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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민주공원 예산이 53% 삭감되었습니다. 11억 8백만원으로 편성되었던 민주공원의 2013년 예산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5억 1천 5백만원으로 시의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렇게 한 기관의 예산이 하루아침에 절반이상 삭감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건 해당 기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다름없습니다.

 

 

 

 

삭감된 예산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태는 더 심각합니다. 예산 대부분은 인건비에 반영됩니다. 애초 편성되었던 11억원의 예산 중 4억원은 줄이기 힘든 시설관리운영비입니다. 삭감된 5억원을 나머지 7억7천만원의 인건비에 반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인건비는 1억 1천만원 정도가 남습니다. 이 돈으로는 연봉 3천만원 수준 정규직 3명 정도밖에 채용할 수 없습니다. 부산민주공원 직원 18명 중 15명이 해고되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민주공원 예산삭감에 대해 부산시의회는 “방만한 운영에 대한 적절한 조처”였다고 합니다. 예산안 삭감을 주도했던 노재갑 시의원은 해명자료에서 "부산민주공원의 예산삭감은 부산시민의 뜻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게 시의원이 할짓인지는 모르나 사람이 할 짓은 아닌듯 합니다. 기업의 해고도 이런 식은 없습니다. 시민의 뜻을 받든다는 시의원이 이렇게 해고를 남발한다면 어떻게 시민을 대변하여 자본을 질책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산민주공원 예산 반토막 삭감놓고 뜨거운 '논란'

 

  

 

 

어떻게 직원 18명 중 15명을 해고하는 이 황당하고 잔인한 예산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을까요? 노재갑 시의원이 제시한 삭감내역을 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재갑 시의원 자료가 수긍이 되어서가 아니라 자료에 드러난 오류를 보니 이런 황당한 사태를 야기할만도 하다는 겁니다.

 

노재갑 시의원의 자료를 보면 4대보험과 퇴직적립금이 0원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이는 직원들에게 4대보험 혜택도 주지 않고 불법으로 고용하란 말입니다. 불법을 조장하는 게 부산 시의원이 할 짓인가요? 이런 엉터리 예산안을 주도한 노재갑 시의원도 문제지만 이걸 통과시켜주고 시의원으로서 "적절한 조처"를 했다는 부산 시의회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부산민주공원 전시관 입구에 붙은 글.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부산 시의회가 근거도 없이 부산민주공원의 예산을 53%나 삭감했겠느냐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의회에 앉아 부산시정을 감시하고 예산안을 짜고 있다는 말인데  설마 그럴리가 있겠냐는 거죠. 이는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입니다. 부산민주공원의 운영이 방만했다면 시의회의 과정의 문제와는 별도로 시정되어야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부산민주공원 운영에 방만함이 있었는지 검토해보겠습니다.

 

 

부산민주공원 관리운영평가 용역보고서 4P 중에서

 

 

예산안 삭감을 주도했던 노재갑 의원은 방만한 운영의 근거로 애초 10명 이하이던 직원이 현재 무기계약직 포함해서 23명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4명만 늘어났다는 민주공원 측에 대해선 "거짓말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누가 거짓말하는 건지는 2001년 부산시의 부산민주공원 관리운영평가 용역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민주공원 총 인력이 34명으로 나와있습니다. 현재 무기계약직 포함한 23명은 오히려 그때보다 11명이 줄어든 것입니다.

 

부산 민주공원 측은 노재갑 의원이 주장한 10명 이하는 운영 분야를 누락하고 관리분야 중 정규직 인원만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관리와 운영의 비정규직까지 모두 포함한 민주공원 23명의 직원은 노재갑 의원이 말한 10명 이하의 직원과는 애시당초 비교 대상이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10년 동안 늘어난 정규직 4명에 대해서 시비를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선 민주공원 측으로선 분명히 할말이 있습니다. 그 4명은 부산민주공원이 자의적으로 늘린 인원이 아닙니다. 공연장 시설 운용에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인력관리 허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부산시의 용역보고서에 근거한 채용이었습니다.

 

 

부산민주공원 관리운영평가 용역보고서 24P 중에서

 

 

분명히 인력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혹시 직원들 연봉이 과도하게 증가해서 그걸 문제삼는 건 아닐까요? 노재갑 의원은 그런 의문도 제기합니다. 노재갑 시의원은 해명자료에서 "민주항쟁기념사업회에서 주장하는 2002년도부터 인원이 18명이었다면, 2012년도에도 인원은 동일한데, 10년 동안 58%가 인상된 것은 위탁운영비가 5.8% 이상 인상된 것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58% 인상이라고 하니 대단해보입니다. 그래서 시의회가 그에 맞서 53%삭감을 했는가 생각도 언듯 들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백분율의 함정을 잘 살펴야 합니다. 100만원에서 50% 삭감은 50만원이지만 50만원에서 50% 인상은 75만원입니다. 시의회가 삭감한 액수만큼 다시 회복될려면 지금까지의 인상률로 18년 정도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매년 5.8%의 인상이라면 관리비의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감안했을 때 결코 이해못할 수치는 아닙니다.

 

 

노재갑 시의원 반박자료 중에서

 

 

애초에 고연봉이었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시민 입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할 것입니다. 노재갑 시의원이 이 부분에선 자신이 있었던지 자신의 해명자료에 직원들 연봉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노재갑 시의원은 이 연봉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올렸을 겁니다.

