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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에 맞선 대표적 정치인 2명을 꼽으라고 하면 서거하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길 전 장관을 꼽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에 반대해 결별한 두 정치인이 바로 김정길 전 장관과 노무현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2010년 지방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야권으로는 최다 득표인 45%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지역주의 벽은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정계를 떠나고 말았는데 그의 은퇴 소식에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워 했습니다.

 

은퇴 후 6개월만에 김정길 전 장관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산 서면에서 우동집을 차린다는 거였습니다. 은퇴한 정치인들도 나름 사회적 활동을 하며 지내지만 우동집 같은 식당을 차렸다는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3당 합당 때도 남들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더니 김정길 전 장관의 은퇴 후 삶도 평범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의 우동집 이름은 '하루'입니다. 일본말로는 '봄'이란 뜻인데 부산에서 이뤄보지 못한 정치적 '봄'을 식당 이름에라도 써놓고 염원하고 싶어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월 5일 개업을 이틀 앞두고 '하루'에서 시식회가 있었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그 동안 알고 지냈던 지인을 초청해서 음식을 나누고 맛을 평가하는 자리였습니다. 손님 사이를 다니는 김정길 전 장관을 붙잡고 몇가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사진 출처 : 김병국

 

 

 

어떻게 식당을 차리게 된 겁니까?

 

정계 은퇴하고 시골에 가서 밭도 가꾸고 할려고 땅도 사놓고 했어요.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죠. 우동집 하면서 사람들 만나고 얘기도 하는 그런 소통하는 은퇴 후 삶이 살고 싶어졌어요. 여기 샐러리맨들이 많거든요.

 

우동집을 택하신 이유는 있나요?

 

고급스럽고 비싼 음식보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해보자 해서 우동집을 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비싸지 않다고 해서 맛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보통사람들도 저럼한 가격에 일본과 다름없는 제대로 된 우동을 맛보게 하고 싶었죠. 그래서 일본 JAL호텔 출신 요리사를 데려왔어요.

 

 

 

 

 

요리사가 한 명이 아닌데요.

 

제가 부산 맛집을 다 가봤는데 보통 주방장 한 사람 데리고 하더라구요. 우린 요리사가 세 명이죠. 일본 요리사 한 명과 한국 요리사  두 명입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요리사가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우동집을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한국 젊은 요리사는 젊은층 입맛을 부탁했어요. 내가 먹어보니까 우리집 맛이 다른 맛집에 비교해도 괜찮아요.

 

 

 

 

 

요리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신경 많이 쓰신 거 같은데요.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먹을 수 있게 하려고 했죠. 젊은 트렌드도 맞췄고요. 요즘 싱글족이 많은데 혼자 밥먹을 데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우리집엔 싱글족을 위한 자리들도 많습니다. 시설은 고급스럽게 하되 저렴하고 맛좋은 음식을 제공할 겁니다. 큰 돈 벌 생각은 안합니다. 

 

 

사진 출처 : 김병국

 

 

 

이 엄청난 우동은 뭐죠?

 

하루멘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야채만 들어가는데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게 해물을 넣은 퓨전입니다. 굴, 홍합, 새우, 오징어, 쭈꾸미, 게, 닭살이 들어갔고요. 사골육수와 해물육수를 섞어 맛이 담백하고 시원합니다. 그리고 보세요. 이 그릇 크기가 32cm입니다. 한 그릇에 1만5천원인데 2~3인분입니다.

 

 

사진 출처 : 김병국

 

 

이 빵 맛이 특이합니다. 달지 않은데 자꾸 땡기는 맛이 있네요. 안에 들은 소가 뭐죠?

 

이게 우리집에서 기대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요. 안에 들은 건 콩비지입니다. 후쿠오카 명물 두부만쥬인데 직접 수입해서 팔고 있습니다. 하나에 1천5백원이고요.

 

그외에 자랑할만한 게 있다면?

 

우리집은 우동을 직접 생산합니다. 우동기계로 한 시간에 400인분을 만듭니다. 식당 음식에 대한 불신이 좀 있는데 우리집은 오픈 주방이라 그런 우려 하실 필요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선을 유지했습니다. 편안하고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사진 출처 : 김병국

 

 

하루의 굴우동과 규동은 7천원입니다. 딱 요즘 식당 가격 수준이죠. 이 가격에 일본 못지않은 깊이 있는 맛을 낼 수 있는 우동집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김정길 전 장관도 박리다매라고 했습니다. 최고의 질과 최고의 공간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으니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겁니다.

 

 

사진 출처 : 김병국

 

 

제가 하루에서 맘에 들었던 또 하나는 그릇이었습니다. 눈속임으로 넓은 그릇이 아니었습니다. 음식 그릇이 넓은데다 깊었습니다. 심지어 생맥주 잔마저 요즘 이름만 500cc인 그런 잔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크기의 500cc 잔은 대학교 졸업 이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김병국

 

 

하루는 김정길 전 장관이 이름값에 기대어 남들에게 맡기고 대충 준비한 식당이 아닙니다. 직접 시장조사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연구해서 준비한 식당입니다. 은퇴 후 시도한 김정길 전 장관의 승부가 꼭 성공하길 빕니다. 그래서 식당 이름처럼 보통사람들과의 소통의 봄(하루)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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