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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이 묘사한 의료계 모습을 두고 현실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극적 재미를 위해 일부장면과 설정이 너무 과장되거나 무리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다. 이 현실성 논란은 단지 드라마의 극적완성도에 그칠 문제만은 아니다. 현실성 여부에 따라 의료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주 조심스런 부분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장면은 의사들의 옥상집합과 제약사의 감귤돈상자 로비 그리고 환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의국 간의 갈등이다. 과연 의사들은 과장의 짜증난 한마디에 옥상으로 집합해서 요즘 군대에도 없어졌다는 얼차려를 받을까? 의사들에게 감귤한상자의 돈다발 로비를 하는 제약사가 있을까? 의국의 권위는 서로간의 협진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일까?

이 논란이 되고 있는 세 장면의 실상을 알기위해 몇 게시판의 관련 토론을 한 번 들여다봤다. 실제의료계에 종사하신 분과 유사업계 종사자 분들의 충실한 댓글이 올라와 어느 정도 세 장면에 관련된 의료계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옥상집합

결론부터 말하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집합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옥상집합 부분은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군대문화의 한국사회에서 개연성이 있을거라고 일반인도 예상한 부분이었다. 90년대 의학드라마에서도 정강이를 걷어차는 모습을 많이 나왔었고(은비령) 또 그 장면이 사실적이란 평가도 있었다.

‘카미트리아님’이 의대 다니는 친구한테 들은 바에 의하면, 의대의 선후배 문화는 군대 딱 그 자체였다고 하고 군대식 문화가 아니라 군대의 일이 그대로 거기서 다 존재한다고 들었다고 한다. ‘9’님도 선배의사가 폭언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의사는 아니지만 조금 아신다는 몽아님은 폭력도 과(科)마다 다른데, 가장 심한 곳이 한번의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외과라고한다. 하지만 최근은 외과가 3D 기피 업종이 되는 바람에 레지던트들이 안들어와 강압적으로 굴리는 것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와이프가 의사는 아니고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기린아님은 가끔 조인트 까이는 것과 욕설은 들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유사업계에 종사한다는 Damian님은 여기에 대해 가벼운 반론을 펼쳤는데, 10년전은 그랬을지 모르나 현재는 집단 기합과 구타는 많이 사라졌고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1년차들을 가끔 혼내는 정도라고 한다. 개인적인 언어폭력과 인격 모독, 폭행과 같은 문제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인데, 의사양성 과정, 특히 생명과 직결된 과에서 "규율"은 중요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폭력이 규율을 세우는 중요한 방법이자 틀로서 사용되어 왔지만, 점차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가면서 폭력적 집합문화는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제약회사로비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 대부분 일치했다. 기린아님께서 전해주신 와이프분의 말에 따르면, 의약분업이전에는 '막대한 로비(?)'가 있어서 먹기 힘든 수원 왕갈비를 가끔 먹기도 했었으나 이젠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회사가 사라졌다고 한다. 몽아님도 의약분업 후 원외처방이 많아서 로비는 많이 사라진데다, 의약분업 이전이라 하더라도 약을 처음 밀어넣을 때 주는 랜딩비가 사과박스라는 설정은 너무 터무니 없다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처럼 외과과장에게 사과박스로비라는 것이 더 현실성이 없는 게, 그 정도 로비를 할만큼의 고가의 약품이나 장비 자체를 외과에서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Damian님은 극중 제약회사의 로비방식은 굉장히 무식하다면서, 금융실명제가 정착된지 10여년이 넘고, 의약품 선정 방식이 상당히 민주화된 21세기 한국에서 감귤박스에 돈다발 채워 돌리다가는 큰일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제약회사들이 로비를 많이 하긴 합니다만, 대개의 경우 "공식적인" 학술활동 지원이나 자기 회사의 신약 개발 과정에 소요되는 "공식적인" 연구비 지원 같은 걸로 이루어 집니다. 만원짜리 가득채운 감귤상자는 명백히 오바입니다.” 노라리님도 개발하고 나면 거의 이익이 무한대인 제약업계의 특성상 의사들에게 연구비나 학회보조금 등으로 지원하는 로비는 전세계 어디나 공통일 것이라는 의견을 주셨다. 

 

의국간의 갈등

이 것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Damian님께서 깊이 있는 의견을 주셨다. 요약 정리해서 옮기면 이렇다

“환자가 수술 후 폐렴 증세가 너무 심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온갖 검사를 다 하고 감염내과 협진 의뢰를 내는 것이 기본 상식입니다. 특히나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립의과대학병원이라면 더 당연하죠. 의료진으로서는 의료소송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극도로 조심하게 될 수 밖에 없어요. "외과 환자니까 외과에서 다 알아서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담당교수가 "외과 환자를 왜 내과에서 간섭하느냐?"며 지랄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오히려 "빨리 내과에 컨설트 안 내고 뭐하냐!"고 혼을 내죠. 염동일이라는 캐릭터에는 공감이 가긴 하는데, 주치의가 그런 식으로 우유부단하게 아무 결정도 못 내리면 곤란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치를 취해야 해요.”  

 

하얀거탑은 60-70년대 일본상황?

드라마 하얀거탑이 한국의료현실과 어긋나는 이유는 뭘까? 그건 하얀거탑의 원작이 일본의  60-70년대 상황을 바탕으로한 소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에 관해서 Damian님과 기린아님의 드라마에 대한 의견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겠다.
 
“이 드라마의 설정상 문제들은 결국 60~70년대 일본소설이 원작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때문입니다. 지금의 일본 의료계 시스템이 어떤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이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정치적 암투나 인간관계와 유사하지 않을까 해요. 그 나라에서는 아직도 교수 1인이 독재하는 도제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Damian)

"일본의 경우, 여전히 의국에 강력한 권위가 남아 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한국의 교수들은 결정적으로 '선거'를 하지 않고 '이사회 지명'으로 상위자리에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얀거탑이 그래서 한국 현실에는 맞지 않죠"(기린아)

 

참고한 싸이트 : DJUNA의 영화낙서판, Moveon21.com, skepticalleft.com
참여해주신 네티즌 : Damian님, 카미트리아님, 은비령님(이상 DJUNA의 영화낙서판), 기린아(skepticalleft.com), 몽아, 노라리(이상 Moveon21.com)
귀중한 댓글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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