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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무승부라고 했지만 야권 지지자들은 6.4지방선거를 패배로 받아들였다. 세월호로 여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선거판에서 무승부는 야당에겐 실질적 패배라 보았기 때문이다. 선거결과에 대한 이런 실망감은 공동대표지만 원톱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대표에게로 옮겨갔다. 세월호 정국에서 안철수가 리더쉽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과연 세월호 참사가 야당에겐 호재로 작용했을까? 그걸 잘 이어가지 못한 안철수 대표는 비판받아 마땅한 것일까?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바로 전임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지난 2월 청와대 보고에서 지난해는 50년만에 대형사고가 없었던 해라며 입방정을 떨었지만 그럼에도 당선되었다. 더군다나 유정복 시장이 당선된 인천은 세월호 출항지였다. 경기도는 세월호에서 숨진 학생들의 집과 학교가 있는 곳이지만 새누리당 남경필 지사가 당선되었다. 이것만 봐도 세월호가 야권 지지자들이 생각하는만큼 큰 영향을 준 것 같진 않다. 


물론 세월호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월호로 여당과 정부에 대한 반감은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전반적으로 떠받쳤고 그로 인해 몇달 전까지 야권에 불리하리라던 선거를 무승부나마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나가서 그렇게 조성된 선거 분위기를 좀 더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은 동의하기 어렵다.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선거운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희생된 세월호는 역풍의 우려도 만만치 않아 마냥 떠들 수 있는 정치적 이슈는 아니었다. 


안철수가 세월호 관련하여 제대로 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근거가 모호하다. 반면 안철수가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몇 개의 리더쉽은 그 평가가 분명하다. 


일단 안철수 대표의 결정으로 야당이 하나로 통합되어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분리되었다면 필패였음을 고려할 때 이 결정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쉽이라 할 수 있다. 선거 직전 안철수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릎쓰고 주도한 기초연금 타협은 야당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연금을 못준다는 여당의 공격 프레임을 미리 차단시킨 한 수였다는 박수를 받았다. 항상 야당에게 따라다녔던 종북 공격이 이번에는 없었던 것도 안철수 대표 덕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렇듯 안철수가 나름의 리더쉽을 만들어가고 있음에도 그의 리더쉽에 대한 의문은 아직 여전한 것 같다. 그건 안철수가 정치 초기 보여준 몇가지 실책들이 강하게 남긴 인상 때문인 것이다. 국회의원 100석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 주장은 정치에 대한 인식이 미용실 아줌마 수준이라는 실소 섞인 비판마저 들었다.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도 그 연장선이었다. 


안철수는 도덕교과서에 실린 유일한 정치인이다. 안철수는 애초 도덕교과서에 실릴 때 많이 부담스러워 했다고 한다. 도덕교과서에 실린 사람으로서 몸가짐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정치 초기 실망스러웠던 안철수의 리더쉽엔 바로 이런 도덕적 부담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도덕교과서에 실린 사람으로서 만인이 흠잡을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현실 정치와는 동떨어진 공약도  추진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안철수이기에 서울시장과 대통령 두 번의 양보도 가능했을 것이다.


지난 4월 1일 당 주요 인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안철수는 자신의 이런 문제를 솔직히 인정했다. 그 자리에서 안철수는 "세상 물정 모르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바로 뭐가 됐더라면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현직 정치인이 이렇게 자신의 깊은 심경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은 본 적이 없다. 


이때가 전환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후부터 안철수는 예전과 달라진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광주시장에 윤장현을 공천한 것에 집중포화가 쏟아졌지만 안철수는 결국 윤장현 후보를 당선시켰다. 이번 재보선에도 공천논란이 있었지만 그 논란을 수습하는 시간은 훨씬 빨라졌다. 시끄럽겠구나 했는데 어느새 소란은 잠잠해지고 당은 후보들에게 파란 운동화를 나눠주는 결속력 있는 이벤트까지 치르며 즉각 선거체제로 돌입했다.


목소리도 달라졌다. 최근 당 대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는 7.30 재보선이 야당에 "어려운 선거라면서" 그럼에도 여당이 엄살을 피우는 것은 "그것보다 결과가 좋을 때 스스로 면죄부를 줘 독단적 국정운영"할 속셈이라는 발언을 했다. 재보선 지역인 김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박 대통령은 더는 선거의 여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과 여당을 분명한 어조로 겨냥하면서 국민의 공감을 벗어나지는 않는 안정감 있는 발언이다. 


안철수는 누구보다 도덕적 토대가 단단한 정치인이다. 거기다 안철수는 지금도 나타나면 수십명이 뒤를 따르는 인기를 가지고 있다. 달라진 안철수는 여기에 자신이 충분히 소화한 정치적 리더쉽을 장착했다. 계기만 된다면 안철수에 대한 정치적 기대는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 보름 남은 7.30 재보선에서 안철수가 그런 기회를 잡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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