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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 당선자 중 소박한 이력으로 주목받으신 분이 계십니다. 민노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되신 환경미화원 출신 홍희덕씨입니다.


경북 상주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78년 상경한 뒤 우유 배달, 목재소 잡부 등 해 보지 않은 일이 없다고 한다. 93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취업한 뒤, 98년 민간 위탁 과정에서 임금을 깎이고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지켜봤다. 이 일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몸을 던졌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했고, 2006년에는 전국 단위로 확대된 전국민주연합 노동조합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40년 이상 살아 왔고, 그 가운데 10년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를 대변해 온 삶이었다. (한겨레 기사 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고 하는 민노당다운 비례대표였습니다. 기성 거대 정당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명망가 중심에서 활동가와 생활인으로 옮겨가는 게 보다 선진적이고 수준높은 정치입니다. 평소 민노당의 구호식정치엔 답답함을 느끼지만 이런 결정은 정말 박수 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 기사를 흐믓하게 바라보던 나의 미소는 댓글에서 싹 식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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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홍희덕씨의 당선을 축하해주는 댓들들이었지만 일부 홍희덕씨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심하게 의심하는 몇몇 댓글들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저런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면 뭘 어떡하겠다는 건가? 참 기가 막히다."
"글쎄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나 경제에 대한 개념이나 계실까?"
"간단히 영어나 제대로 읽을줄 아나 궁금합니다."
"상임위에 나가 제대로 변론이라도 할까요?"

"저런 사람"은 누굴 말하는 걸까요? 환경미화원들이 "저런 사람"들일까요. "애들 장난"은 성추행하고 '친박연대'란 우스꽝스런 이름 내걸고 당선된 사람들 아닐까요? 여기가 미쿡인가요? 영어 모르는 사람은 정치 못하나요? "제대로 변론"이라도 할지 의심스럽다고요? 제대로 변론 못하는 정치인 지금도 태반입니다. 그것보다 나으면 되나요?

정치는 명망가들의 놀음이 아니라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이름 난 사람들이 국회로 옮겨가서 노는 걸 무협드라마 보듯이 구경하는 게 정치가 아닙니다. 정치를 무협드라마 보듯 하니, 한국의 정치인들이 국민이 아닌 자기가 받들어 모시는 주군을 위해 무협지같은 몸짓들을 펼치고 있습니다.(다른 나라 사람 보기 쪽팔려 죽겠습니다.)

비정규직의 대표는 비정규직이어야 하고, 농민의 대표는 농민이어야 하고, 청소원의 대표는 청소원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실제 대표가 모여 공동체의 삶을 논하는 게 바로 정치입니다. 국민 구성원의 대표성을 찾을 수 없는 교수나 사업가, 법률가들이 모여 작당하는 것은 정치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동료, 친구들이 나와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 그게 바로 제대로 된 정치입니다.

홍희덕씨의 자질을 의심하시는 분들, 직장에서 정치 안하십니까, 소속된 조직에서 정치 없습니까? 인간은 정치적 동물입니다. 인간의 정치력을 의심하는 것은 그를 인간이 아닌 동물로 보는 것입니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인간의 능력입니다.

한국정치의 진보에 장애는 환경미화원 출신 정치인이 아니라 명망가가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봉건제적이고 무협지적인 사고에 젖어 있는 분들이십니다. 당신들이 생각을 바꿔야 세상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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