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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부처님 오신 날 안철수 의원이 부산에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안철수 의원의 말을 들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간담회 시작부터 들으러 왔다고 말했는데 실제로도 듣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참석자들의 질문과 당부에 안철수 의원은 핵심적이고 간결한 답변을 했고 그 덕분에 참석자들은 더 많이 말할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간결한 답변이었지만 안철수 의원은 자신이 펼치려는 새정치와 앞으로의 정치활동에 대해 명료하게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섞은 농담으로 부드럽고 활발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간담회를 이끌어나갔습니다. 강의로 다져진 안철수의 대중 소통법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나온 안철수 의원의 답변만을 따로 모아 봤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안철수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인데 혹시 절에 다녀오셨습니까? 저는 오늘 길에 서대신동 내원정사를 들렀습니다. 큰스님도 뵙고, 동자스님이 굉장히 많이 계신데 제 손을 잡고 놔주시질 않아서 한참 어울리다 왔습니다."

 

간담회장에서 안철수 의원을 처음 발견한 것도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였습니다. 간담회장을 뛰어다니던 한 아이가 외친 "안철수다"라는 말에 기자들이 급히 카메라를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바로 직후 안철수 의원이 나타났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아이들도 아는 현역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 빼고 유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개혁은 정권교체가 아니다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시스템,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 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문제점 이런 것들의 총체적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잘 끌고왔던 대한민국 시스템에 이젠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위기감을 모든 국민들이 느끼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전반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개혁이라는 것은 단순히 정당 간의 정권만 교체되는 그런 좁은 방식의 변화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왜 선택받야야 하는지 보다는 상대가 선택받아선 안되는 그런 것들만 설명하는 정치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겁니다.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 왔고 발전시켰던 사회 구조를 이제는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개선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나라와 국민이 가야할 미래를 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선 때만 해도 '안철수의 새정치'가 모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안철수 의원의 입에서 나온 새정치는 아주 분명하게 들렸습니다. 제가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를 잘 몰랐거나 안철수 의원이 그간 새정치를 단단히 벼렸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적대적 공생관계의 소수 엘리트 정치가 문제

 

"정치의 주체가 넓고 다양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소수의 엘리트 정치가 아니라 헌신과 희생으로 통합적인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다수의 참여정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 그리고 우리나라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거기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필요합니다.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 분이 필요합니다.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고 바르게 대변해야 합니다. 상계동의 주민분들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 정치는 힘 있고 목소리 큰 사람들을 대변한다." 목소리가 작은 분, 목소리 내기도 지친 분들을 대변하고 적극적으로 민심을 담아낼 논의의 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그런 장을 만들 때 민주주의를 바르게 이어갈 수 있습니다. "

 

목소리가 작은 분을 대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로웠지만 그 주장을 안철수 의원이 하니 더 호소력이 느껴졌습니다. 양쪽이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에 말은 안하지만 깊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더 많이 들어봐야할 분이지만 가장 안들리는 목소리입니다. 만약 안철수 의원이라면 어떨까요? 이런 분들이 세상을 향해 더 많이 말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철수 문학상?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저보고 문학상을 만들래요. 안철수 문학상을 제정하고 그 달에 가장 소설을 잘쓴 기자에게... 그게 차곡차곡 쌓이면 창피해서 못쓸 거라고. 사실 여기가 누구 땅은 아니잖습니까. 가장 효율적이고 모든 사람이 편한 곳에 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아무런 의도 없었다는 거 아실 겁니다. 처음엔 문학상 농담처럼 생각했다 정말 만들어야 한다... "

 

안철수 의원이 간담회를 가진 곳은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구입니다. 이 팩트를 가지고 언론이 두 사람의 대결 스토리를 부각시켰는데 이를 안철수 의원이 우스개로 받아넘긴 겁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안철수 의원 일행은 봉하마을로 참배를 하러 가기로 되어있었습니다. 간담회가 열린 사상역 근처는 봉하마을로 가는데 가장 용이한 지점입니다. 

 

 

검산도해

 

"'지금이 축하할 상황은 아니다' 그 말씀 맞습니다. 노원선거 처음 갔을 때 가시밭길 뛰어들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선거 끝난 다음에 가시밭길은 끝났는데 눈앞에 검산도해, 전부 칼로 채워진 바다가 눈앞에 있습니다."

 

 

속도의 균형

 

"속도에 대해 두가지 말씀해주신 거 같습니다. 한쪽에선 '정말 준비 철저히 잘해서 역량을 단단히길러야 한다' '소수정예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장수들을 모아야 한다' '너무 목적을 달성하는데만 집착하지 말라' '내용이 충실하면 처음 시도들은 실패하더라도 그게 오히려 인정받을 수 있고 단단하게 할 수 있는 길이다' 이런 말씀을 해주신 거 같고 또 한편에선 당선되고 3주 지났는데 조금씩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모습에 대중들은 금방 실망을 하니까 그런 점을 주의하라는 그런 말씀이었습니다. 균형이 참 중요한 거 같습니다. 과연 지금이 신중한 건지 주춤한 건지... 각 지역에서 민의들을 잘 듣고 전달 해주시면 속도에 대한 판단에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습니다."

 

속도는 안철수 의원이 야권 진영 지지자들로부터 듣는 가장 많은 비판 중 하나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안철수 의원도 고민을 많이 하는 거 같았습니다. 어떤 정치인이든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겠지만 특히나 제3 정치세력을 추구하는 안철수 의원에게선 더더욱 힘든 부분일 겁니다.

 

 

'병'을 위한 정치

 

"얼마전 민주당에서도 그랬잖습니까. '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 그 말 들으면서 저는 을이 아니고 병(선거구가 노원병)인데 병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생활인들을 위한 정치, 을을 위한 정치를 당부하는 분에게 답한 부분입니다. 웃음을 주면서도 을보다 낮은 병도 생각하겠다는 의미까지 터치한 아주 압축적 답변이었습니다.

 

 

공짜 비행기는 없다

 

"국회의 특권은 많다고 하는 데 제가 하나도 모릅니다. 어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제 돈 내고 탔습니다. 공짜라고 들었는데 공무가 아니어서 제 돈을 냈습니다. 특권이 뭐가 있는지 알아본 다음 제가 안 쓰는 위주로 먼저 하지 말자고 그럴까 농담처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웃음). 특권들을 내려놓겠다고 작년 대선부터 이야기 했습니다. 지지부진한 것들, 안하는 것들 아무도 문제제기 안하고 흘러가면 제가 적당한 시기에 제동 걸고 싶습니다."

 

 

보건복지위에 가야하는 이유

 

"우리나라가 발전 흐름상 보면 자유에 대한 갈구가 민주화를 통해서 해결되었고, 가난은 산업화를 통해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불안에 대한 해결인데 그것은 복지국가라 생각합니다. 복지국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생각했고 그게 작년에 나왔던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의 근간입니다. 보건복지위는 인기가 제일 없는 상임위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거기 가는 게 의미있다 생각합니다. 다음 주 정도에 확정이 되면 복지분야 제대로 잘 해보겠습니다."

 

간담회를 듣고 느낀 점은 안철수 의원이 생각과 행동 모두 단단해졌다는 느낌입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알던 안철수는 생각과 행동이 원래 단단한 인물이었습니다. 그간 그런 모습이 부각되지 못한 건 그의 대중적 장점인 감성적 이미지가 더 부각된 것과 정치로 옮겨오면서 그 단단한 생각과 행동을 구현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앞으로의 정치활동은 기대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야권 진영뿐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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