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벳공 로지'를 아십니까?

 

 

이성숙 부산 시의원 방에 들렸다 보게 된 그림입니다. 고전적인 화풍에 이두박근을 내보이는 여성의 모습이 바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림 속 문장의 'WE'를 'I'로 고친 걸로 보아 이성숙 의원이 각별하게 생각하는 그림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뭔가 재미난 얘기가 있을듯 했습니다.

 

"로지 모르세요? 아주 유명한 그림인데"

 

이성숙 시의원 설명은 이랬습니다. 2차 대전 때 미국에서 남자들이 전쟁터로 나가면서 공장에 일손이 부족해지자 그 자리에 여자들이 대거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돌아오자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았겼습니다. 이 그림은 당시 여성의 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쓰인 포스터였습니다. 이후 남자들에게 쫓겨난 슬픈 여성사가 새겨진 이 포스터는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성숙 시의원의 설명을 듣고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와서 '로지'란 이름으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러나 이성숙 시의원 방에서 봤던 그림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궁금증을 하루 더 묵혔다 그 다음날 그림 속 문장인 "WE CAN DE IT"로 검색해봤습니다. 그러자 이 그림이 떴습니다. 

 

이 그림은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라고 불리고 있었습니다. 원래 웨스팅 하우스 사내 포스터로 제작된 그림으로 제인 하워드 밀러(J. Howard Miller)라는 그래픽 아티스트가 1943년 그린 그림입니다.

 

 

리벳공 로지 위키피디아

 

 

1940년대 미국에선 수백만의 여성들이 중노동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자신을 키운 외할머니가 폭격기 조립공장에서 일한 진짜 리벳공 로지였다고 말하며 선거홍보를 했을 정도로 리벳공 로지는 엉클샘같은 미국의 상징적 아이콘입니다. 

 

 

 

리벳공 로지는 우표에도 사용되고 도시락통과 머그잔, 티셔츠 등에 찍혀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고 '세계의 101대 캐릭터 사전'이라는 책자는 리벳공 로지를 사상 28번째로 영향력이 큰 가공인물로 꼽고 있습니다.

 

 

2차대전 美 강한 여성의 상징 제럴드 도일 별세

 

 

리벳공 로지 그림은 실제 모델이 있습니다. 1942년 미국 UPI통신 사진기자가 전시상황에서 여성의 사회 공헌에 관한 기록을 남기려고 17세의 나이로 압연공장에서 일하는 제럴딘 도일을 찍었는데 이 사진이 하워드 밀러의 눈에 띄어 포스터로 남게 된 것입니다. 제럴딘 도일 여사는 2010년 86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그런데 리벳공 로지의 포스터에 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워드 밀러의 포스터가 리벳공 로지의 상징으로 쓰였다고 생각하는데 당시엔 밀러의 포스터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포스터는 1943년 2월 사내 결근방지용으로 웨스팅 공장 내에서만 단지 2주 정도 붙여졌을 뿐입니다. 밀러의 포스터는 1980년대 재발견되어 여성운동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도일 여사도 40년 지난 1982년에 자신의 얼굴이 잡지에 게재된 걸 알고 놀랐다고 합니다.

 

 

 

 

최초 '리벳공 로지'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은 같은 제목의 노래에서였습니다. 1942년 나온 노래 '리벳공 로지'는 대히트를 하면서 '리벳공 로지'란 이름이 각인되었고 이후 포스터와 그림들은 노래 속 리벳공 로지를 떠올리며 붙여지게 된 것입니다. 

 

 

All the day long,

Whether rain or shine

She’s was part of the assembly line.

She’s making history,

Working for victory

 

 

 

 

1940년대 당시에 '리벳공 로지'로 통하던 그림은 밀러의 포스터가 아니라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노먼 록웰이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Saturday Evening Post)』라는 잡지 1943 5월 표지에 올린 이 그림이었습니다. 지금도 '리벳공 로지'로 검색을 하면 노먼 록웰의 그림과 밀러의 포스터가 혼재되어 나옵니다.

 

 

이성숙 부산 시의원

 

 

이성숙 시의원이 리벳공 로지 그림을 사무실에 걸어둔 것은 남자들이 제 역할 못하는 정치판에서 남자 정치인을 능가하느 정치적 활력으로 일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꼭 리벳공 로지의 이두박근같은 파워로 정치활동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덕분에 재밌는 여성사 하나 알게 된 것도 감사드립니다.

 

 

* 아래는 리벳공 로지에 대한 잡지 표지, 노래, 영상 등의 자료들입니다.  참고로 보시도록...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Saturday Evening Post)』1943년 5월호 표지