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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4일 만에 1백만 관객을 넘어서더니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부산을 무대로 한 영화라 부산사람만 볼 것으로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영화는 전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주말 이 영화를 봤다. 부산이 주 무대긴 하지만 영화는 아버지 세대라면 누구나 겪었을 사건들을 다루면서 시대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신파와 웃음을 잘 버무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대박영화의 조건은 일단 갖추어 무난하게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보편적 재미와 감동뿐 아니라 부산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충분히 준다. 거대한 스크린 위에서 만나는 부산 구도심 곳곳의 모습은 참 반갑다. 더 반가운 것은 이 영화가 부산을 단지 배경으로만 써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 외국인 이주민에게 시비를 거는 고등학생들을 향해 주인공 덕수가 "부산에 살면 부산사람이지."라고 호통치는데 부산이란 도시의 특성을 잘 간파한 이 명대사는 영화 전체를 꿰뚫는 울림을 준다.

 

해방 직후 28만 명이던 부산의 인구는 10년 뒤인 1955년 6·25전쟁 피난민의 정착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이 후에도 부산의 인구는 1970년 184만 명, 1980년 315만 명, 1990년 379만 명으로 전국 평균 증가율을 훨씬 웃돌며 성장했다. 이런 부산의 인구 추이는 덕수의 부산에 대한 정의를 뒷받침한다. 사람이 모여서 부산이 만들어진 것이지 부산사람이 있어 부산이 된 것은 아니다. 융합되어 만들어진 부산은 아버지 세대가 살아온 역동의 시대를 무대에 올리기에 알맞은 역동적 도시다.

 

"부산에 살면 부산사람이지."라는 덕수의 대사는 부산이 처한 현실도 돌아보게 한다. 과연 지금 우리는 이 말을 덕수처럼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지금 부산은 "부산에 살면 부산사람이다."가 아니라 "우리가 남이가"가 더 지배적인 도시가 된 건 아닐까? 2000년대 들어 부산이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데엔 우리 안에 자라난 배타성도 한몫을 한 건 아닐까 돌아보게 한다.

 

덕수는 부산의 과거이면서 미래다. 지금 부산엔 '부산에 살면 부산사람'인 덕수의 부산정신이 필요하다. 노인이 된 해방세대가 역동성을 잃었다고 그들의 시대까지 외면해선 안 된다. 어려운 시대를 헤쳐 나온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 시대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 지금 부산의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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