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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힘있는 영화 '안녕 투이'

커서 2014. 11. 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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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부 거친 느낌의 편집과 베트남 여배우의 어눌한 한국어가 주는 오글거림에 잠시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3억으로 제작된 초저예산 영화라는 점도 이런 걱정을 부추겼다. '100분 동안 영화를 봐주고 가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기우였다. 100분은 어느새 지나갔고 '민망한 기색을 어떻게 감출까?' 하는 고민없이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안녕 투이'는 미스테리 구조에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입힌 영화다. 가득차 출렁거리는 바가지 속의 미스테리를 영화는 거의 흘리지 않고 옮겨 마지막 순간 항아리에 붓는다. 미스테리가 지나가는 배경엔 고립된 농촌과  그 곳에 시집온 이주여성의 현실이 새겨져 있다. 단단한 구조와 생생하게 표현된 현실은 특수효과와 물량투입 없이도 관객들을 100분 동안 들썩거림 없이 자리에 앉혔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에서 김재한 감독은 '안녕 투이'가 장르적 쾌감을 배제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장르적 쾌감을 배제했다고 대중들이 외면하는 건 아니다. 대중들이 바라는 결말을 주지 않고도 대중의 지지를 받는 영화가 있는데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것이다. 쾌감이 없음에도 봉준호의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관객들이 영화에서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안녕 투이'를 100분 동안 몰입하게 한 것도 영화의 힘이었다. 


'안녕 투이'는 장르적 쾌감을 배제한 힘있는 영화라는 점 외에도 리얼리즘 미스테리라는 점에서 봉준호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여기에 농촌을 배경으로 한 것까지 더하면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안녕 투이'를 봉준호의 영화와 비교해서 말하면 봉준호의 영화에서 캐릭터는 좀 빼고 영상미를 더 파고든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비교할 수 없는 자본의 크기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안녕 투이' 주인공과 주요 배우 세명은 참혹한 결말을 맞이한다.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결말임에도 '안녕 투이'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공감을 얻는데 성공한다. 눈물을 배제하고 얻어냈다는 점에서 더 가치있는 공감이다. 이건 시나리오의 치밀함이 아니라 우직하게 쌓은 영상이 정서적 토대를 탄탄히 해서 가능한 것이다. 


'안녕 투이'의 힘은 이미 각국 영화제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9개 영화제에서 공식초청되었고 제 7회 미국·베트남영화제에선 주인공 닌영 란응옥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30회 아시안퍼시픽 필름페스티벌 Abraham ferrer 프로그래머는 "베스트셀러 범죄소설처럼 엔딩을 끝까지 놓을 수 없는 드라마"라 평했고 홍상수 감독은 "한국 농촌사회의 문제점인 국제결혼 소재를 꾸미지 않고 보여줬다"는 관심을 나타냈다.





'안녕 투이'는 영화적으로는 물론이고 영화 외적으로도 독특함이 많은 영화다. '안녕 투이'는 베트남 여배우가 단독 주연을 맡은 한국 최초의 영화다. 주연을 맡은 닌영 란응옥은 베트남에서 인기스타라고 한다. '안녕 투이'는 지역민들의 열정으로 제작된 100% 경남 자생영화다. 밀양 태생의 김재한 감독이 영화 전반을 구성했고 지방 의원, 변호사 등 각계각층이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민들에게 감사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영화는 11월 27일 개봉했다. 초저예산 영화다 보니 개봉관을 많이 확보하지는 못했다. 영화를 보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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