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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안 잡지 신년호입니다. 신년호엔 재미있는 내용을 실어야하지 않을까요? 무엇이 재밌을까요? 가장 궁금했던 것을 알게 되면 재밌지 않을까요? 저는 우리 집안을 지칭하는 '기찰'이란 이름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집안 모임에 오면 늘 듣고 쓰는 집안 명칭인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제가 이 말의 뜻이나 유래를 모르고 있더군요. 요즘은 잘 안 쓰는 옛 지명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만 했습니다.  

우리 집안 정식 명칭은 '김해김씨경파오륜대문중기찰문회'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집안은 김해김씨경파오륜대문중에 속합니다. 오륜대문중엔 우리를 포함해서 4개의 문회가 있습니다. 초량(문회), 남산(문회), 오륜(문회) 그리고 우리 집안 기찰(문회). 모두 부산에서 익히 들어본 지명들입니다. 그럼 기찰은 지금은 잘 안 쓰는 옛 지명이 아닐까요. 

 



모바일맵에서 기찰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의외로 적지 않은 검색결과가 나옵니다. 공식적으로는 쓰지 않지만 지명의 흔적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이 일정한 지역에 모여있습니다. 지번을 보니 대략 부공동 200번지 일대입니다. 오륜동재실에서 직선거리로 3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대략 그림이 그려지네요. 오륜대문중은 오륜동 재실을 공유하는 문중입니다. 옛날에 오륜동재실 인근에 오륜대문중 사람들이 살았겠죠. 그러다 자손이 많아지면서 집안이 갈라져 어떤 집안은 오륜동에 어떤 집안은 남산동에 또 어떤 집안은 멀리 초량으로 이동해 살았겠죠. 우리 집안은 그래도 오륜동재실에 좀 가까운 기찰에 모여살았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궁금증이 다 해소되는 거 같진 않습니다. 지명은 알겠는데 이제 그 지명의 뜻이 궁금해집니다. 풀이 많아서 초량이라고 합니다. 남쪽의 산이라서 남산이라고 하고. 그럼 기찰은 무슨 뜻으로 쓴 걸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기찰은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수소문하고 염탐하거나 특정한 곳에서 검문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기찰포교라고 했고 기찰포교가 상주하여 기찰을 행하는 곳을 기찰방이라고 했는데 줄여서 그냥 기찰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조선시대 포교가 상주하여 사람들을 검문했던 곳이 바로 기찰입니다.

 

자 그래도 의문이 남죠. 왜 이곳에 기찰이 있었던 걸까요? 무슨 이유로 기찰에서 사람들을 검문하고 염탐했던 걸까요? 

 

17~18세기 부산은 동북아 최대의 무역도시였습니다. 부산 초량왜관에서 일본과 조선의 상인들이 모여 인삼 비단 등 온갖 상품들을 사고팔았습니다. 무역이 활발해지면 그와 함께 늘어나는 게 있죠. 네 바로 밀수입니다. 국가에서 허락하지 않은 품목을 사람들이 사고 팔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해야할까요? 정부가 밀수를 감시해야겠죠. 그래서 부산의 입구에 해당되는 기찰에 기찰이 생긴 것입니다.

 



궁금증은 해소되었나요? 재미는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누군가 우리 집안에 대해 물어본다면 이제 적어도 기찰이란 명칭 하나는 막힘 없이 답할 수 있겠죠. 2024년 갑진년 그래도 기본 소득 하나 얻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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