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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회장이 삼성회장을 사퇴하면서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건희회장과 함께 부인인 홍라희씨도 미술관장과 문화재단의 이사직을 사임한다. 아들 이재용씨는 CCO에서 사임한 뒤 해외에서서 현장체험에 나서겠다고 한다.

그동안 그룹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을 해체한다. 기획실의 이학수부회장과 김인주사장도 업무를 마무리한 후 모든 직을 사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수사에서 밝혀진 수조원의 차명재산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뒤 남는 돈을 공익에 쓰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용도는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했다.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존의 금융사들을 튼튼히 다지는데 매진하겠다고 한다. 또 금융사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내용에 여론도 다소 놀라는 표정이다.

그러나 가만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부분적인 강도만 높였을뿐이다. 이 조치들이 삼성의 전체적인 쇄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미지수다. 이런 내용들이 결국에는 삼성의 조직문화에 녹아 그 취지를 상실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항상 재벌들의 쇄신안이 그렇듯 이번에도 발표만 키웠지 발표를 견지할 장치들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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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이건희회장의 퇴진에 대해선 벌써 '원격조종'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한국의 조직문화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건희회장이 퇴진했다고 삼성의 새 회장이 전권을 휘두르리라 믿는 사람은 없다. 분명 주요 판단에 대해선 이건희 회장의 입을 쳐다볼 것이다.

손떼겠다고 했던 중앙일보도 실제적으로는 이건희회장이 지배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삼성특검에서 중앙일보가 삼성변명 일변도의 기사로 지면을 도배하고, 이건희회장의 특검출석 당시 중앙일보 기자가 취재방해한 정황으로 볼때, 중앙일보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했다는 걸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삼성도 중앙일보처럼 형식적으로는 분리하면서 실직적으로는 회장님을 호위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재용씨에 대해서도, 현장체험 후 적당한 때 그룹을 승계할 것으로 이미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홍라희씨는 구지 사퇴할 필요 없었다. 이학수부회장과 김인주사장은 어쨌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했던 사람들이다. 둘은 '희생양'론까지 나돌았던 사람들이다. 퇴진은 그에 비하면 한숨 돌린 상황이다.

은행권을 진출안하다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앞으로 상황변화에 따라 대대적인 홍보와 로비로 얼마든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삼성이다. 차명재산의 공익기여도 현재로선 약속어음이다. 이미 삼성자동차 채무를 삼성화재 주식으로 갚겠다는 약속을 삼성은 어긴 바 있다. 공익기여금도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식으로 재판 걸지 않을 거란 장담 못한다.

이건희회장의 퇴진발표문이 반갑기보다 찜찜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국민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자신과 삼성관계자에 대한 인신구속을 막고 아들인 이재용씨에게 삼성을 물려주기 위해 자신이 이만큼 내놓겠다는 딜처럼 들린다. 마치 포커판에서 그가 말하는 것같다. 4조5천억에, 김인주 이학수에, 홍라희 이건희까지, 콜?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여기서 국민들은 콜을 외쳐야할까?

내가 이건희회장과 담판 자리에 앉았다면 좀 다른 거래를 했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걸었던 모든 것을 다시 이건희 회장 앞으로 밀어넣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모든 것 회장님 다 가지고 가셔도 됩니다. 대신 딱 하나만 주십시오. 삼성에 노조 만드는 것을 방해하지만 말아주십시오. 그거 하나면 됩니다. 계속 회장님 하시고 부인도 대외 활동 열심히 하시고 이재용씨도 사퇴하지 마시고 4조5천억도 필요 없습니다. 삼성노조만 하나 만들겠습니다. 콜?

만약 삼성에 제대로 된 노조가 있었다면 삼성이 이렇게 무소불위, 안하무인의 권력을 휘두르며 거대한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했다해도 지금 삼성공화국 소리가 나올만큼은 아닐거다. 삼성이 건강해지고 싶다면 삼성 안에 건강한 견제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그 견제세력에 검증받으며 경영하면 오늘처럼 고개숙여 반성할 일 없을 것이다.

삼성 다 필요 없고 노조 하나만 내놓으면 된다.



* 노조 있어봐야 나아질 게 없다는 분들께 :

노조가 회사와 짝짜꿍 해먹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조가 있으면 나눠먹기 식이라도 견제가 있으면서 삼성이 지금처럼 안하무인 무소불위로 힘을 휘두루긴 힘듭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작용해서 노조와 아무리 타협을 잘 한다해도 삼성이 가져가는 이익은 반에 반도 안되게 줄어들고 그 반대로 국민은 삼성이 덜 해처먹는 만큼 이익을 보게 되는거죠. 지금처럼 노조도 없는 상황에선 국민들이 삼성이란 기업을 통제할 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노조는 경영진과는 문화나 소통방식이 전혀 다른 집단입니다. 이 집단과 삼성이 잘 붙어먹어 짝짜꿍하긴 쉽지 않습니다. 짝짜꿍해도 유지하기도 어렵고요. 노조와 삼성 경영진의 복합체는 관리비용이 참 많이 들어가는 협업체입니다. 결국 그렇게 관리하느니 앗싸리 기업은 부정부패 안하고 정직하게 기업하려고 하게 될 확률이 높죠.

어렵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하나 안하나 감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삼성내부에 노조라는 견제집단 하나만 집어 넣으면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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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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