팎이구요. 15~20만원 정도는 식비와 교통비로 사용됩니다. 남은 돈은 저축을 하거나 공연을 보러 가거나 친구나 부모님 생일 선물 등으로 쓰게 되네요.. ^;

커 : 알바해서 등록금과 용돈을 스스로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용돈은 몰라도 등록금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똑똑한 친구들 과외알바 바쁘게 하는 게 아닌 이상은... 주말알바와 학업만 병행해도 힘든걸요...

커 : 스스로 등록금을 벌면서 공부할 수 없다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싼 등록금을 부모님한테 손을 벌리고 제대로 독립하려면 20대 중후반이나 되야 하고... 이건 부모나 자식이나 양쪽한테 버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돈에 관해서 부모님한테 의지하게 되면 제 스스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부모님이 사생활에 간섭이 심하다 싶어도 제 생활의 기본이 부모님이니 다른 말도 하기 힘들고.

커 : 제가 적었던 알바관련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점주나 사장의 알바에 대한 불평이 간혹 있습니다. 혹시 점주나 업주가 알바들의 일처리나 업무태도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지는 않는가요? 알바 학생에게 직장인같은 지속적인 근무와 일처리를 원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초보라 이런 저런 충고를 많이 듣습니다만 불평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스케쥴이 불안정한 학생이라도 일단 자기가 맡은 일엔 최대한의 성실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하지만 그게 성실만으론 잘 안되는... 이를테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쉴틈없이 바쁜 노동강도나 그에 비해 너무 싼 시급... 이런 건 개선이 되야 한다고 봅니다.

커 : 일터에서 가장 많이 듣는 충고나 습관적인 말투 혹시 기억나는 거 있습니까?

"많이 힘들어?"
"적응되면 괜찮아질꺼야"

이 몇 마디가 제일 많고 기억에도 많이 남네요. 그런데 적응한다고 딱히 여유 시간이 생길 것같진 않고 ^^ 정말 모르겠어요.

사실 알바하면서 듣는 말은 이건 이렇게 해라 등의 조언이 아니면 거의 대화가 없어요 바빠서. 친구랑 많이 하는 말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 " , "왜 저녁 늦게 피자를 먹으러 오는 거야 왜..." 이런 거죠.

알바하면서 피로회복제를 사람들이 왜 찾는지, 노동법이나 노조가 왜 필요한지 뼈저리게 알것 같습니다. 알바 한달짜리가 이러면 좀 오바려나요? ^^;

눈돌아가게 일하다가, 갑자기 가슴 속에서 뭔가가 울컥,.. 어? 싶었는데 다시 울컥하고 몇 번인가 올라오더군요.

부모님 말씀하시던 것처럼 제가 '이제야 세상을 알았나' 봅니다..... 너무 편하게 살았나 봅니다.....

부모님께 시급이 너무 싸게 느껴진다고 했더니 그나마도 얼마나 많이 오른 건 줄 아냐. 외국은 외국이고 한국은 한국이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대우를 받는 거다... 그러니까 넌 프로가 되야 한다.... 이 말을 연설처럼 늘어놓으시더군요. 엄마 아빠도 비정규직이면서..... 소박한 행복을 위해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들고 서러운 일인지 나보다 훨씬 전에 알았을 거면서....

KTX의 여승무원 이야기? 이랜드 비정규직 사람들의 이야기? 고등학생 때, 우리들의 미래라는 말 듣기는 했지만, 별 관심 없었습니다. 모른 척 했습니다. 내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바 한 번 하고 나니 알겠더군요. 저 사람들은 나야. 내가 곧 저 사람들이야.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 자신의 알바 경험에 대해 얘기해주실 분 연락 주십시오. 여러분이 말씀해주시는 내용들은 아르바이트를 하시려는 다른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고, 아르바이트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po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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