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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맥루한의 유명한 <미디어의 이해>란 책에 나오는 말이다. 영화 더테러라이브를 보면서 맥루한의 이 문구에 착안한 이런 말이 떠올랐다. '하정우는 한국 영화의 확장이다.'

 

더테러라이브는 하정우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영화다. 하정우의 디테일한 연기가 있었기에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된 1인극 영화가 관객을 95분 동안 끌고 갈 수 있었다. 하정우는 감독이 상상력과 표현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한 한국 영화를 확장한 배우다.  

 

 

 

 

영화는 내귀에 도청장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듯 보인다. 26년 전 한 청년이 뉴스룸에 난입해 앵커의 마이크를 빼았다 쫒겨난 사건인데 영화에선 테러를 통해 그 마이크를 방해받지 않고 장악한다. 뉴스룸에 난입하는 경찰과 방송국 간부의 장면은 그 사건의 은유고 하정우의 이어폰은 직설 쯤 되어보인다.

 

발음 실수도 사고가 되는 뉴스룸은 영화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정제된 뉴스룸 안과 소란스런 밖의 장면의 교차는 여기에 다시 펌프질을 했다. 영화는 별 다른 물량투입 없이도 한 공간의 짜임새 있는 구성만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낸다.

 

 

 

 

관객의 눈과 귀를 중후반부까지 잘 끌어왔던 영화는 그러나 후반부에 기대를 배반한다. 관객의 예상과 다른 스토리와 배역들의 황급한 퇴장은 영화를 따라가던 관객의 흥미를 급감시켰고 반전이나 그 어떤 영화적 의미를 획득하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뉴스룸 밖으로 카메라가 나가자 영화는 급속히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방송 화면으로 중계된 마포대교는 실감 났지만 방송국 바로 옆 건물이었음에도 폭파신은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뉴스룸이라는 영화의 주 공간의 파괴가 영화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영화가 공간의 분배에 실패한 것이다. 미리 뉴스룸에 쌓인 긴장감을 운반할 공간을 만들어둬야 했는데 뉴스룸에만 집중해 잔뜩 쌓아두다 보니 나중에 영화가 갈 데가 없었다. 뉴스룸에만 집중했다면 그 안에서 영화적 긴장을 폭발시킬 장치를 마련해둬야 했는데 영화가 나름 뉴스룸에 마련한 마지막 기폭장치는 불발탄이었다. 

 

 

 

 

영화는 배역의 분배에도 실패했다. 아무리 하정우 1인극이라해도 하정우와 긴밀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럴만한 배역들은 모두 묘하게 도망가고 어설프게 사라지고 황당하게 죽었다. 마지막에 하정우 혼자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공을 주고받을 미드필더가 모두 사라진 경기장에서 하정우의 움직임은 별 의미 없는 액션이었다. 

 

 

 

 

영화는 분명 재밌다. 하정우 덕분에 90분 내내 몰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끝난 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하정우 1인 퍼포먼스엔 몰입했지만 영화적 쾌감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정우가 준 상상력과 표현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응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감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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