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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블로거들을 상대로 투개표 시연행사가 있었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선관위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선거과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점도 있었지만 오해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선관위의 소통부족도 한 몫했습니다. 선관위도 소통부족을 인정했고 이날 행사도 그런 취지에서 열린 것입니다.

 

 

 

 

선관위가 이날 가장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은 투개표과정이었습니다. 

 

투표 시작 전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 내외의 이상유무를 확인합니다. 그런 다음 투표함의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자물쇠로 잠그고 자물쇠 위에 봉인스티커를 부착합니다. 투표가 끝나면 투표함 투입구를 닫고 잠금핀을 끼운 후 마찬가지로 봉인스티커를 부착합니다.

 

 

 

 

한번 봉인된 투표함을 연다는 건 극히 힘든 일입니다. 2종류의 잠금장치 3개가 채워진데다 봉인스티커는 떼어내면 흔적이 남습니다. 투표함을 열기도 힘들지만 열었다 해도 이런저런 흔적이 남기 때문에 시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투표함 자체를 깨끗이 바꿔치기 하는 수법도 고려하여 투표함엔 고유식별번호가 내장된 전자칩을 붙입니다. 

 

 

 

 

개표과정도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개함되어 쏟아진 투표지는 정리 작업 후 투표지분류기에 넣어져 각 후보별로 분류됩니다. 이렇게 분류된 투표지는 심사·집계부에서 육안에 의한 심사를 거쳐 후보자별 득표수로 집계됩니다. 미분류투표지도 나오는데 이런 표들은 유·무효투표 예시에 따라 수작업으로 분류되어 후보별로 집계에 넣어집니다. 투표집계와 무효표는 위원검열석에서 검열하는 과정을 또 거칩니다.

 

 

 

 

집계가 컴퓨터에 입력되는 과정도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거론되는 의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이것도 개표과정을 이해하면 풀릴 수 있는 오해였습니다. 개표소에서 위원장이 개표상황표를 공표하면 이에 따라 득표수가 컴퓨터에 입력됩니다. 그리고 득표수는 개표소 내 개표상황표 첩부판에도 붙여집니다. 의심이 들면 개표결과와 개표상황표를 대조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개표 과정은 각 정당 및 후보의 참관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다 참관할 수 있습니다. 투표함 이동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사진 및 동영상 촬영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개표사무원 25%를 국민공모를 통해 뽑았습니다. 수만명의 참관인과 국민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조직적으로 투개표 부정을 저지른다는 건 사실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투개표 부정은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투개표 부정에 대한 의심이 우리 사회에서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투개표 관리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의심 때문입니다. 선관위원장이 정권의 편을 들 거라는 막연한 의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선관위원장은 정말 권력의 편을 들까요? 이것도 오해에 가까워 보입니다.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중 상위서열인 수석대법관이 관례로 맡고 있습니다. 상근도 하지 않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선관위직원들이 사법부에 찾아가 만나는 식이라고 합니다. 선관위가 선관위원이나 위원장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은 아니라는 거죠.

 

저는 투개표부정이 조직적으로 있었다 믿지 않습니다. 제가 그렇게 믿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관리에 참여하는 인원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참여자가 많을 수록 음모의 가능성은 급속도로 낮아집니다. 몇 사람만 알아도 나중에 터지고 논란이 되는 세상에서 수만명의 사람을 하나의 목적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는 목격하고 누군가는 폭로합니다. 수만명의 눈과 치밀한 관리과정을 피해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믿고 실행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선관위가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선관위가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했던 일도 분명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선관위는 선거쟁점이라는 선거법에도 없는 규제조항을 만들어 무상급식과 4대강사업에 대한 정책운동과 정책선거를 막은 바 있습니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쟁점을 차단한 것입니다. 이날 블로거들도 투개표관리가 아니라 이러한 선거의 전반적 관리상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선관위는 전반적인 선거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답변했는데 그렇다면 2010년엔 왜 그렇게 포괄적으로 선거법을 적용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선관위의 투개표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선관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힘듭니다. 선관위는 선거의 관리만 아니라 심판의 역할도 해야합니다. 선관위에 대한 의심은 심판에서 공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투개표 관리만 아니라 선거에서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더 쌓아야 선관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선관위를 위해 국민을 위해 더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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