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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모산재에는 기적길이 있다. 길의 이름이 기적인 것은 이 길에서 생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암사지에서 솟대바위, 순결바위, 국사당을 거쳐 다시 영암사지로 돌아오는 기적길을 걷고나면 지치지 않고 오히려 기가 차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 4월 19일 이 기적길을 걸었다. 일행이 좀 많았다. 기적길의 생기를 눈으로 확인하고자 온 풍수지라학자와 몸으로 느껴보려는 국선도 수련자들이 함께 했다. 정말 기적길의 넘치는 기를 받은 걸까, 아니면 특별한 일행과 함께 해서 너무 기를 의식한 몸의 반응이었을까? 약 3시간을 걸었는데 기적길 안내판의 설명처럼 피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산재에 기가 넘친다는 것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다. 모산재 정상 바로 밑에 있는 무지개터는 우리나라 최고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가뭄이 들면 지역민들이 디딜방아를 지고 와서 기우제를 지내던 자리인데  이곳에 무덤을 쓰면 자손대대로 영화를 누리지만 반대로 마을은 가뭄이 든다고 해서 몰래 산소를 쓰고 주민들은 이를 들어내는 일이 되풀이돼 왔던 곳이다.

 

이날 산행을 함께 한 전국풍수지리학회 민중원 총재는 “무지개터는 촛불이나 등잔처럼 주위를 밝히는 혈(穴)자리로서 마침 아래에 고여 있는 물은 불을 피우는 필요한 기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천하 제일명당이라는 말은 물론 과장이지만 좋은 장소인 것만큼은 틀림없다”고 했다.

 

 

 

 

모산재 정상을 지나서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만났다. 반나절이면 충분한 모산재 등반코스에서 아주 무거운 베낭을 맨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눴는데 이날 모산재에서 자고 갈 거라고 한다. 어디서 잠을 자느냐고 물으니 무재개터라고 한다. 밤새 무지개터에서 모산재의 기를 받고자 온 것이다.

 

 

 

 

모산재의 넘치는 기는 나라까지 창업했다. 영암사지 직전에 있는 국사당은 고려말 합천 출신의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의 조선 창업을 위해 천지신명에게 기도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조선 초기에는 경상도관찰사가 해마다 국사당에 와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모산재에 생기가 많은 이유는 뭘까? 풍수학자들은 해인사 가야산에서 비롯된 산줄기가 뻗어 그 기백이 모인 곳이 모산재라 한다. 그러나 그런 풍수학적인 설명이 아니라도 남자의 힘줄 같은 암봉이 병풍처럼 둘러선 모산재의 장관은 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느끼게 한다. 

 

 

 

 

일반적인 등산은 올라가는 내내 나무로 덮힌 길을 걷는다. 정상에서 뻥뚫린 사방의 풍경을 만나면 그때서야 등산객들은 등산의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모산재는 경치를 막아서는 나무들이 없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산세를 구경하면서 갈 수 있다. 힘든 등산의 보상이 곧바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생기 있는 등산을 하니까 당연히 모산재에서 생기가 넘쳐나는 것이다.

 

 

 

 

보통의 산에선 나무를 보지만 모산재에선 돌을 더 많이 본다. 모산재 등산객은 나무보다 돌과 더 교감하게 된다. 수십년 된 나무에는 인생이나 역사를 투사하지만 수만년 쌓인 돌에는 우주를 투사하게 된다. 모산재가 다른 산보다 교감이 더 근원적인 것이다. 동양사상에서 자연의 가장 근원은 '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근원적 교감을 하는 모산재 등산이 더 기에 가까운 건 아닐까?

 

 

 

 

모산재 능선의 거대한 암릉에 서면 강한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식물을 허락하지 않는 돌이 존재감 넘치는 풍경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하늘과 돌 사이에 자신만이 존재하고 오감의 반응이 최소화된 환경은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집중이 기를 채워줌은 당연하다.

 

 

솟대바위

순결바위

 

영암사지 터

 

 

모산재 코스는 지점마다 생기의 느낌이 다 다르다. 솟대바위는 주변 온 산의 기를 다 빨아들일 것처럼 솟아 있다. 모산재 정상 지나 만나는 장방형으로 반듯하게 조각난 두 개의 바위는 하늘로 올라가는 문틈이 열린 것 같은 모습이다. 순결바위의 퍼즐 같은 틈은 인간의 자궁(근원)을 생각해보게 한다. 세 시간이 걸려 기적길을 마치면 따사로운 햇볕에 잘 자란 잔디가 깔린 영암사지 터가 맞이해준다.  

 

 

 

 

모산재는 코스에 포함된 곳 외에도 생기를 느낄만한 곳이 많다. 산세가 그대로 드러나고 느낌도 있으나 이름 붙이지 못한 절경들이 많다. 누군가 그 느낌을 이야기로 풀어낸다면 그 곳이 바로 생기의 장소가 될 것이다. 그런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모산재 등산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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