 

 

2011년 경 연령별 평균 연봉

 

 

그러나 부산민주공원 직원들 연봉은 우리나라 평균연봉에 비해 대략 천만원 가량 낮습니다. 부산민주공원 직원들의 연령이 높은 편이지만 대리를 30대로 보고 과장을 40대로 봤을 때 약 각 직급별 천만원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혹시 이것보다 못받는 사람들도 많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민주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40대면 대개 4인 가족입니다. 우리나라 4인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는 대략 160만원 선으로 연봉으로 보면 2000만원 선입니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곳에선 딱 이정도 최저생계비 월급 정도만 받고 봉사정신으로 일해야 할까요? 거기서 몇백만원 더 받으면 과도한 연봉인가요?

 

노재갑 시의원은 부산민주공원 관장의 연봉 5000만원 과도하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민주공원이라는 민주주의 상징성을 가진 세계 유일의 민주공원 관장에게 5000만원이 과도할까요? 그렇다면 이미 2006년 경 5000만원을 넘게 받고 있는 부산 시의원들은(부산시의회의원 연봉 5,637만원 받는다-2006년 연봉) 지금 얼마를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5천만원 밑으로 내려갔나요? 아님 7천만원 넘는 서울시의원 연봉을 좀 따라붙으셨나요? 시의원이 부산민주공원 관장보다 훨씬 더 격무이고 중책이던가요?

 

 

* 취재차 찾아간 날이 마침 부산민주공원 월급날이었습니다. 관장부터 모든 직원이 똑같이 110만원씩의 월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황당한 예산안이 잔인한 현실이 된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의문은 딱 하나입니다. 부산민주공원 인력이 애초에 과도하게 책정되었을 수 있다는 의문입니다. 아마 여기까지 검토하면 더 이상 민주공원 운영이 방만하다는 의심을 제기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의문은 다른 유사한 시설과의 비교에서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조직도는 부산시립미술관의 것입니다. 여기엔 37명으로 부산민주공원 두 배의 인원이 근무합니다.

 

 

 

 

미술관과의 비교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 여긴 어떨까요? 여긴 부산근대역사관입니다. 행사 내용으로 봤을 때 부산민주공원과 비교할만합니다. 여긴 9명이 근무합니다. 이곳보다 규모가 3배 쯤 넓고 행사내용이 다양한 부산민주공원에 18명이 근무하는 게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부산민주공원 관리운영평가 용역보고서 56P 중에서

 

 

지금까지 부산민주공원이 방만한 운영을 했을지 모른다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검토해보았습니다. 이제 정말 딱 하나 남은 해결해야할 의심이 있는데 이걸 이렇게 뒤로 미룬 건 이 의심이 상식적이기보다 창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건 예산안 삭감을 주도한 노재갑 시의원의 핵심 주장이기도 합니다. 노재갑 시의원은 부산민주공원이 "5천만원의 사업비를 운용하기 위해 직원을 18명이나 사용하는 것은 인력 낭비"라는 주장을 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비라는 건 부산시에서 주는 예산이 아닙니다. 사업비는 부산민주공원의 대관료 등의 수익으로 충당하는 돈으로 보통 회계에서 잡비로 처리되는 돈입니다. 그러니까 부산민주공원은 애초 사업비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겁니다. 부산민주공원의 대부분 사업은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참여 기부 등으로 이루어지는 공익적 사업입니다. 부산시와 국가는 이런 시민들의 활동에 기반이 되는 시설을 제공한 것이고 그외 활동은 자체 수익으로 자활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런 부산민주공원에 사업비 대비 운영인력의 효율성을 들이댄다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일입니까?

 

 

 

 

만약 노재갑 시의원 말대로 더 많은 사업비를 운용할려면 부산시에서 새로운 예산을 타와야 하는데 그러면 부산민주공원의 성격이 이상해집니다. 예산을 타기 위해 부산시와 시의회의 눈치를 봐야하는데 이건 부산민주공원 설립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그럴려면 지금 극히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는 대관료 등을 올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부담이 되겠죠. 그런데 이것도 애초 불가능합니다. 부산민주공원의 대관료 등은 부산민주공원이 바꿀수 없습니다. 대관료는 시의회 조례로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업비 5천만원의 구조를 시의회가 쥐고 있으면서 사업비가 적다고 예산을 삭감한 겁니다.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또 있을까요?

 

 

* 그런데 왜 이런 사태를 야기한 사람이 새누리당 의원이 아니라 민주통합당 시의원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소문만 무성하고 다들 나름의 짐작만 하며 황당해할뿐입니다. 어쨌든 새누리당 의원은 손 안 대고 코푼 셈입니다. 하지만 시의회 의결을 해준 새누리당 의원도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촛불의 벽면과 촛불시위 전시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작업화 전시물

 

 

부산민주공원에서 전시된 민주주의는 역사 속의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바로 오늘날 현재 진행 중이고 논쟁 중인 민주주의입니다. 부산민주공원엔 촛불의 기록이 있고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안전화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촛불이 전시되는 것과 관련해 이의제기가 꽤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민주공원은 촛불을 민주주의 역사로 전시했습니다.  부산민주공원이 흔들리면 이런 촛불의 기록도 사라질 겁니다. 기록이 사라지면 그들은 촛불을 두려워 하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부산민주공원에 대한 공격은 촛불에 대한 공격입니다.

 

 

 

 

어이없게 시작했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입니다. 지면 내부가 어긋나고 촛불이 쫓겨납니다. 부산민주공원을 살려주십시오.

 

 


폐쇄위기 민주공원, 지켜냅시다 (아고라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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