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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다음날 찾아간 처가에서 장인께 태블릿피시를 알아봐 달란 부탁을 받았다. 여든이 넘은 노인이 웬 IT 기기에 관심을 두나 생각했는데 이어진 이야기에 '아차' 싶었다. 책을 보고 싶은데 일반 책은 활자가 작아 보기 어려워 글자 크기를 쉽게 확대할 수 있는 태블릿피시로 전자책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자식 된 도리로서 어르신에게 신경을 써드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살짝 드는 순간이었다. 알아봐 드릴 게 아니라 하나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아버지 생각도 났다. 얼마 전부터 본가에서 신문을 보질 못했는데 인제 보니 그게 아버지께서 신문을 보기가 불편해 아예 끊으신 게 아닌가 싶은 거였다. 활자를 볼 때면 눈을 찡그리며 힘들어하시던 모습도 떠올랐다. 그렇다면 태블릿피시는 장인뿐 아니라 아버지에게도 필요한 기기이다.
 
며칠 뒤 인터넷에서 중고 아이패드1 두 개를 50여만 원에 구매했다. 노인들이 전자책을 보고 인터넷을 하기엔 아이패드1의 성능이면 부족하진 않을 거 같았다. 최신의 새 제품을 사드리고 싶었지만, 양쪽 어른 두 분에게 사드리려니 비용이 만만찮았다.
 
처음엔 과연 두 어르신이 이 기기를 잘 쓰실까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태블릿피시를 처음 받아든 두 노인의 표정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처음 장만했을 때 그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두 분에게 태블릿피시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쉬웠다. 궁금한 걸 물어본 적은 있어도 쓰는데 불편함을 호소하지는 않으셨다.
 
장인의 반응이 좀 더 적극적이었다. 태블릿피시를 전해준 다음 날 아침부터 아내에게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일 년에 서너 번 들를까 말까 한 딸의 집에 직접 오셔서 몇 가지 앱들을 다운받으시기도 했다. 얼마 후엔 인터넷을 설치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아내 말로는 태블릿피시로 장인이 신이 나셨다고 한다.
 
아버지도 장인보다 조용했지만 분명 달라지셨다. 태블릿피시를 드리고 며칠 뒤 찾아가니 소파에 앉아 그걸 무릎 위에 올려놓고 만지고 계셨다. 아버지가 무언가에 관심을 두고 만지는 건 참 오랜만에 보는 모습인 것 같았다. 잘 쓰시냐는 물음에 뭔지도 모르고 막 눌러보신다며 어머니가 대신 답해주셨다.
 
아버지 옆에 앉아 사용법을 좀 더 설명해 드렸다.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어 드리고 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답신을 보내왔다. 내 스마트폰에 있는 가족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아버지께 보내 태블릿피시의 큰 화면으로 보게 해 드렸다. 간단한 스마트폰 게임도 몇 개 깔아 드렸다. 유튜브에서 김영임 씨의 정선아리랑을 찾아 들려 드렸을때 아버지의 반응이 가장 컸던 것 같다.
 
현대인은 항상 무언가를 읽으며 살아왔다. 그랬던 우리가 어느 순간 읽지 못한다면 그만한 고통도 없을 것이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 안경 없이 온종일 지낸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앞으로 노안에는 태블릿피시가 필수적인 도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블릿피시는 틀니처럼 노인들의 삶의 질을 확실히 높일 수 있는 도구다. 노인들뿐 아니라 노인과 연결된 삶을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의 질도 많이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에 견줘 비용도 적게는 20만 원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저렴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노인복지 차원에서 나설 만하다. 박근혜 정부가 이 일을 해낸다면 많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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