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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도서관은 부산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공공도서관이다. 1963년 8월 건립되었으니 올해로 51년째로 반세기의 역사다.

 

역사가 오래되서 좋은 점은 접근성이다. 지금은 엄두도 못낼 부산 중심가 서면의 2000평 넘는 공간에 자리잡은 부전도서관에는 한 해 146만명의 시민이 찾고 있다.이 수치는 부산시 공공도서관 중 좌석대비 가장 높은 이용율이다. 

 

 

 

 

역사가 오래돼서 나쁜 점은 노후화다. 이용객들이 열악한 시설에 불편을 종종 호소한다. 그리고 좋은접근성에도 협소한 공간 때문에 이용객 숫자에 제한이 있다는 것도 부전도서관의 단점이다.

 

그래서 몇년 전부터 부전도서관 재건축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8년에는 해당 구청인 진구청에서 부전도서관 재건축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부산진구청의 재건축 계획이 부산시민을 황당하게 했다. 진구청은 부전도서관을 BTO사업으로 진행하면서 6~8층만 도서관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서관에 상업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거다.

 

 

 

 

부전도서관재건축계획을 보면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같은 BTO 사업으로 부산대학교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학교 내 쇼핑몰사업이다. 부산대는 학생들과 동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7년 정문 바로 옆에 쇼핑몰을 짓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부산대는 빚더미 800억을 떠안았고 사업을 추진했던 총장은 비리 등의 죄목으로 5년형을 선고받고 말았다.

 

 

 

 

쇼핑몰이 생기면서 부산 최고의 국립대학교 정문 앞은 도떼기 시장판이 되었다. 청소노동자의 절규는 면학분위기 해친다며 훈계하던 대학이 이 거대한 소란을 일으킨 자본 앞에선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부전도서관에 상업시설을 도입하는 재건축계획에 대한 여론은 상업시설 반대가 압도적이다. 2012년 공공도서관 연구대회 연구보서고가 실시한 재개발 형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64명 중 도서관 단독 또는 도서관+타 공공기관이 376명(81%), 상업시설 유치가 80명(19%)이다. 그럼에도 부전도서관재건축은 강행되고 있다. 부산대학교 쇼핑몰사업처럼.

 

 

 

 

부전도서관재건축은 수익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2008년 발표된 사업이 이제서야 추진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업은 사업자 공모에서 공모지원사가 없어 몇차례 보류된 바가 있다. 수익성이 확실하다면 사업자들이 이렇게 망설이진 않을 것이다. 

 

부전도서관재건축 총사업비는 450억이다. 서면은 부산의 중심이지만 부전도서관은 서면 외곽이다. 인근에 들어섰던 한 쇼핑몰(구 밀리오레)도 수익을 내지못해 몇번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연 여기에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입주할 상업시설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BTO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지자체가 민간업체 대신 재정부담을 지거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특혜를 주어야 한다. 봐왔듯이 이런 사업에서 사업계획이 바뀌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수익성을 핑계로 부전도서관 4~6층에 영화관을 유치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상업시설과 영화관을 거쳐 도서관에 출입하게 되는 것이다.

 

 

 

 

파국적 결말을 맞은 부산대 쇼핑몰사업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4일 부산시의회는 부전도서관 재개발 사업안을 승인했다. 부산에 전국 최초로 대학가 쇼핑몰이 생기더니 이제 전국 최초로 도서관 쇼핑몰까지 생기려고 한다. 

 

다른 덴 몰라도 학교나 도서관은 정말이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곳이다. 맹자는 시장을 피해 집을 옮겼다는데 부산은 아이들에게 도떼기 시장판에 갖다놓고 있다. 부산의 미래가 참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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